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의 아픔은 나의 아픔인가?

2007. 9. 28. 19:54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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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버마의 최근의 간단한 역사

버마, 현재는 미얀마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나라는 인도의 영향을 받아오다 1885년 인도가 영국의 식민자가 되면서 인도의 일개 주로 영국 식민지에 편입되었다. 그후 1930년 인도에서 해방되고, 1942년부터 3년간 일본의 식민지로 있게 된다. 1948년 아웅산 장군의 지도하에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독립을 쟁취한다. 그후 공산주의, 반군, 소수 민족 봉기 등 많은 어려움을 겪은 후 1962년 네윈(Ne Win)이 정권을 잡게 되고, 14년의 짧은 의회민주주의는 막을 내린다. 이후로 미얀마라는 말 대신 버마라는 말로 이 글은 통일하기로 한다.


이후로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한개 정당이 버마를 지배하는 독제정치가 계속된다. 1988년에는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민중항쟁이 있었다. 이때 3000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다. 1988년 8월 8일의 일이라고 8888민주항쟁이라고도 불린다. 1990년 5월 전국적인 선거가 있었다. 이때 아웅산 수기 여사의 NLD(National League for Democracy)가 82%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 선거결과만으로 본다면 당연히 군부는 모든 것을 아웅산 수기에게 맡기고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군부는 역시 독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금까지 아웅산 수기는 가택 연금등을 당하며 갇혀 지내왔으며 NLD의 주요인물들 역시 감금되는 등 자유로운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군부의 독재 이유는 단순하다. "서구 민주주의는 자국의 상황에 맞지 않는다"였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기도 하다.



2. 누구도 가지 않는 곳에, 누군가 가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인 기자가 버마현지를 취재하던 중 사망하는 사고가 생겼다. 나가이씨는 평소 "누구도 가지 않는 곳에, 누군가가 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주로 분쟁지역 취재를 담당했다고 한다.


버마는 누군가 있어야 하는 곳이다. 위험한 곳이고, 적어도 민주화 투쟁이 발발한 시점에서는 전시와 같은 위험요소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나가이는 이곳이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라고 판단했다. 죽음을 예감했을까? 그것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그는 알고 있었기에 누구도 가지 않는 곳에 자신이 가서 거기 있었던 것이다.



3. 민주화 경험이 있는 한국만 ...


한국에 있는 버마 국민이 미얀마 대사관에 가서 시위를 했다고 한다. 그 소식을 전하는 기사 중에 이런 글이 한토막 실려있다.


특히 이들은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에 지지를 호소했다. 버마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 즈모아 집행위원은 “한국 정부는 버마 자원개발과 현지 진출 기업들의 이해 때문에 버마 민주화에 침묵하고 있다”며 “아세안 가입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는 민주화 지지 선언을 했는데, 유독 민주화 경험이 있는 한국만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4. 언제부터 이랬을까? 왜 그랬을까?


이기적 인간의 지독히 이기적인 선택, 애국과 국가주의 코드로 무장한 무식한 전체주의 사상, 아프간이건 이라크건 미국의 비위를 거스리는 세계화와 민주화를 기대하기 보다는 국가적 실익을 따져 "참전"을 선택하는 정치가와 광신도들, 민족주의를 내세워 타민족과의 비교우위에 있다고 항상 자위하는 열등정신, ...


언젠가 터키에서 만났던 알리는 내가 한국인임을 알고 자신의 형제처럼 대해주었다. 적어도 그는 처음 보는 나를 만나며 반가와했고, 떠나보내며 손을 흔들어주기까지 했다. 단 한가지 이유때문에, 그가 한국 전쟁에 참전해서 우리를 위해서 싸워주었다는 그것 때문이었다. 그는 돈때문에 참전하지 않았다. 그는 터키의 실익을 위해 참전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굶주리고 죽어가는 이들에 대한 아픈 마음을 가지고 참전했다. 그래서 그는 한국인을 보았을때 자신의 형제라고 기꺼이 부를수 있었다. 우리도 그럴까?


아프간에 참전한 군인들이 나중에 한국에 온 아프간 사람들을 보며 반가와서 기꺼이 집으로 불러 저녁을 대접하고, 새벽 이슬을 맞으며 도시락을 준비해서 그들을 배웅하며 손을 흔들어 줄수 있을까? 그렇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가 거기 간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미국의 명령을 받들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미대통령의 명령은 대한민국 대통령과 국민들에게는 신의 명령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가 거룩한 성전(Holy War)을 벌이는데 어찌 그 명령을 거역하여 다른 생각이나 할수 있겠는가? 당연히 그 성전에 참여해야지 말이다!


버마와 다른 나라들에서 한국을 보면 한국은 민주주의를 이룬 경험이 있는 나라로 보인다. 광주에서 그랬고, 그 이전과 그 이후에 한국 사회는 치열한 다툼을 통해 지금에 이르렀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아쉽게도 겉보기엔 이룬듯 하지만 정작 내면은 여전히 과거의 망상과 독재의 죽지않는 은혼이 떠돌고 있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마치 짧은 노래 가사처럼 말이다. "죽지않아!"


