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가 고작해야 1년짜리 짧은 열병에 불과하다고? 공감이 안가는 이유

2009. 11. 20. 10:54Eye

트위터를 하나의 서비스로 본다면 그렇다. 한 회사에서 보여주고, 서비스하는 하나의 단일 품목이라면 그럴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의 트위터라는 이름은 상당히 다른 관점에서 시사하는 면이 크다고 할수 있다.

[트위터 열풍, 길어야 1년뿐인 거품이다] 라는 한 블로그의 글에서 말하는 것은 트위터 열풍을 길어야 1년정도나 갈 정도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목은 단정지으면서 본문에서는

'...길어야 1년정도 유지될 거품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또한 국내에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하구요....'

라고 기록한다. 단정('거품이다')을 지었으면 주장을 분명히 하든가, 그저 전문가가 아닌 자신의 입장을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생각하구요')한다면 그렇게 제목을 낚시로 쓰지 말든가해야지 제목은 근사한 신문사의 기자들처럼 써놓고 내용은 자신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쓰는 것은 솔직히 조금(아니 솔직히 많이)  짜증을 유발시킨다.

나 또한 트위터를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트위터에 대해서 일종의 친근함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대한민국 모든 네티즌이 트위터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 솔직히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번 짚을것을 짚으면서 2010년 트위터의 한국진출에 대한 전망을 살펴보도록 하자.

1. 사용자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트위터의 사용자는 현재 상당수가 IT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기본 연령대는 (한국의 경우) 적게 잡아도 30대는 넘을 것으로 보여진다(조사된 바는 아니지만 몇차례에 걸친 오프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30대와 40대에 속해있었다. 물론 고등학생이하도 있긴 있다). 이는 인터넷과 미니홈피, 네이트온 등으로 알려진 10대와 20대 초반의 네티즌들의 성격과는 달리 포용력과 지속성, 다시말해서 하루가 멀다하고 상대를 바꿔가며 미팅을 즐기는 나이대의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관심분야가 일정한 사람들로 시작된만큼 성장은 더디지만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그 분야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고, 그런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언제고 다시 찾게 된다는 속성이 있다.

조용필 콘서트, 인순이 콘서트 같은 콘서트가 열리면 표가 바닥이 난다. 이문세 콘서트가 열려도 거기엔 10대와 20대가 있지 않지만 콘서트장은 가득차게 될 것이다. TV를 통해 매일 눈에 보이는 것은 걸그룹의 강세고, 꽃미남들의 행진이지만 정작 비싼 티켓을 주고 들어가야 하는 한물갔다고 그 이름조차 어린 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이들도 여전히 그 위력을 과시할 수 있는 배경, 그 배경이 되는 사람들이 트위터에 접속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들은 10대들과 같은 중독성을 갖지는 않는다. 나 역시도 트위터를 사용하지만 하루 이틀 그 이상도 전혀 접속하지 않고 지내기도 한다. 하지만 트위터는 언제라도 접속해서 누구와도 말이 통하는 사회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에 언제든 여유가 있을때, 말하고 싶을때 접속하게 된다. 하루 이틀 보지 않았다고 삐지고 왕따시키는 문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트위터는 베스트셀러같은 폭발력 대신 스테디셀러같은 지속력을 가질 수 있다. 이 지속력은 30대 이상의 사람들에게서 보여지는 사람친화적 성향을 보여준다. 트위터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예전 PC통신이 시작할 때의 감흥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많았다. 그들의 말은 그때의 구수함이 다시 생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국내 어린 사용자들의 놀이터가 된 미투데이가 한 역할을 해준다. 미투데이는 트위터와는 달리 국내서비스로 트위터보다 사용이 편리하다. 또한 10대와 20대의 우상이라 할만한 연예인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국내의 소셜네트웍은 10, 20대와 30, 40대가 미투데이와 트위터로 나뉘는 특별한 구조를 띄게 된다.
트위터가 지속성이 없다고? 폭발력은 없겠지만 지속성은 앞으로 한동안은 계속 될게다.


2. 블로거들의 시각에서

트위터는 수익구조가 없다. 블로그를 통해 광고를 유치하고 그 결과로 일정 수입을 올리는 사람들의 눈에 트위터는 시간낭비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심지어 써둔 글도 다시 찾기 힘들고, 140 자라는 제한사항은 뭔가를 제대로 쓸수 없게 만드는 강한 제약조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서 사람들이 블로그대신 트위터를 이용한다는 것을 간과한다.

블로그는 논리정연한 글을 쓸 수 있다. 그 글로 자신의 주장을 피력할 수 있다. 디펜스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트위터는 그런 글을 쓰기에 적합하지 않아보인다. 영어로 140 자로 글을 써보면 알겠지만 한글로 문장을 쓴 것을 영어로 번역하면 140자는 턱없이 부족한다. 정말 말 그대로 한두문장, 그것도 짧게 써야만 가능한 것이 140자 제한이다. 그나마 한글이니 140자로 어느정도의 내용을 담을 수 있다.

이런 형편이다보니 기존 블로거의 입장에서 트위터는 매력적이지 않다. 오히려 사람들이 여기에 빠져드는 것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일게다. 거기에 검색도 제대로 안되고, 된다고해도 트윗검색을 하는 사람은 찾아볼래도 찾아볼수도 없고, 수익구조도 없다. 그런데 이게 트위터의 장점이 된다.

사람들은 편한 글을 원했던 게다. 친구에게 전화걸어 한시간을 수다떨면서 지구의 환경오염에 관해서 말하거나 드라마 플롯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든지 하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없다. 그저 생각나는대로 말하고 그 말에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새로운 말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한 시간을 수다를 떨고 전화를 내려놓으며 아무것도 한 이야기가 없는 것 같지만 아직 더 해야할 말이 더 많이 남아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것, 그게 바로 소셜네트웍, 즉 인간사이의 기본적 소통본능이라고 할수 있을 게다.

