누텔라와 바게트

2010. 8. 8. 12:43Life/JLP

내가 맛있게 먹는 빵은 바게트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그냥 먹어도 맛있고, 때로는 누텔라라는 초코렛잼을 발라 먹어도 맛있다. 바게트는 워낙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빵이라 언제부터 즐겨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누텔라를 알게 된 것은 대학시절 유럽여행을 하던 때다. 그때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싼 빵과 거기 발라먹을 잼을 사면서 우연히 누텔라를 발견하게 되었다.

가진 돈이 없어 호텔앞에서 발길을 돌려 비수기의 민박집을 두드리며 가장 저렴한 여행을 하던 때 누텔라는 어떤 빵이든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마법의 주문같은 것이었다. 아무리 싼 빵을 사더라도, 아무리 누추한 곳에 머물더라도 나는 거기서 누텔라로 인해 이국의 정서를 느끼며 황홀한 행복을 느꼈다.

국내에선 누텔라라는 초코렛잼을 구하기가 힘든다. 하지만 악마의 잼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처럼 이미 한번 그 맛을 본 사람은 다시 누텔라를 찾게 된다. 누텔라는 한번도 맛을 보지 못한 사람은 많지만 한번만 맛을 본 사람은 없다는 재미있는 말이 있다. 정말일까? 적어도 내가 맛본 그 맛은 한번으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기에 그 말은 만든 사람의 심정을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바게트에 누텔라, 그 환상조합은 종종 내가 누리는 적은 비용으로 누리는 행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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