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에 대한 소고 : 한 모텔의 민원으로 폐쇄명령을 받은 대안학교 이야기

2012. 5. 2. 09:19Eye/시사단평


중등과정 졸업논문 발표회때 찍은 사진(출처:파주자유학교 사진자료실)



1. 들어가는 글


거대담론도 중요하지만 생활속 작은 부분이면서도 간과할 수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여기엔 파주자유학교의 상황을 간략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상당히 많은 문제들이 그렇듯, 여기서도 힘을 가진 기득권과 생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대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선 한 교사의 편지내용부터 소개합니다.



   살다살다 학교의 교육환경 때문에 주변 모텔의 영업을 제한한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모텔의 영업 때문에 학교를 폐교해야 한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 해외토픽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기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경기도는 대안교육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대안교육 1번지로 불리워질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대안학교가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인근 모텔에 의해 폐교 위기에 처한 파주자유학교도 그 중 한 곳이다. 파주자유학교는 2002년 초등과정 대안학교로 설립되었다. 국내에서 초등과정 대안학교로는 처음 문을 연 것이다. 이후 10년간 파주자유학교는 초중고 통합 12년 과정의 대안학교로 성장하였다. 아이들의 안정적인 교육을 위해 정식 인가를 받을 필요성을 느껴 관련 규정에 따라 환경기준에 걸맞는 학사를 건축하기 위해 땅을 사고, 자금을 모아왔다. 그러다 최근 2011년 11월 파주 헤이리 예술인 마을 인근의 성동리에 초중고 통합학사를 준공하여 본격적으로 대안학교 인가 신청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학교 건물이 들어선 곳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모텔 ‘소풍’이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크고 작은 민원을 제기하더니, 모텔 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마을 자치단체 ‘홍익회’의 이름으로 대안학교가 모텔 옆에 있어서 건전하지 않으니, ‘대안학교를 폐교’해줄 것을 건의하는 진정서를 교육청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여기까지는 상식밖의 모텔 측이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지만, 민원접수 후 교육청이 즉각적으로 모텔 측의 주장을 들어 학교를 폐쇄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파주자유학교는 모텔의 그러한 고발이 있기 전 이미 정식 으로 인가 절차를 해당 교육청에서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우리 사회의 현주소가 어디에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의 욕망에 대한 추구가 정점에 치달아 있는 우리 사회가 이미 자정 능력을 심각하게 상실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경쟁적인 공교육의 폐해로 학교 폭력 문제와 아이들의 자발성 및 인성 파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지금, 아이들에게 새로운 교육의 길과 건전한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기성세대가 자본주의의 폐해 말엽에 있는 러브호텔의 손을 들어 그 손으로 아이들의 건강한 배움의 터전을 파괴하려하고 있는 것이다. 부끄럽지도 않은가! 


   나는 부끄럽다. 내가 한 일이 아니지만 그러한 기성세대 속에 나 역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몹시 부끄럽다. 


  모텔을 운영하는 분께서는 대안학교로 인해 얼마나 영업에 손실을 입었는지 모르겠으나 그 모텔의 기능이 과연 건전하고 상식적인 것이라 한다면 운동장에서 오전에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고작 전교생 68명의) 왜 투숙객의 유입이나 체크아웃을 방해하고, 얼마나 그 영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말인지, 그 근거와 데이터를 정확하게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모텔 사장의 입장에 손을 들어 학교의 의견은 무시한 채 아이들의 배움터를 무참히 무너뜨리려고 하는 마을주민들은 그 가슴에 무엇을 품고 사시는지 묻고 싶다. 


더불어 지역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는 교육청 공무원께서는 모텔과 대안학교 중, 오늘날 한국사회에 무엇이 더 교육적으로 필요한 시설이며, 여러분이 과연 어느 입장의 말을 더 경청해야 하는지, 진정 여러분이 교육청에서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듣고 싶다. 


  교육청의 통보대로라면 한국 최초의 대안초등학교로 문을 열어 지난 10년간 대안교육의 역사와 함께 뿌리내려온 파주자유학교는 설립 10주년을 기념하는 해를 맞아 한 모텔의 민원제기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나는 바로 그 파주자유학교의 교사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묻곤 한다. 행복하니. 네가 지금 행복하면 그걸로 괜찮다. 라고. 우리를 고발하고 우리학교를 폐쇄하려는 어른들에게도 그 말을 해주고 싶다. 


지금 행복하십니까? 



2012. 5. 1. 파주자유학교 교사 멀고느린구름



2. 간단한 내용 소개, 원글 링크


이 편지는 http://fscloud.tistory.com/438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파주자유학교는 http://www.pajufreeschool.org/ 에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지금 공지사항에는 위에 언급할 일로 학부모회의가 시작되고 있더군요.


귀찮은 걸 싫어하는 분을 위해 링크 하나 더 : http://www.pajufreeschool.org/cms/templete/pjfree/sub/index.php?code=001005&bid=notice&qry=read&no=38946



3. 대안학교와 모텔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0년간 대안학교로 지내온 파주자유학교 주변에 최근, 모텔이 세워졌습니다. 그리고 학교 건물이 세워졌습니다. 학교 건물을 짓기위해 학교측에서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재정준비에 걸린 시간이지요. 어쨌건 부지 구입은 5년전, 건물은 최근 세워졌습니다. 다시말해 모텔이 세워지기전에 학교 부지가 구입된 상태였고, 모텔을 만들면서 학교가 어디에 만들어지리라는 것은 충분히 인지가 된 상태였습니다(객관적 사실).


