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물소리, 찬양을 사랑케 한 그 책

2008. 6. 18. 11:24서평/[서평] 기독교

많은 물소리 WAVE 상세보기
편집부 지음 | 죠이선교회 펴냄
회중용 찬양곡집. 건강한 예배 모임을 통해 발굴되고 검증된 찬양곡으로 엄선하여 총 1,075곡의 악보를 수록하고 있다. 앞부분에는 '사전식 색인', '성경말씀 색인', '주제별 색인'을 담아 필요한 찬양곡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많은물소리, 처음에 왠 많은? 이라며 의아해했던 기억이 있다. 그도 그럴것이 워낙 익숙치 않은 설정이었으니 말이다. 대체 어느 누가 에스겔서에 나오는 혹은 계시록에 나오는 천사들의 날갯소리에 관심을 기울이기나 했을까? 우리는 매일 부자와 나사로이야기나 아니면 가나안 포도주 사건, 기타 눈에 확 트일만한 특별한 이벤트를 기대하고, 그 기대에 걸맞는 설교를 하기 위해 또 그 본문을 붙잡아야만 하니 말이다.

참, 재미있는 책 제목이었다. 그리고 강한 인상이 남는 책의 제목이었다. 그 이후로 많은 물소리를 한번도 내손을 떠난적이 없다. 1992년 처음 나온 많은물소리 Ver 1.0 을 손에 들고 느꼈던 느낌이었다. 이후 Y2K, ORG, BLUE 등 한권을 빼고는 모두 구입했다. 첫째는 곡의 편집상태가 보기 좋았고, 둘째는 거기 실린 글과 철학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지금 WAVe 까지 구입하고보니 집에 책이 여러권 쌓인다. 결국 이전의 책들은 더이상 모셔둘수가 없어 폐기처분을 했다. 가슴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과거는 현재에 길을 내어주고, 현재는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기에, 기꺼이 과거의 좋은 추억은 머릿속에만 남기기로 했다.

책은 총 8개의 짧은 찬양과 관련된 글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 글을 통해서 많은 물소리의 철학을 보여준다. 많은 물소리가 그따까지 나왔던 다른 찬양집들과 달랐던것은 거기엔 왜 노래를 해야 하는지, 혹은 왜 노래를 해서는 안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공감하는가 아닌가는 두번째 문제다. 첫번째 문제는 지금까지 찬양집은 무조건 많은 악보를 집어넣고 보기좋게 편집만 하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누구라도 만들수 있고, 누가 만들어도 전혀 달라질 수 없는 그런 찬양집들이 교회를 덮고 있었다. 그 속에서 제대로 된 찬양을 고른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여러권의 찬양집을 구입해야만 했고, 그 속에서 필요없는 (도저히 찬양이라고 부를 수 없는) 곡들은 빼어가며 곡들을 선곡하고 찬양을 하곤 했었다. 오죽했으면 몇안되는 청년들이 모이는 청년회에서 별도의 찬양집을 짜집기해서 만들기까지 했을까, 물론 90년도 초반의 일이다.

많은 물소리를 처음 보았을때 신선한 충격이 다가왔다. 깊이 고민하는 또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고, 그들은 편집만을 한 것이 아니라, 좋은 곡을 모은 책을 만드는 것으로 그친것이 아니라, 직접 노래를 만들고 있다는 것까지도 알게 되었다.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뜨인돌]이라는 곳에서 만든 곡들을 책의 곳곳에서 찾게 된다. 그리고 그 곡들을 하나 하나 기타를 튀겨가며 불러본다.

여기서 처음 알았던 곡이 [보라 너희는 두려워 말고]였다. 당시엔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곡이라 기타로 음을 하나씩 쳐가며 불러보았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곡이었다. 번역곡이 아니라 [뜨인돌] 직접 작곡한 곡인데, 이런 곡이 있다니 하면 상당히 놀랐던 기억이 난다. 지금 이 곡은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찾아보면 어떤 이의 앨범에도 들어있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이 곡을 기타를 들고 남자 청년들이 우렁차게 불렀던 그때의 그 감격을 잊지 못한다. 많은 물소리는 찬양을 수입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의 찬양을 고민하며 스스로 구성하고 있었다. 필요하면 번역곡을 또 필요하면 직접 손으로 그린 악보와 가사를 그 안에 들이댄다. 이걸 써봐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들이미는 곡을 보고 있노라면 아~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들은 유명한 CCM사역자들은 아니었지만, 고민하는 사역자들이었다. 그리고 그 고민은 지금, 아니 90년대 한국교회의 찬양에 가장 필요한 요소였다. 지금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그들의 꾸준한 노력과 지금 모든 찬양집의 편집의 기본처럼 되어버린 많은 물소리는 여전히 한국의 예배자들에게 귀한 도전과 아름다운 찬양을 보여준다.

이쯤에서 많은 물소리에 수록된 "보라 너희는 두려워 말고"를 들어보자. 아쉽게도 티스토리에서는 음원을 정식으로 구입할 수가 없다. 다음(Daum)측에 여러번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음원을 제공해주지 않는다. 누가 공짜로 달라고 하나 돈주고 구입해서 사용하겠다는데 다음블로그에서는 되는 음원들을 왜 티스토리에서는 기술상의 문제 어쩌고하며 안된다고 하는지... 기술의 기가 한자로 뭔지도 모를게다. 기술적인 문제로 안될게 따로 있지 음원제공이 기술적인 문제로 안된다니 공학대 옆 밥집 강아지가 웃을 소리다(공대 옆 밥집에 3년만 있으면 강아지도 그 정도 기술은 가질게다).

(자동재생은 되지 않는다. 직접 클릭해서 재생을 하자 )

책 소개를 하다가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했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랴. 나는 책 장사가 아니라 이 책을 보고, 듣고, 읽고, 구경하고 그리고 거기서 내가 얻은 것, 내가 본 것을 말하는 것이니 말이다.

책의 철학에 대해서 앞에서 이미 언급했다. 많은 물소리는 찬양에 대한 상당히 깊이 있는 고민을 담고 있다. 짧은 글 속에 들어있는 그들의 고민은 어쩌면 이미 한국에서 찬양사역을 한다는 이들에게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그런 고민들이기도 하다. 어찌하면 노래를 잘 부를까, 어찌하면 키보드 연주를 더 멋있게 할 수 있을까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는 먼저 찬양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앎으로 우리는 누군가가 전해준 것을 되뇌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우리의 언어로, 우리의 노래로, 우리의 감성으로 소화시킬 수 있게 된다. 거기에서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의 찬양이 아닌 우리의 찬양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엔 양희송, 이대귀, 이국운, 황병구, 홍장수, 마이클 카드의 글이 실려있다. 각각의 글들은 그 글 자체로도 충분히 책 값을 할 정도다. 나는 많은 찬양곡들이 실린 책을 산 것이 아니다. 나는 찬양을 고민하는 이들의 고민이 실린 책을 산 것이다. 그리고 그 책 안에는 그들이 즐겨부르는 찬양곡들이 보기 좋게 담겨있었다.


많은 물소리, 찬양을 사랑케 한 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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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licleLim(2008.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