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으로 겨울을 나야 하는 사람들 ...

2007. 11. 13. 21:03Life

어릴적 연탄불이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는 버릇이 있었다.
집은 조금 높은 곳이었고, 주변에 비슷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날씨가 추워지면 잘 닫히지 않는 창문은 매서운 바람을 토해냈고, 그 바람은 이른 새벽 책상위에 놓아 둔 물그릇에 살얼음을 얼게 하기도 했다. 한번은 친구들을 집으로 불렀고, 그 다음날 친구들은 모두 감기에 걸렸다. 나만 빼고 말이다...

추운것이 익숙해진 것일까? 이제는 왠만한 추위는 오히려 상쾌하게 느껴질 정도다. 지금 내가 사는 집은 다행히 가스보일러가 설치된 집이다. 도시가스가 들어오니 겨울을 나는데 별 걱정은 없다. 넉넉하고 사치할 형편은 안되지만 그래도 세끼 먹을 것이 있고, 비록 내 소유 아니지만 그래도 등붙일 집이 있고, 추운 겨울 따듯하게 지낼 보일러가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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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라디오뉴스를 듣는다. 뉴스엔 연탄으로 올 겨울을 나야 하는 이들이 아직도 주변에 있음을 알려준다. 내가 사는 세상은 한편으론 수천만원, 수억원이 '떡값'이 되기도 하면서 정작 몇백원이 없어 겨울걱정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똑같은 사람인데, 똑같은 인권을 가지고 있다는데, 한민족이라는데,.. 그런데 왜 이런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검사명단 중 세명이 공개되었단다. 그 사람들 이름은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상당히 높은 자리에 올라갈 양반들인데 거기에 이름이 나왔으니 무척 곤혹스럽겠지. 그런데 왠지 그것도 하나의 작당한 쇼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오히려 검찰에서 빨리 명단 공개하라며 난리를 피웠으니 말이다. "니 이름이 나올게다. 그러면 아니라고 잡아떼면서 시간을 끌어라. 그러면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해줄께. 정히 안되면 나중에 옷 벗은 후에 우리한테 오면 좋은 자리줄께..." 왠지 이런 환청이 귀에 들리는 것 같다....

올 겨울, 추운 계절을 나야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에게 몇백원은 큰 돈이다. 그런데 또 한편에서는 연탄가격을 올린다는 소식도 들린다. 연탄은 사치품이 아니다. 연탄은 부족한 자의 마지막 생존의 도구다. 그것을 2030년까지 매년 30% 가격인상을 하겠다는 것은 뉴스가 아니다. 그것은 뉴스를 빙자한 "악플" 이다. 삼성에서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재신의 증식시킨 이들에게 세금을 물려라. 삼성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행한 모든 것에 제동을 걸어라. 그리고 그 돈으로 연탄가격을 잡아라. 이 나라는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삼성 장학생들에 의한, 삼성을 위한, 삼성관계자들의 나라인가?

이 겨울, 추운 계절을 따뜻한 마음으로 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정부 시책은 연탄가격을 시장경쟁에 맡기지 마라. 왜 미국에서 연탄 가격에 대한 정부보조금을 줄이라고 공문이라도 왔느냔 말이다. 돌봐야 할 국민을 돌보지도 못하고, 잡아야 할 기업의 부정도 눈 돌리고, 정작 남는 재정으로 멀쩡한 도로 뒤집어 엎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하는 유일한 일이 되지 않게 하라.

이 겨울, 그래도 해가 비치는 창문이 달린 집에서 춥지 않은 겨울을 나며, 따스한 밥과 국물을 마시며 웃는 아이의 얼굴을 대할 수 있는 나의 삶은 그들에 비하면 충분히 사치하며 사는 삶이다.



연탄으로 겨울을 나야 하는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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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licleLim (2007.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