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12.01.29] 목사와 세금납부

2012. 1. 28. 23:45Life/Christian

최근 들어 종교인의 세금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종교인들 중 기독교(구체적으로는 개신교)의 목사들의 세금납부에 대한 것이다. 왜 교회 바깥에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우선은 개신교가 그만큼 사람들에게 가볍고 경망스럽게 보였다는게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두 번째로는 우리는 이렇게 힘들게 살면서도 꼬박꼬박 세금 낼 것 다 내고 사는데 왜 너희는 불노소득(교회 외부의 입장에서 보면)을 세금조차 내지 않고 꿀꺽하느냐는 일종의 반감의 표현이다. 이런 내용들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자.

개신교가 가볍고, 경망스럽게 보인다는 것은 왠만한 사람들은 인정할 만한 일이 되었다. 목사나 교회 지도자들이 더 이상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위치에 서지 못하고, 오히려 사회에서 손가락질을 받는 잘못된 일이 터졌을 때 거기엔 거의 기독교인 혹은 목사나 장로가 관련되어 있는 경우들이 상당히 많았다.

예전엔 목사나 전도사라면 교회와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들도 존경해주던 시절이 있었다. 어린 시절, 길에서 사람들의 돈을 빼앗던 깡패들이 가난한 전도사가 성경을 옆구리에 들고 가던 길을 막아섰지만 그가 전도사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오히려 깍듯하게 인사를 했고, 전도사는 그들에게 회개하고 예수를 믿으라며 전도를 했던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을 벌써, 먼 옛날의 일이 되었다. 더 이상 목사나 전도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소명에 따라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 광야에서 하나님의 음성만을 기대며 하루하루 안개 속을 걸어가는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지금의 한국교회는 기득권을 가진 큰 목사님과 그의 세력이 존재하고, 그 세력으로부터 나오는 떡고물을 받아먹기 위해 기꺼이 큰 목사님의 종이 되기를 자처하는 이들로 가득 차 버렸다.

기윤실의 대표적 인물인 손봉호 장로는 목회자의 세금납부문제를 끄집어내서 기독교 목사들로부터 꽤나 시끄러운 구설수에 올랐다. 사실 목사들의 세금납부는 한국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유독 한국에서만 종교인들의 세금납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실 법적으로도 소득세법에서 목사를 포함한 성직자에 대한 비과세소득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세금납부 대상이 맞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이후 정권은 종교인들에게 소득세를 매기지 않았다. 거대한 표를 가진 종교인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더 이상 목사들을 포함한 종교인들의 세금면제 혹은 세금납부거부 운동은 정당성을 상실하게 된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한 적이 있으나 대부분 억지 주장이 난무하고, 비약과 논리가 안드로메다까지 갈 정도다.

목사들에 대해서만이 아닌 모든 종교인들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목사들 중 대형교회를 목회하면서 연봉 억을 가볍게 보는 소득을 가지신 상위 몇 분들과 거대한 사원과 산을 소유한 몇몇 스님들만 정신을 차린다면 종교인들의 세금납부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90% 이상의 목사들에게는 이것이 현실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상당수(거의 대부분)의 부목사들이나 교육목사, 교육전도사 등은 비정규직이고, 급여는 알바수준에 못 미친다. 이런 분들은 세금을 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보호를 받게 된다. 그런데도 이런 분들 중에 목사가 세금을 내면 하늘에서 벼락이라도 떨어질 듯이 분을 내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을 위해서 아래에 성경을 적어본다.

가버나움에 이르니 반 세겔 받는 자들이 베드로에게 나아와 이르되 너의 선생은 반 세겔을 내지 아니하느냐 /이르되 내신다 하고 집에 들어가니 예수께서 먼저 이르시되 시몬아 네 생각은 어떠하냐 세상 임금들이 누구에게 관세와 국세를 받느냐 자기 아들에게냐 타인에게냐 / 베드로가 이르되 타인에게니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그렇다면 아들들은 세를 면하리라 / 그러나 우리가 그들이 실족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네가 바다에 가서 낚시를 던져 먼저 오르는 고기를 가져 입을 열면 돈 한 세겔을 얻을 것이니 가져다가 나와 너를 위하여 주라 하시니라 (마17:24-27)


예수는 자신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는 존재임을 말한다. 하나님이 만든 것을 인간들이 사용한다. 엄밀하게 말해 세금은 인간들이 하나님께 내야한다. 그러니 예수는 인간들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받아야 하는 존재다. 하지만 예수는 다시 이렇게 말한다. “그들이 실족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이 말은 의미심장하다.

실족에 대한 말은 바로 몇줄 아래에 다시 등장한다. “누구든지 나를 믿는 이 작은 자 중 하나를 실족하게 하면 차라리 연자 맷돌이 그 목에 달려서 깊은 바다에 빠뜨려지는 것이 나으니라(마18:6).” 당연한 권리를 행사할 때 그로인해 발생하는 실족이 가벼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차라리 목에 맷돌을 달아 바다에 빠뜨려 죽이는 것이 그보다 낫다고까지 말할 정도다. 이쯤이면, 예수까지 포기한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대체 무슨 정신으로 그러는지 정신감정을 의뢰해야 할 때가 되었다.

(본칼럼은 2012년 1월 29일 그교회 주보에 실린 칼럼의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