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수 없는 맛

2007. 12. 20. 18:34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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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밤이 들어있는 밤식빵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식빵은 빵속에 밤이 제대로 들어있는 식빵이다.

어떤 식빵은 손에 밤이 뭉쳐있고, 주위엔 밀가루가 한껏 뭉쳐있다. 그래서 식빵을 반으로 가르면 밤이 쏟아진다. 남는 것은 딱딱한 밀가루반죽으로 된 빵덩어리만 남는다. 실격이다.

또 어떤 식빵은 빵속에 밤이 조금 들어있다. 밤식빵은 맞지만 그 속에 들어간 밤의 함량은 미달이다. 이것 역시 제대로 된 밤식빵은 아니다.

가끔 제대로 된 밤식빵은 만난다. 밤이 충분히 들어있고, 주변의 빵이 제대로 밤을 감싸고 있다. 이런 밤식빵을 만나는 것은 무척이나 기분좋은 일이다. 이런 밤식빵을 좋아할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닐게다. 그래서 이런 제과점의 밤식빵은 항상 잘 팔린다. 시간을 맞추어가지 않으면 빵을 사기가 어려울 정도니 말이다.
그런데 종종 제과점은 빵의 단가를 더욱 낮추어 수익을 높이기 위해 밤의 함량을 줄이곤한다. 결과적으로 밤식빵은 맛이 없어지고, 더이상 그 제과점을 찾지 않게 된다.

최근 하나의 제과점을 알게 되었고, 그리고 또 실망하게 되었다. 왜 처음의 그 맛을 지속시키지 못하는걸까? 처음의 그 맛, 처음의 그 결심, 그 처음의 마음을 잃어버린 사회를 설명할 유일한 단어는 "경제"다. 그래서인지 "경제"운운하는 책들, 돈벌레가 되어야 한다며 올라오는 베스트셀러들에 대해서 혐오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네 삶도 비슷하다. 한때는 하나님을 찬양하며 그분이 나의 주인이라는 눈물의 고백을 하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모든것을 잊고 주머니속에 든 돈을 계산하며 적당한 헌신의 정도를 주변과 비교하며 맞추려고 한다. 모두가 속이는 세상에서 혼자 정직하게 사는 것이 바보같아 보이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고, 그 가치관은 이미 교회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돈으로 살수 없는 맛을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해 보며, 또 다시 새로운 제과점물색을 시작해 본다.

돈으로 살수 없는 맛
http://jeliclelim.tistory.com/136
JelicleLim (2007.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