검색은 중요치않다. 10분전, 전화통에서 친구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걸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전화통 붙잡고 A4 종이 4장에 기록된 기,승,전,결의 완벽한 문장을 10분이상 혼자서 설교하는 사람은 없다. 블로그와 구조가 전혀 다르다는 말이다.

블로그는 한 개인(혹은 글을 쓰는 집단)이 글을 쓰고 그 글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기본이 된다. 댓글을 통해 피드백을 받기는 하지만 글을 쓰고 탈고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은 스스로 하는 작업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또 다른 블로그들과 경쟁하게 된다. 무엇이 잘 쓰였는지, 읽힐만한 것은 무엇인지 파워블로거들은 그것에 집중한다. 그러다보니 많은 블로그에서 다루는 것은 그가 가진 생각, 그가 가진 무엇이 아닌 사람들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하는 어떤것을 담으려고 애를 쓴다. 그게 상업화된, 소위 수익구조를 가진 블로그들이 갖는 한계다.

소셜네트웍으로서의 트위터는 이런 한계를 과감히 포기했다. 검색조차 않되게, 글은 140자로 제한되게, 그래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광고를 올린다는 것은 상상도 안되도록 만들어버렸다. 물론 트위터 본사는 돈을 벌겠지, 하지만 사용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거기서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낼수는 없을게다.

즉, 트위터는 수익구조를 버리는 대신 동네 우물터에서 모여서 빨래하는 예전의 정감을 부활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 의도가 한국의 3,40대에게 먹혀들어간 것이다.

UCC와 미니홈피와는 전혀 다르다. 경쟁적으로 많은 일촌을 양성하기보다는 내가 들을 수 있을 만큼의 팔로우를 가지는 것으로 끝난다. 내가 소통할 수 있는 만큼의 사람들과 대화를 한다. 시스템의 MAX가 아닌, 나의 MAX 혹은 Average 를 찾는 것이다. 내 소리가 모든 사람들에게 들려져야만 한다고 마음 한편으로 자신하는 이에게 트위터는 독약과 같다. 왜냐하면 그는 누구의 소리도 듣지 않으면서 자신의 소리만 하던 이전의 구태의연한 발상에 사로잡혀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Block 의 대상이 될수도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3. 아이폰과 스마트폰으로 연결되는 네트웍

블로그의 글을 보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그건 차분하게 책상앞에 앉아서 읽어도 충분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위해, 버스나 지하철에서 아이폰이나 스마트폰을 들고 그 작은 자판을 두드리는 사람은 없다(혹시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본적이 없다). 집에 가서, 혹은 도서관이나, 직장에서 여유를 가지고 글을 써야 한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할 테니 말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많은 이들은 스마트폰이든, 핸드폰이든 그저 DMB와 영화를 보는 정도로만 여겼다. 기껏해야 고스톱같은 게임을 하는 정도였고, 가끔 eBook을 읽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트위터의 출현으로 이제는 전화대신 얼굴이 보이는 사진과 글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지루한 지하철안에서 아는 얼굴을 만나 글로 대화하는 기분은 한시간이 넘는 지하철의 무료함을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물론 모든 트위티안들이 스마트폰을 가진것은 아니다. 하지만 초두에 언급했듯이 상당수의 초기 멤버들이 IT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하기 바란다. 폭발력은 없지만 지속성이 있고, 오랜 시간 접속을 하지는 못하지만 잠간의 짬을 내어 짧은 글을 주고 받는 기분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동네 우물가의 한가한 여유를 대표한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라는 우물가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짧은 문장으로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폭발력이 있을 거라고? 전혀 아니다. 우물에 사람이 많이 모여봐야 시장이 될 뿐이다. 그 시장바닥은 트위터가 의도한 바는 아니다. 지속성이 없을 거라고? 그것도 틀렸다. 최소한 구글웨이브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구글에서 의도한 정도의 서비스와 사용자를 갖추기 전까지 트위터는 지금과 별반 다를것이 없는 스테디네트웍이 될 것이다.


4. 마지막 사족

마지막으로 굳이 필요없는 사족을 달고자한다.
트위터서버는 국내에 있지 않다. 다시말해서 내가 무슨 글을 썼건 누구라도 검색이 가능하지만 동시에 누구라도 검색가능하지 않은 자료는 대한민국 정부라도 영장을 청구해서 트위터본사의 서버에 담긴 자료를 볼수 없다는 뜻이다. 내가 공개한 것만 보여지는 것, 지나간 것 중 검색이 가능하지 않은 부분, 지워진 부분에 있어서는 프라이버시가 지켜진다는 점, 이것이 해외에 서버를 둔 트위터를 쓰는 약간의 보안의식이 철저한 나의 개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스팸메일이 올 것이 뻔한 사이트가입시에 적는 메일은 국내 메일을 쓴다. 다음이건 파란이건 네이버건간에 말이다. 하지만 정작 보안이 필요한, 그래서 누구라도 함부로 압수수색을 할수 없는 메일이 필요하다. 내가 비밀이 많은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언제든지 그들이 원하면 발가벗겨질 수 있고, 그럴 위험을 안은채 사는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PGP를 사용하고(사실 키는 가지고 있지만 이걸로 암호화해서 보내본 적은 없다), GMAIL 을 사용한다.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기 때문이고, 대한민국 정부에서 누가 나와서 보잔다고 서버를 통째로 넘겨주지 않으리라는 작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가 고작해야 1년짜리 짧은 열병에 불과하다고? 공감이 안가는 이유
http://jeliclelim.sisain.co.kr/357
JelicleLim(2009.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