모텔을 지은 후 모텔 주인이 영업방해라는 명분의 민원을 넣었습니다. 그러자 파주시 교육청 경영지원과분들이 학교에 와서 모텔측에서 주장하는 말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인가를 받지 않고 학교 명칭을 사용하거나 학교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 의무교육 대상자의 보호자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경우 벌칙을 규정한 「초중등 교육법」65조와 67조를 프린트해와서 보여주면서 명칭을 학교라고 쓰지 말고 학원이라고 쓰면 서로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편하다고 말했다 합니다.(학교측 견해)


이후 '학교'라는 명칭을 쓰지 말라고 공문이 내려왔고, 파주자유학교 측에서는 학교의 존폐에 관계되는 사안이라 여겨서 다시 살핀결과 '학교'라는 명칭을 쓰면 안된다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등 인가받은 학교인 듯한 명칭이 문제가 됨을 알았고, 또 학원등록을 하게 되면 오히려 교육청의 지도감독을 받아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현재는 대안학교가 미인가상태라 교육청과 관련이 없지만 학원으로 등록을 하며 교육청의 지도감독을 받게 됩니다.



4. 대안학교와 교육청


이후에 다시 학교관계자가 교육청을 방문했을때는 또 다른 내용을 보여줍니다. 이번엔 모텔의 민원이 아니라 도교육청의 공문이었습니다. 모텔 민원이후 도교육청에서 발빠르게 움직임을 보였더군요. '대안학교가 인가를 받도록 지도한다'. 내용은 그럴듯 하지만 대안학교자체를 폐쇄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후의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위에 링크된 글을 읽어보시면 이해되실 겁니다. 결국 모텔의 민원을 시작으로 교육청분들이 움직여서 대안학교를 폐쇄하고자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강한 위력으로 윗분들을 움직인 것인지는 모르겠고, 교육청이 정말로 공교육을 철썩같이 믿어서 대안학교같은 사이비학교를 뿌리채 뽑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대안학교, 대안교육 자체가 현재 대한민국 공교육이 보여주는 잘못을 고쳐보고자 상당히 무리해가면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 지원을 하지는 못할 망정 모텔의 민원을 이유로 학교 폐쇄 공문을 내릴 정도니 이정도면 교육청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지 탄식이 나올 지경입니다.



5. 대안교육과 공교육



대안학교는 나라의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교육청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안교육이고, 대안학교입니다. 대안학교의 교육을 인정하고 지원해준다면 얼마나 고맙겠습니까마는 지원을 받는 다는 조건은 곧 교육청이 정한 커리에 따라 학교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안학교는 더이상 대안학교가 아니게 됩니다. 인가를 받지않아 내가 낸 세금으로 내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사용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인가받지 않은 대안학교를 보내는 이유는 있습니다.


제 아들도 대안학교에 보내고 있습니다. 정부지원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교육비는 부모가 전액 부담해야 합니다. 학교 시설 사용과 교사들에 대한 봉급, 교육비, 급식비 모두 학부모가 부담합니다. 대안학교에 보내는 이유는 지금의 대한민국 공교육에서 보이는 잘못된 교육시스템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바라는 교육은 서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한 일원이 되는 것이고, 함께 살아가면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교육입니다. 지금의 학교는 경쟁을 통해 일등을 골라냅니다. 경쟁을 통해 적자생존을 가르칩니다. 학교는 밀림의 축소판입니다. 일진과 엘리트들에 둘러쌓여서 학생들은 살아남기위해 애를 써야 합니다. 종종 거기서 밀려서 삶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발생합니다. 어른이 되어서야 '미분 적분 배워서 현실에서 쓸일이 뭐가 있어?'하며 교육에 대해 쓴소리를 토해냅니다. 미분, 적분 배워서 현실에서 쓸 정도가 되면 성공한 사람입니다. 모두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교육, 그래서 그런 교육보다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면서 자연속에서, 이웃과 함께 호흡하는 기쁨을 아는 그런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대안교육을 시작했습니다. 교육청에서 알아주기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이정도로 한심하다못해 역겨운 반응이 나올줄은 정말 몰랐네요.


교육이 바뀌어야 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대안학교들을 통해서 나오는 노하우를 일반 학교에 적용시키며 공교육이 더욱 좋은 교육이 되도록 하는 것이 교육청이 할 일이지, 대안학교를 문닫게 해서 공교육외에 아무런 대안을 없애는 것이 과연 다원화된 이 시대에 할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교육청에서 허가내준 학교외에 어떤 대안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게 전제적 시스템을 강요하는 히틀러때나 혹은 많은 보수적 언론에서 혀를 차는 북한식 세뇌교육과 비교해 다를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P.S. 모텔측 입장과 그에 대한 제 비판을 다시 적어보았습니다. http://jeliclelim.tistory.com/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