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노태우, 1992년 김영삼, 1997년 김대중, 2002년 노무현, 2007년 이명박, 2012년에는?

2010. 10. 17. 17:49Eye/시사단평

1987년 노태우, 1992년 김영삼, 1997년 김대중, 2002년 노무현, 2007년 이명박, 2012년에는?

1987년 이전은 접어두자. 정부 여당이 뽑은 후보가 무조건 대통령이 되게 되어있는 체육관식 선거였으니 말이다. 1987년,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을 수 있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큰 분기점이 바로 1987년이다. 이전에는 반대만 하면 되었지만 1987년 이후로는 그런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국민이 직접 투표를 하고 대통령을 뽑는다. 돈을 쓰건, 거짓말을 하건, 눈물로 호소하건 어쨌든 국민들에게 어필해야 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1987년, 대선을 앞두고 소위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사이에 묘한 기운이 흘렀다. 결국 대선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가장 앞장섰다고 인정받아온 두 어른이 등을 돌렸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손을 잡고 사이좋게 통일민주당을 만들었던 두 사람이 등을 돌렸다. 누가 더 잘못을 했을까? 그 사이에서 많은 이들은 단일화를 말했다. 백기완씨는 스스로 후보자리를 사퇴하며 두 사람이 단일화되기를 바랬다.... (지금도 아쉬운 부분이다. 차라리 그때 백기완씨가 후보로 끝까지 완주했으면 어땠을까하는 마음이 든다.)

결국 대통령은 노태우가 되었다. "이사람 믿어주세요"의 보통사람, 노태우 당선의 주역은 통일민주당의 양김이었다. 제대로 단일화만 성공했더라면 김영삼과 김대중은 연이어 대통령을 하며 10년 동안 대한민국을 민주화의 모범적인 케이스로 세계에 알릴수 있었을 터였다. 1988년 올림픽은 한국을 세상에 알리는 중요한 기회였다. 이후 대한민국의 정치는 옆에서 보기에 역겨울 정도의 한심한 모습을 띄게 된다. 한나라당(당시의 민정당, 민자당?)에 입당하는 김영삼, 사분오열된 야권, 1992년 김영삼의 대권 성공, 1997년 야당 총재 김대중의 탈환, 후보단일화에 실패했지만 감성작전으로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망해버린 경제를 들먹이며 대선 탈취에 성공한 지금의 이명박에 이르기까지 어느것 하나 제대로 된 "정치(政治)"로 보일만한 것이 없다. 망한건 경제가 아니라 정치였던게다.

대한민국의 정치계가 얼마나 코미디로 보였으면 이런 사람도 대통령하겠다며 "그까이꺼~" 하면 대선 출마했겠나.


반성은 없고, 다시 단일화를 해야 한단다. 이번엔 후보단일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야권단일정당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일에 대한 점검, 반성은 뒤로 한채, 그저 이번에 한나라당에 대통령을 빼앗긴것이 분해 죽겠다고 나섰다. 사실 뺏긴게 아니고 진거다. 김대중, 김영삼의 연대로 10년의 민주화 시간을 통째로 버렸다. 나중에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되기는 했지만 이미 혼자 힘으로 할수 있는 것은 별로 남아있지 않았다. 그 뒤를 이어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었지만 정작 아무것도 제대로 한 것이 없었다. FTA건, 파병이건, 심지어 집값마저도 말이다. 물론 하고 싶은 변명이야 밤을 세워 말해도 다 못할게다. 오죽했으면 퇴임 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진보정치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을까. 그 부분은 비록 그가 실패했지만 그래도 나름 퇴임후에라도 최선을 찾으려는 노력을 보였다는 것에 동정이 간다. 김대중과 김영삼의 파토도 왜 할말이 없겠나? 둘 다 충분히 할 말이 많을게다. 그리고 그 때문에 피해를 본 후대의 많은 정치인들은 왜 할말이 없겠나? 그러니 국민의 명령이니 뭐니 하며 단일정당을 만들겠다는 허황된 소리도 충분히 나올만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한나라당의 탓으로 돌려서만은 안된다. 왜냐고? 김영삼이 민자당에 들어간 것일까? 아니면 김영삼에 민자당이 흡수된 것일까? 이전의 민정당과 민자당은 같은 당이 아니라고들 말한다. 믿거나 말거나 어쨌든 여당인 것에는 틀림없지만 김영삼의 영입이후로 많은 변화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반면에 김대중이 남아서 만든 평민당, 민주당, 그리고 지금의 제일 야당의 모습은 어떤가? 정말 한나라당과 다른 당이라고 말할 무엇이 있기나한가? 한편으로 보면 그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파이를 뺏어먹기 위해 청군, 홍군으로 나뉜 운동회같지 않은가? 그런데 그걸 보면서 마치 엄청난 잘못이 저편에만 있고, 이쪽은 항상 당하기만 했던 피해자인양 하는 호소는 설득력이 없다. 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가? 대한민국의 민주화가 이렇게 후진화된 것은 민자당, 민정당, 한나라당의 책임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있음을 왜 인정하지 못하는가? 그래, 노무현 전대통령의 죽음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해서는 안될일을 저들이 했다. 하지만 그게 당신들의 모든 잘못을 덮지는 않는다. 길거리에 연쇄 살인범이 버젓이 걸어다닌다고 해서 강도와 도둑들이 큰소리칠 이유는 안된다는 게다.

이쯤되면 양김이 모두 잘못했다고들 나온다. 일반적인 대응이다. 너도 잘못이고 너도 잘못이다라는 식이다. 과연 누구에게 더 큰 책임이 있는지 알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한국 정치가 이모양이다.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식이다. 굳이 잘잘못을 따질 필요가 없다고들 생각한다. 정치인이란 다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니 말이다. 정작 한나라당을 반대하면서도 무엇을 반대하는지, 왜 반대하는지, 당의 정책인지, 당에 속한 한 사람인지, 구별이 불분명하다. 그저 싫다는 게다. 이게 옳은걸까? 아니다. 그게 싫어서 야당을 단일당으로 만들겠다고 나선 사람까지 있다.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

"1987년 YS·DJ 후보 단일화가 됐다면" 이라는 제목의 한겨레 기사 내용을 클릭해서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단일정당을 만드는 것도, 야당이 승리하는 것도 아니다. 한나라당에 항상 승리할 만한 정당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현실성이 없다. 한나라당은 영원이전에 생겨서 영원토록 존재하는 그런 곳이 아니다. 언제든지 당의 이익에 따라 흩어지고 모이기를 반복하는 정당이다. 미안하게도 지금의 야당 정치인들 중 상당수는 한나라당에 있었던 이들이다. 필요하다면 당장이라도 흩어지고 몇몇은 보내고 새로운 몇몇을 받아들여 새로운 정당으로 만들수도 있는 곳이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고 어떻게든 승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이다. 정직한 정당의 정직한 사람의 말을 믿어주는 것이다. 사기꾼의 거짓말을 분별해 내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대선을 통해(지난 대선, 단회성 대선의 결과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대선 전체를 의미한다) 무엇을 배웠는가? 무엇을 깨달았는가? 아직 배울것이 남았다면 조금 더 어려운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게 우리 후대들에게 바른 선택의 중요성을 가르쳐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