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소스, 오픈하드웨어 - 02] 오픈 하드웨어, 아두이노

2014. 11. 24. 10:55Work/Arduino

[오프소스, 오픈하드웨어 - 02] 오픈 하드웨어, 아두이노


소프트웨어로를 공개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이기는 하지만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은 없었다.

반면 하드웨어를 오픈 소스로 한다는 것은 이전에 해본적이 없기 때문에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를 위해서 간단히 아두이노라는 작은 하드웨어의 생성과정을 살필 필요가 있다.


이탈리아 북부에는 '이브레아(Ivrea)'라는 한적한 마을이 있다. 그 마을엔 지역을 지배하던 비운의 왕 아두인(Arduin)이 살고 있었다. 아두인은 1002년 왕이 되고, 채 2년이 못되어 독일 헨리 2세의 의해 왕좌에서 쫒겨난 왕이다. 이 왕을 기리는 술집 이름이 Bar di Re Arduino 인데, 이곳의 이름을 따 현재의 아두이노가 만들어졌다.


한적한 마음 이브레아에는 IDII 라는 전문대학원이 있다. 예술과 IT 를 융합하고자 하는 이들이 그곳에 모였다. 마시모 반지는 2002년 부교수로 부임하고, 그는 그곳에서 인터랙티브 디자인을 강의한다. Physical Computing 이라고 불리는 인터랙티브 디자인은 기술과 사람간의 조화를 통해 의미있는 의사소통을 이끌어 내는 것이 목적이다. IDII 는 재정이 넉넉하지 못했고, 그래서 베이직 스탬프와 같은 당시에 사용하는 하드웨어를 사용하기 어려웠다. 재정적 이유와 기술적 구현이 어려웠고, 게다가 비용에 비해 성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베이직 스탬프


마시모반지는 성능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고, 기술적으로 사용하기가 어려운 베이직 스탬프를 대체할 것을 찾기 시작했다. 그가 원했던 것은 공학자들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도 쉽게 프로그램하고 적용할 수 있는 어떤 것이었다. 마시모 반지는 우연한 기회에 MIT 미디어랩의 케이시 리아스와 벤자민 프라이가 만들 프로세싱이라는 언어를 접한다. 케이시 리아스가 IDII 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기 때문에 반지는 프로세싱에 대해 자세히 알수 있었다. 프로세싱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였고, 프로그램을 잘 모르는 디자이너들을 위해 만들어진 언어였다. 마치 종이에 개략적인 글로 설명하듯이 쓰면 되는 그런 프로그래밍 언어였다. 


이 프로세싱을 본따 만들어진 것이 바로 아두이노 IDE 다. 




두 그림을 보면 유사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똑같다. 처음부터 아두이노는 복잡한 기존의 전문가들이 쓰는 IDE 대신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하고 보기에도 간편한 IDE 를 원했고, 그래서 오픈소스인 Processing 의 IDE 를 그대로 가져왔다.


마시보반지는 계속해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직관적이고, 단순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저렴한 모델을 찾았다. 결국 2005년 첫 프로토타입이 만들어졌다. 




마시모 반지와 그의 동료들은 오픈 소스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쉽고, 빠른 생산,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으므로 그들은 모든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한다. 여기엔 2005년 말 IDII 의 재정난도 한 역할을 한다. 자칫 프로젝트가 사라지거나 엉뚱한 사람들이 그 내용을 변질시킬 것을 우려해서 공개결정을 빨리한 면도 있어 보인다. 




하드웨어를 오픈소스로 공유하기로 결정했지만 당시 이러한 사례가 거의 없어서 어떤 라이센스를 적용할 것인지를 몰랐다. 조사를 한 후에 CC 라이센스(CCL)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현재 아두이노는 모든 소스가 공개되어 있고, 하드웨어에 대해서도 모두 공개되어 있다. 누구나 그것을 보고 만들 수 있으면 그것을 수정, 배포, 판매하는 것도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 그래서 공식 아두이노와 함께 아두이노 호환 보드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이름들이 불려지고 판매되고 있다. 


