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은 내가 잘 알아

2008. 9. 2. 00:02Eye

부모와 아이 사이 상세보기
하임 G.기너트 지음 | 양철북 펴냄
할 책 감정코치 교육의 기본개념을 담은책 휼륭한 부모가 되는 기술을 알려준다. 아이와 부모의 심리 치료 경험의 결과물로서 부모들에게 아이들과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실천적 안내서이다. 부모들이 매일...

내 자식은 내가 잘 알아

오늘은 어떻게 이 아이에게 화를 낼까, 어떻게 이 아이를 혼을 낼까, 얼마나 큰 소리로 아이의 기를 죽일까 계획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부모는 없다. 화를 내고 때로는 큰 소리를 치더라도 곧 후회하고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야단치지 않고 소리도 지르지않고 싸우지도 말아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부모들은 하루를 시작하려고 한다. 하지만 실제는 항상 바램을 저버리게 된다.

아이의 반응과 그 반응에 따른 부모의 반응은 아이에게 어떤 식으로든 결과를 낳게 한다. 부모의 대응이 적절했든 혹은 적절치 않았든 결과는 아이의 자존감과 인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모들만 아이들의 장래를 망친다고 믿고 싶어한다. 하지만 아이를 사랑하고 자신의 아이가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들도 아이를 비난하고, 창피주고, 꾸짖고, 위협하고, 매수하고, 처벌하고, 창피를 주며, 설교하고 훈계한다. 물론 바른 가르침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종종 우리는 부모들이 가진 말의 파괴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내가 어렸을 때..."라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말만 하면 감히 그 앞에서 대꾸도 하지 못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선생님이 틀린 말을 해도 그 틀린것을 지적하기라도 하면 엉덩이에 불이 나도록 매를 맞았다. 그것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얼마나 가혹한 기억인지를 충분히 알면서도 우리는 종종 내가 당한 것에 비교해서 지금의 아이들도 그정도까지는 당하지 않았으니 감사하라는 투의 심정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이 소위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일반 부모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를 이해하는 지식이다. 이 지식의 부족은 자기가 좋아하지도, 원하지도 않은 말을 아이들에게 쏟아내게 한다. 어느 순간 우리는 우리가 경멸했던 바로 그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좋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특별한 방법을 익혀야 할 필요가 있다. 의사가 수술실에 들어와 "사실 난 수술 경험이 전혀 없지만 환자들을 사랑합니다. 상식에 따라 수술을 할테니 걱정마세요."라고 말한다면 거기에 누워서 마취주사를 기분좋게 맞고 있을 사람은 없을게다. 당장 수술실 밖으로 도망가고 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는 사랑과 상식만 있으면 된다고 과신하는 부모들이 있다.

아이들의 일상적인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서 부모들은 외과 의사들의 칼쓰는 연습과 같은 말을 단련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충분한 기술을 익혀야 한다. 외과 의사의 메스는 수술이 필요한 바로 그 부위를 정확히 짚어낸다. 그렇지 못한다면 그는 돌팔이가 아니라 살인자가 되고 만다. 말은 육체를 찢어내지는 않지만 마음과 감정을 찢어낸다. 적절한 말은 상처를 찢어 악성종양을 도려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말은 가슴에 상처로 남아 오랜동안 고통을 주게 된다. 심지어 어떤 고통은 성장해도 치유되지 않는 상처로 남을 수도 있다.

음식점에 우산을 두고 가는 손님을 붙잡고 주인은 우산을 공손히 건네 준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히지 않는다.
"당신 대체 정신을 어디다 두고 사는 겁니까? 지난번에는 지갑을 두고 가더니 이제는 우산을 두고 다니에요. 항상 우리 집에 올 때마다 뭘 두고 다니는데, 정신은 똑바로 챙겨서 다니기나 합니까? 당신 동료분들은 그런분이 없는데 대체 당신 뭐가 문젭니까? 지금 당신 나이가 몇입니까? 마흔이 되어 보이는데 이런 버릇은 고칠때가 되지 않았나요? 언제까지 당신이 흘리고 간 물건을 주워줘야 합니까? 나도 여기 일 하면서 스트레스 받고, 힘들다구요, 난 당신이 흘리고 간 지갑이나 우산을 주워다주는 종이 아니에요! 눈은 뒀다 뭐에 씁니까? 머리는 또 뒀다 뭐하는거죠? 정신 좀 차리고 살라구요!"
우리는 손님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그저 "손님 여기 당신 우산이 있습니다"라고 말할 뿐이다.

부모들은 손님 대하듯 아이들을 대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란다. 자기 아이가 겁많고, 부끄러움 타고, 경솔하고, 미움받고, 미워하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은 성장과정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성격을 습득하게 된다.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지 못하게 된다. 버릇이 없게 군다. 지저분하고, 불안해하곤 한다. 부모는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아이는 행복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부모는 아이를 도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과 상식만이 아니라 적절한 기술과 그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 종종 우리는 TV등에서 보이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이러한 단편적인 기술의 한 단면을 엿보곤 한다. 그리고 그것이 모든 병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느끼곤 한다. 문제는 그 단편의 기술조차 보면서도 습득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부모들의 설익은 부모관과 단지 그것을 본것만으로 자신이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나친 자만심이다.

오이를 썰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안다. 적어도 빠른 속도로 오이를 채썰기 위해서는 충분히 오랜 시간 동안 여러개의 오이를 가지고 칼질을 하는 연습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을 말이다. 한번도 칼질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사람만이 TV에 나오는 요리사의 칼질을 보고 자기도 손에 칼만 들면 저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사로 잡힌다. 아이를 가르치는 것, 적어도 제대로 올바른 방향으로 아이를 이끄는 것은 사랑과 상식외에도 충분한 기술과 훈련이 필요한 부분이다. "내 자식은 내가 잘 알아"라고 소리치며 선생의 멱살을 잡는 부모는 이미 그 자식을 충분히 망칠대로 망친 자격 미달의 부모일 뿐이다.

내 자식은 내가 잘 알아
http://jeliclelim.tistory.com/312
JelicleLim(2008.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