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윗에서 대화하고 싶은 사람들, 자기만의 무엇을 가진 사람들 ...

2009. 10. 23. 19:04Eye

최근 트위터를 시작했다.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도 참 재미가 있다. 마치 Hetel 이 처음 시작되었을때(Ketel 시절), 밤새워 채팅을 하던 기분이다. 당시는 전화선에 모뎀을 물려 통신을 했다. 처음 가졌던 모뎀이 1200bps 짜리였으니, 요즘에는 골동품이 되어버린지 오래된 것들이다. 화면에는 텍스트만 있었다. 텍스트만 써도 화면 두장 넘어가려면 한줄씩 천천히 나오는 그 화면, 마치 영화의 엔딩에 나오는 그 엔딩 크레딧을 보는 느낌으로 스크롤을 했야 했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통신에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나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겸손했다. 상대를 모욕하지 않고 생각이 틀리다고 면박을 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채팅을 종종 밤을 새우곤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Hitel 이제는 과거의 추억이 되버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점점 아무나 접속할 수 있는 통신이 되었다. 점점 대화의 수준은 낮아지고 그저 그런 웃기고 시간만 잡아먹는 그런 채팅룸이 늘어났다. 통신을 끊었다. 마침 그때 인터넷이 도입되고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IRC 라는 것을 알았다. 또 다른 채팅의 재미, 또 다른 정보의 흐름에 접속하는 순간이었다. IRC와 USENET을 오가며 많은 것을 말하고 듣고 배우고 깨달아갔다. 토론의 방법 즉, 바르게 싸우는 요령을 터득했다.

인터넷도 시간이 지나자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이제 포털의 신문기사를 보고 거기 있는 댓글은 안본지 오래됐다. 볼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수많은 댓글들이 정작 중요한 댓글은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 블로그를 알았고, 블로그를 통해 나만의 생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블로그는 외로운 곳이었다. 한번 다음의 메인에 떴던 때 수많은 댓글들, 적어도 그중 3/4은 악플로 도배된 내 블로그를 보았다. 외롭다못해 처절한 곳이었다. 다행이 이미 바르게 싸우는 요령을 터득했기에 별 문제될 것을 없었다. 나는 내 생각을 말하고 그 정당성을 주장했다. 생각이 틀리다면 다른것이지 내가 비진리요 너희가 진리가 되는 것은 아니니, 누가 뭐라든 나는 내 생각을 고수하겠다는 신념이 생길 정도였으니 말이다.

최근에 트위터를 알게되었다. 여긴 또 다른 세계다. 사람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를땐 고독했다. 무엇을 써야 하는지 그 짧은 단문의 문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사용법을 몰랐으니 말이다. 조금씩 하다보니 사람들이 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열심히 무엇인가가 오가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오프모임이 이렇게 활성화되고 있다니... 인터넷에서는 채팅에서는 카페에서는 쉽게 볼수 없었던 풍경이 펼쳐진다. 아, 이래서 SNS 구나, 이래서 사람들이 여기에 빠지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그 얼굴이 드러난 상태에서 우리는 서로를 인격으로, 하나의 글이 아닌 인격으로 대하기 시작한다.

내 나이 40 (이런 나이를 공개해 버렸다. 국가일급기밀정보를... ^^), 예전처럼 예쁘고 쭉방몸매를 가진 계집애를 쫒아다닐 나이는 지났다. 시시콜콜한 농담따먹기를 하며 혹여나 저 애가 내게 말을 걸어주지나 않을까 가슴설렐시간은 지났다(물론 아직도 가끔은 그런 설렘이 있다. 남자는 죽을때까지 그 버릇 못버린다. ^^;). 40, 이것을 불혹이라함은 유혹을 받지 않음이 아니라 유혹을 떨쳐버릴 각오가 서야할 나이이기 때문이다. 농담따먹기를 하는 어린애들을 지나서 뭔가 꿈을 쫒고 있는 사람을 보면 설렌다. 마치 내가 그 나이때 그러지 못한 것이 반성이 되고, 또 내가 그런 고민에 빠졌을때 아무도 제대로 된 조언을 해주지 못했던 것을 떠올리게 된다(조언해주는 사람은 많았다. 단, 그다지 도움이 안되는 것이 문제였다. 죄송합니다. ㅜ.ㅜ). 앞을 향해서 가는 사람들,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 눈을 반짝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듣고 싶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함께 고민해주고 싶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말을 건다. 그가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지 공개된 대화의 내용을 본다. 그리고 나는 그를 친구로 삼고 싶어진다. 가벼운 대화로 시작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꿈을 가지고 사는지, 지금을 통해 내일의 그를 알고 싶어진다. 나이는 중요치 않다. 나보다 나이가 드신 분들에게도 또 나보다 나이가 어린 그를 통해서도 나는 새로운 배움을 가지고 또 새로운 배움을 나누어간다.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지만 당분간 트윗의 세계는 나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곳이 될 듯 하다.

P.S. 트위터의 사진을 믿지 못하는 이유는 사진조작술의 신기를 보았기 때문이다. 원판보존의 법칙? 이미 그 법칙은 휴대폰 카메라의 등장과 함께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추방되었다. 나는 많은 이들을 보았다. 그들이 얼마나 정교하고 교묘하게 사진을 (특히 얼굴사진을) 조작(?)하는지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