CCL 의 재미있는 내용 중 하나는 이런 것이 있다. 제한 조건을 붙일 수 있는데, 자료의 내용을 수정할 경우 원저작자의 이름을 명시하지 말라는 것도 있다. 이를테면 아두이노 홈페이지에서 하드웨어관련된 모든 자료를 받아서 그것을 조금만 변형할 경우 - 이를테면 스위치를 하나 더 달거나, 하나 덜 달 경우 - 원래의 이름을 빼고 자신이 새로운 이름을 붙여서 만들고 판매할 수 있다. 이것은 두가지를 만족시킨다. 첫째, 누구나 오픈된 정보를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 그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은 그 제품이 원래 공개된 정보를 그대로 적용한 것이 아니라 일부 수정된 것임을 알게 한다는 것이다.


아두이노는 처음부터 저렴한 가격에 쉬운 사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고, 그 내용은 모두 오픈 되었다. 결국 수많은 마이컴칩들이 있었고, 현재도 기술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더 정밀하고 좋은 칩들이 있지만 상당수의 많은 일반인들에게 인기있는 것은 아누이노와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디버깅방법과 JTAG 등의 기술적인 진전이 이루어졌음에도 아두이노를 통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정방법은 시리얼모니터를 통해 PC 화면으로 보는 방법이다. 왜냐하면 저렴하고, 쉽기 때문이다.


이런 아두이노를 사용해 12살 짜리 실비아 토드는 수채화를 그리는 장치를 만들어냈다. 워터칼라봇(Watercolor Bot)이라 불리는 이 장치는 PC 나 아이패드에 그림을 그리면 그것을 그대로 수채화로 만들어 준다.






물론 위 그림처럼 정교한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아이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아이는 아이디어를 내고 그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것을 킥스타터(kick-starter)에 올렸고, 우리나라 돈으로 1억 가까운 펀딩을 받기까지 했다.


Maker 라는 잡지는 DIY 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주로 보는 해외 잡지다. 전문적인 기술을 다루는 국내의 "마이크로소프트웨어"같지는 않고 취미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현해 내는 사람들이 정보를 교류하는 잡지다. 언제부턴가 이 잡지에서 아두이노는 빠질수 없는 그 무엇이 되어 있었다. 처음 시작할때 Maker 는 아두이노를 몰랐다. 하지만 지금 메이커의 창시자 데일 도허티는 "아두이노는 메이커 프로젝트들의 두뇌아다"라고 말한다. 워터칼라봇 같은 대형 펀딩을 받을 수 있는 그런 프로젝트는 이제 드물겠지만 여전히 킥스타터나 인디고고에서는 아두이노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작은 투자들 유치하는 많은 사람들과 프로젝트가 있다.


MS 에 대항해 더 훌륭한 오피스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것은 더 이상 천재적 개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창의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지금도 킥스타터에 반려 애완동물을 위한 사료 보급 장치와 체중계, 먹은 사료양과 마신 물의 양을 종합해서 건강을 체크해주는 장치를 올리고 있다. 


거대 공룡같은 대기업이 모든 것을 만들고, 팔고, 관리하는 시대가 가고 있다. 이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드러나고 그 아이들이 구체화되고, 그것들이 짧은 시간동안 살아있는 상품이 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구현할 능력이 필요하다. 그저 머리속에 담긴 황금송아지는 판타지속 보물상자일 뿐이다. 그 보물상자를 꺼낼 수 있는 힘, 어쩌면 그것때문에 오픈소스 정신은 더더욱 필요해진다.


오픈소스, 오픈하드웨어, 최근들어 저작권이 필요없어진 3D 프린터는 이제 창의적 생각을 가진 개인에게 도전에 직면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되고 있다.


출처 : 바람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