버마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이익은 한국의 미래와 직결된다. 적어도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큰 영향을 미칠것이라고는 생각한다. 만약 버마가 정치적으로 지금보다 더 혼란해 진다면? 그래서 NGO들이 다시 바마로 들어온다면? 그때는 경제인들의 투자가 멀어질 것이다. 그때는 이미 진출한 기업들도 계속할 것인지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이미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손해볼 것을 계산해야 한다. 이미 IMF로 그리고 그 이후에 계속된 경제 침체로 힘들어질 대로 힘들어진 한국 경제에 이러한 타격이 온다면? 그래도 버마에 일고 있는 민주화운동을 지지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그래도 그래야 한다! 다른건 몰라도 나는 그럴것이다!



5. 가고 싶은 곳과 가지 않으면 안되는 곳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곳이 있다. 잘 지은 아파트, 귀족 같은 생활을 누릴 공간, 문화의 혜택을 누리며 상류사회를 사는 이들의 공동체, 그곳은 TV를 통해 우리를 유혹한다. 거기 와서, 거기서 인생을 기쁨을 만끽하라고 말이다. 그곳은 굳이 내가 가지 않더라도 가려고 하는 이들이 돈을 싸 짊어지고 가려고 줄서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 반대인 곳이 있다. 누구도 가려고 하지 않는 곳, 그래서 베일에 싸여있는 곳, 가서 그 베일을 벗길 수도 있지만 베일을 벗기지 못한 채 개죽음을 당할 수도 있는 곳이 지구상에는 비일비재하다. 그 중 한곳에 나가이는 갔다.


한국은 민주화의 경험과 아픔을 알고 있는 나라다. 적어도 광주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 때 나는 그 소식을 어렴풋하게 나마 들었다. 자세히는 몰랐지만 적어도 광주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내 귀로 직접 들었다.
그 소식들을 전해주는 이들이 있음으로 인해 묻혀질 뻔 했던 일들은 드러났고, 결국 모두가 알게 된다. 일본은 한국에도 책임이 있고, 버마에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나가이는 그곳으로 갔다. 적어도 그에게는 "나라도 가야한다"는 신조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어떤가? 몸사리기에 바쁘지 않은가? 미국의 눈치를 보며 언제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코치 받기에 바쁘지 않은가? 자신의 입을 두고 자신의 말을 내뱉지 못하는 이를 무어라 부를까? 자신의 입을 가지고 타인의 말을 내뱉는 이를 무엇이라 부를까? 그는 사람이 아니다. 앵무새일 뿐이다.



6. 대체 우리가 뭘 할수 있을까?


할수 있는 것은 없다. 솔직히 없다. 인터넷이 발달되었으니 이 소식을 널리 알린다고 하자. 한글로? 택도 없다. 한국에서 아무리 블로그에 글 많이 써봐라. 누가 그거 번역해서 읽어주기라도 할까? 정부조차 신경쓰지 않은 버마사태(?)를 블로거들이 글쓰고 집단시위한다고 알아줄까? 꿈도 꾸지 마라.
차라리 영어로 블로깅을 한다면 모를까? 유투브에 제대로 된 영상과 글을 올린다면 모를까? 또 그런다고 영어로 글 한편 써서 도배하듯 이놈 저놈 모두 여기 저기 나르지 마라. 추하다. 촛불집회? 세계에서 알아주기나 할까?
그럼 어쩌라고? 사실 할게 거의 없다. 할수 있는 것이 없다. 직접 가서 총맞아 죽을 각오하고 민주화투쟁에 함께 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그저 조용히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 땅에 새로운 민주주의의 모습이 드러나기를 염원하는 것 외에는 말이다.
조용히 지켜보며 그 아픔에 동참하고, 차라리 작은 성금이나마 모아서 전달하는 것, 그리고 한국 정부가 버마의 민주화에 대해 바른 소리를 내기를 요청하는 것 그 이상은 우리에게 속해 있지 않다. 적어도 이것 만큼은 우리가 하자는 것이다. 지켜보는 것,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것, 그리고 커피한잔 마실 돈을 모아 성금으로 모으는 것, 한국 정부에게 쓴소리를 하는 것 이것만큼만이라도 할수 있었으면 좋겠다.



[참고링크들]

간략한 버마의 역사 및 버마 소수부족과 양심수
http://withzaw.net/98?TSSESSION=7b8b4e73345a819423ffc75f51aa5995

버마 일본인 희생자는 APF통신사 나가이씨
http://dangunee.com/132103

버마 민주화 투쟁을 보고 안타까움
http://bluecolddeepsea.tistory.com/33

기업들 노심초사
http://news.media.daum.net/economic/industry/200709/28/kukminilbo/v18279725.html

한국정부가 버마민중항쟁에 지지 입장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
http://blog.daum.net/savesmg/11173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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