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런 탁구의 주먹질

2010. 8. 26. 13:00Eye


며칠전에 쓴 글이 무색하게 어제 밤 제빵왕 김탁구에는 여느 드라마와 다르지 않은 주먹다툼이 일어났다.
물론 억지로 이해하려고 하면 상황이야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픽션이고, 곧 드라마 작가의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준과 유경의 관계를 알고 실망해서 돌아간 빵집에서 만난 아버지, 그 아버지가 맛있게 먹어준 빵, 아버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안아주었던 그 장면은 이 드라마만이 가지고 있는 힘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빵집문을 닫도록 한 배후세력을 캐기위해 탁구는 거성식품에 찾아갔다. 거기서 우연히 마준과 마주친다. 그 특유의 시니컬한 미소를 지으며 마준은 만약 내가 그랬으면 어쩌겠냐고 탁구에게 시비를 건다. 거기서 나온 탁구의 주먹질. 아무리 이유가 타당하더라도 이 드라마의 성격상 주먹을 휘두르지 않았으면 했다. 탁구의 주먹질을 두가지 이유에서 잘못된 선택이었다.

첫째, 마준에 대한 형의 위치를 포기하게 만든다. 이미 이전에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자신이 마준의 형이며, 형으로서 인정받겠노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무력으로 마준을 제압하려 한 순간, 더 이상 탁구는 마준의 형이 아니게 된다. 공든탑을 쌓는데 걸리는 시간은 수십년일수 있어도 허무는데 걸리는 시간은 순간이듯이 말이다.

둘째, 더 이상 유경은 탁구에게 미안해하지 않게 된다. 남아있던 약간의 가능성을 버린것이 탁구의 주먹질이다. 마준이 탁구의 주먹질에 대항해 맞받아치는 대신 맞아주는 상황속에서 유경은 마준을 선택하게 된다. 이전까지 가지고 있던 탁구에 대한 마음보다 마준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더 커지는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돈과 힘으로 여자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마준과 주먹으로 울분을 표현한 탁구는 그 순간 누구를 탓할 수 없는 동일한 위치에 선 것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니 유경은 마준과 탁구사이에서 갈등하겠지만, 실제 상황이고 유경이 제정신의 여자라면 그 두 형제를 떠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최고의 선택을 할게다.

어쨌거나 탁구의 주먹질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작가는 이 후의 이야기를 어떻게 펼쳐나갈까? 더 이상 평범한, 그래서 바보같은 뻔한 한국 드라마의 뻔한 플롯과 장치는 잠시 접어두고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기 바란다. 프로타고라스와 안타고라스의 대립과 갈등,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묘한 감정과 복수,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단순한 카타르시스를 뛰어 넘을 그 무엇을 기대해보아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