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ye/시사단평2015.06.28 17:09

소방관들은 화재현장에서 자기 돈으로 산 장갑을 낀다. 



아이가 즐겨보는 과학잡지를 보았다. 거기엔 소방관들이 있는 옷, 장비, 심지어 미래에 개발될 소방로봇과 자기 힘의 몇배까지 낼수 있는 특수 소방관용 옷도 있었다. 잡지의 특성상 현실 상황을 기록하기보다 미래에 대한 희망사항을 소개해 둔 글이었다. 소방관은 아라미드섬유로 만들어 600도까지 견딜 수 있고, 자신의 평소 힘보다 세배 더 큰 힘을 낼 수 있는 옷을 입는다. 그래도 위험한 곳, 사람이 다니기 힘든 곳은 소방로봇이 출동한다. 쓰러진 사람을 찾기 위한 소형 카메라를 장착한 소방로봇이 작은 틈으로 돌아다니며 영상을 촬영하고 전송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의 기술의 진보로 볼 때 그리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미래에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은 이런 잡지를 보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운다. 위험한 일을 대신할 로봇의 등장, 위험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최대한 보호를 받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세상의 지도자들과 어른들을 보아왔다. 침몰해 가는 배 속에서도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신들을 구출해 줄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가졌다. 기꺼이 말도 안되는 안내방송을 따랐고, 믿음을 가지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세월호는 그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거대한 사건이다. 그래도 미래엔 희망이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기꺼이 의문부호로 만드는 사건이다. 거대한 힘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식 잃은 부모들의 절망을 한없이 느끼는 시간이었고, 그 거대한 사건마저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에겐 별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야당이라고 불리는 조직의 악함과 우둔함을 증명하는 시간이었고, 여당이라고 불리는 조직의 무서움을 한없이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생존의 욕구와 안전의 욕구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요구받는 믿음에 대한 헌신은 바로 이 나라가 가진 종교성과 맹목적 충성만이 살 길이라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세월호에 대한 모든 진상을 규명하겠노라는 이들은 금새 그 진상이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대처한다. 그리고, 왜 나를 믿지 못하느냐는 호된 질타가 위에서부터 아래로 쏟아졌고, 원내대표는 고개숙였다. 믿음을 갖지 못한 이들은 목숨을 걸고 자신의 믿음없음을 증명해야만 한다. 단원고 학부모들이 그러하고, 쌍용차 노동자들이 그러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러하고, 용산참사의 희생자들이 그러하다.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가 5단계를 이루고 있다고 말한다. 그 가장 아래부분에 위치하는 것은 생리의 욕구와 안전의 욕구다. 이것들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그 상위단계의 욕구들이 충족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흘을 굶은 사람에게 베토벤이나 모짜르트를 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기본적 욕구인 의식주와 안전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 믿음을 강요하는 것은 사이비종교 교주도 하지 않는다. 보통 이런것은 믿음이라고 하지 않고 협박이나 겁박이라고 부른다. 


소방관들의 방화복은 화재현장에서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도구 이상의 것이다. 그 방화복이 제대로 된 인증을 받지 못해서 소방관들은 3, 4년이 지나 폐기해야 할 구형 방화복을 입고 현장으로 출동한다. 아라미드로 된 방화복이라면 400도의 온도에서 상당시간 견딜 수 있지만 구형 방화복은 220도 이상에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 게다가 3, 4년이 지나 어느 부위가 틑어졌거나하면 그 이하의 온도에서도 치명적인 위험상황에 처할 수 있다. 스스로의 안전을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소방관들은 해외 직구사이트를 통해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소방장갑과 장화를 알아서 구입해서 사용한다. 국가가 소방관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기에 소방관은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오늘도 자신이 정비하지 못한 타인의 방화복을 빌려입고 현장으로 나간다. 



