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기간전의 포로 석방

2007. 8. 29. 14:47Eye


뉴스 속보를 보다...

TV에서 나오는 뉴스들을 잘 보지 못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뉴스속보라는 것을 듣지도 못한채 누군가 알려준 전화통화를 통해 아프간 피랍인들이 풀려나기로 합의 되었다는 것을 전해 듣게 되었다.

이제 한숨 돌리겠구나 하는 생각과 이제 다시 안티 기독교 팬들의 열화같은 협공이 시작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다음 사이트의 기사는 그런 이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다.

나도 예수천국불신지옥은 싫지만...  

어쨌거나 나는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고, 이에 대해 안티가 하나도 없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여러 블로그들을 돌아다니며 드는 생각은 댓글에서 나오는 그 공격성과 지나친 혐오들은 블로그를 통해서는 그렇게까지는 많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블로그를 가지고 글을 쓰는 이들은 적어도 함부로 아무렇게나 댓글을 다는 이들과는 달리 자신의 소신과 글을 쓰는 방향을 가지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내가 참고하는 블로그의 기사들은 대부분 기독교인들에 의해 쓰여진 것들은 아니었지만 상식과 함께 현상을 파악하는 점에서 많이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 많았다. 이점은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어쩌면 지난 한달여간 경찰과 사이버 수사대의 노력(?)의 결과로 볼수도 있겠지만 후자에 관계되었으리는 생각은 한편으로 어두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 하여 씁쓸함을 느끼게도 된다.

인터넷은 정보의 공유와 함께 때로는 자기 생각과 틀린 생각이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임에도 그 공간까지 지나친 경찰력의 간섭과 정보의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이번 경우에는 당연한 것처럼 보일 수 있어도 다음 순간 정말 해야 할 말을 해야 할때 정작 소수의 힘없는 자들을 보호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가급적 인터넷은 상식이 통하고, 그래서 익명성이 보장되더라도 함부로 말하지 않는 분위기가 지속되길 바란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욕을 하고, 결과적으로 신문과 TV에서 검열과 수사를 강요당하는 분위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결국은 정말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유일한 폭로처를 망치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말이 길어졌다.


석방조건의 허와 실

5가지 석방조건이라는 것을 보게 되었다. 어제 발표된 정부와 탈레반사이의 5개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한국군의 연내 철수
2. 이달말까지 한국 비정부기구(NGO) 종사자들의 완전 철수
3. 기독교 선교사 아프간 입국 중지
4. 완전 철수때까지 한국인에 대한 공격 중지,
5. 탈레반 죄수와의 맞교환 조건 철회

이 중 사실상 1번에서 3번까지의 요구사항은 굳이 요구사항이라고 할것도 없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군의 철수는 이미 언론발표를 통해 철수기한이 알려졌고, 그 철수 준비를 시작했다고 발표한 지금 굳이 철수연기를 발표하는 것은 더 이상한 일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또 이미 아프간 피랍사건 이후 한국인들에 의한 NGO 들 역시 이미 철수를 시작했고 거의 철수한 상태이다. 또 실제로 있는지 확인하지는 못하지만 한국인으로 아프간에 남아있는 선교사는 없으리라 보인다.

결국 1번에서 3번까지의 요구조건은 실제적인 어떤 효용을 가진 것이 아닌 어쩌면 굳이 억지로 가져다 붙인 요구사항으로 보인다. 이 점은 굳이 재해석을 해 본다면, 어쩌면 이미 정당성을 잃은 피랍사태의 책임을 더 이상 가지지 않으려는 탈레반의 움직임으로 볼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그들이 무장폭력단체인 테러집단이라고 해도 그들에게 곧 다가올 이슬람의 금식 기간인 라마단은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점에서 이미 장기화되고 더 이상 그들에게 있어봐야 더 이상의 효용이 없어진 인질들은 오히려 라마단기간을 거치면서 이슬람들의 반감을 자아 낼수도 있기에 인질의 조기 석방을 결정한 것이 아닐까? 게다가 만의 하나 라마단기간중에 인질중 누군가가 죽기라도 한다면 탈레반은 신성한 라마단기간중에 이슬람에 대한 자신들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본다면 그들이 내건 세번째 조건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굳이 넣지 않아도 될 기독교 선교사(이미 다 철수하고 남아있지도 않는 사람들)를 언급함으로서 그들은 이슬람세계에 대해 자신들이 이슬람을 지키는 존재임을 은연중에 드러내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민간인을 납치하는 테러집단으로의 탈레반이 아닌 이슬람을 지키는 보호자로서의 탈레반을 라마단 이전에 드러내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이는 탈레반의 이슬람내에서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이 될수도 있다. (정말 그렇게 될지는 사실 조금 더 두고 봐야할 것이다. 이슬람내에서도 바보만 있는 것은 아니고, 탈레반을 이슬람의 대표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점에서 이루어진 극적 협상이었기에 어쩌면 정부는 협상을 진행하면서 가졌던 것보다 더 나은 협상조건으로 피랍인들의 석방을 끌어낼 수 있었으리라 생각해본다. 어쨌건 장기화된 협상은 석방을 낳는다는 공식이 다시금 맞다는 결과를 이끌어 낸 셈이고, 동시에 세가지 요구조건은 실제로 별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쉽게 말해 얼마의 석방비용을 약속하고 공증받은 것이 아니므로), 테러와의 협상 운운하는 것은 사실 별 의미가 없는 것이 되었다.

이말은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석방비용이 들었는가 아닌가는 별개의 문제이고, 실제로 석방 비용을 언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석방 비용을 받지 않았다고 포로의 석방을 미루는 것은 더 이상 한국 정부의 책임이 아닌 탈레반의 도덕성(그게 있는지도 모르겠지만)에 치명적인 것이된다는 점이다. 동시에 테러와 한국 정부가 협상을 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한국 정부가 해주기로 한 약속은 아무것도 없다(혹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점이다. 이미 철수키로 예정된 군대의 철수와 이미 철수한 NGO와 선교사들, 실제로 협상의 결과로 그들에게 주어지는 이득은 없다는 것이고, 이것이 앞으로 한국인들에 대한 추가 납치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억지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위의 링크에서도 밝혔듯이 테러와의 협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이미 정치적인 발언일 뿐 실제로 그것을 지키고 있는 나라도 정부도 없다. 굳이 있다면 강대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약소국에 그 조항을 들이미는 것 정도일 뿐이다. 실제로 이 조항은 헐리웃영화를 빼고 써먹을 만한 곳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게다. 그렇다고 테러범들에게 항상 협조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적어도 대화를 하고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을 테러에 굴복했다고 표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차라리 탈레반 5명을 풀어주고 석방된 이탈리아 기자를 통한 이탈리아 인들에 대해 위협이 증가되었지 굳이 의미없는 약속을 주고 받은 한국인들의 추가 위협이 극에 달할 정도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어쩌면 이 부분은 라마단기간을 맞은 탈레반의 조바심과 정부의 적절한 대응으로 얻은 결과라고 생각된다. 이번 인질 석방이 라마단기간이라는 절묘한 타이밍에 잘 맞아 떨어진다는 점에서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기뻐하는 것은 너무 이른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번 일에 기분좋은 흥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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