대한민국에서 살기 위해 자경단원이 되어야만 하는 현실, 오늘 우리는 장갑을 구입하는 소방관을 통해 개인의  안전을 국가가 지켜주리라는 헛된 희망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구원하는 아이언맨이 되기를 요구받는다. 아이언맨이 될만한 재력이나 배경이 없는 사람들은 알아서 머리를 숙여야만 한다. 그것이 국가의 지도자이건 야당의 숨겨진 지도자이건 간에 말이다. 당신의 자비로 내가 살아갈 수 있음을 고백하는 신앙, 그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살아남는 약자들의 종교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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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elicle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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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잘보고갑니다

    2018.07.27 17: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Work/Arduino2014.11.24 11:49

[오프소스, 오픈하드웨어 - 03] 초등교육으로서의 오픈 하드웨어, 아두이노



초등대안학교에서 방과후 교실로 아두이노를 가르쳐보고 있다. 솔직히 전기, 전자에 관한 깊이 있는 내용을 가르치지는 못한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내부 구조나 디지탈회로의 작동원리에 대해서 말해주는 것도 부담스럽다. 그런데, 아두이노로 LED 에 불을 켜보면 아이들의 눈빛은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그저 왜 배워야하는지는 모른채 배우는 것이 일반학교의 아이들이었고, 그래서 대안학교를 선택한 아이들은 왜 배워야하는지 모르니까 안배우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었다. 그런데 그 배움의 결과물이 눈앞에 보이면 달라진다. 더 알고 싶어한다. 지금은 가르쳐줄 수 없다고 말하는대도 계속 알고 싶어한다.


대안학교는 모두가 똑같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에 염증을 느낀 부모들이 시작한 자발적 교육 공동체이다. 모든 아이는 저마다의 다름이 있고, 그 다름을 인정받으며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 대안교육의 밑바탕에 깔려있다. 그런데, 그 다름을 제대로 구별해 내지 못한다. 현재 한국의 대안교육의 현실이 그렇다.


춤을 밤새도록 춰도 지치지 않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그림을 그리면서 화장실도 안가는 아이도 있다. 또 한편으론 춤과 그림을 그리는 것이 지겨운 아이도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다. 책도 다 다르다. 동화책을 좋아 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수학이나 과학책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다. 논리나 추리관련된 책만 읽는 아이도 있다.


무엇이 좋다고 하면 많은 부모들은 그리로 달려간다. 자기 아이에게 맞는지 확인도 해보지 않고 말이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부모들 중 대부분은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아이를 믿는다고 하지만 정작 아이는 아무것도 공급받지 못한다. 슬럼가에서 모두가 마약을 팔거나 사는 사회에 내던져진 아이는 자연스럽게 마약 중독자가 되거나 마약상이 된다.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아이는 특별한 아이다. 대안교육을 고집하는 부모들 중 상당수는 자기 아이가 특별한 아이라는 착각속에 산다.


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내 아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내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몰입하는 것이 무엇인지 거의 대부분의 부모들은 모른다. 그저 그들은 대세를 따라 가거나 대세를 거스리거나 할 뿐이다. 대안이 없는 대세의 추종과 불복, 둘 다 아이들에게는 독일 뿐이다.


비싼 사교육이 아니라 아주 저렴한 교육으로 아두이노는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또 다른 하나의 좋은 도구가 된다. 아이들의 로봇장난감 하나를 구입하려고 해도 몇십만원을 지출해야 한다. 하지만 아두이노는 3만원이면 된다. 저렴한 호환보드를 구입하면 만원안으로도 살 수 있다. 여기에 저항과 LED 는 10원과 50원이면 된다. 스위치를 붙여보고 싶으면 200원만 투자하면 된다. 전선과 브레드보드도 합쳐서 1000원에서 크고 좋은 것은 5000 원이면 된다. 몇십만원을 투자해야 하는 기존의 비싼 교구들에 비하면 아두이노는 아이들 스스로 용돈을 모아서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다.


뭔가 더 하고 싶으면 필요한 부품을 모아서 만들거나 만들어진 모듈을 구입하면 된다. 세상은 참 편해졌고 저렴해졌다. 이베이만 싼줄 알았더니 알리바바나 알리익스프레스는 더 싸다. 비록 중국산이고 조금 허접하지만 달리는 자동차의 제동장치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화분에 필요한 물을 주는 장치나 책상위에 올려놓는 시계를 만드는데 조금 허접해도 괜찮다. 쓰다가 고장나면 다시 사면 되니까...


출처 : 바람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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