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이 없었으면 한명숙이 이겼을까?

2010. 6. 3. 21:12Eye

한명숙씨의 선전과 아쉬운 패배에 대해 나름대로 그 원인을 분석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정치적, 정책적 이유 분석대신 숫자로 나타난 현상으로 한 가지를 들어보고자 한다.

사용된 자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투개표정보다. 인터넷으로 지역별 개표상황이 잘 나타나 있어 이를 활용하였다. 스프레드시트는 구글독스를 사용하였으며, 그래픽처리는 아트위버와 윈도우 내장 그림판을 사용하였다. 모두 공개 소프트웨어다.


1. 노회찬만 없었으면 한명숙이 이겼을텐데...

물론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가정은 오세훈이 안나왔으면이라는 가정과 별 다르지않다. 아깝게 졌다는것 때문에 오히려 그 불똥이 애매한 진보신당으로 튀는것은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흘리는것과 다를 바 없다.

노회찬은 진보신당의 사람이다. 진보신당은 민주당과는 상당히 다른 정책과 가치관을 가진다(이 부분은 다른 글을 통해 써보고자한다). 그것을 묵살하고 너희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본다는 생각은 바르지않다. 차라리 한나라당에 여전히 목맨 사람들을 아쉬워하거나 아니면 선거조차하지 않은 이들의 무관심에 안타까와함이 옳다.

또 한편으론 오세훈은 한나라에 속했다는것 말고는 그다지 서울 시장으로서 나쁘지 않았다. 삽질한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에 나쁘지않게 처신헸다. 오히려 4대강과 세종시 등 서울과는 별 상관없는 문제들 때문에 식겁(?)한 어찌보면 피해자일수도 있다. 한국에서 줄 잘못 선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큰 일인지를 잘 알았을게다.


2. 숫자놀이

이제 본격적으로 숫자를 보자.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혹자는 말하지만, 숫자는 대단한 힘과 가능성, 그리고 뼈아픈 현실을 보여준다. 숫자는 단순하지 않다.

오세훈,한명숙,지상욱,노회찬,석종현,계,무효,기권
2086127, 2059715, 90032, 143459, 18339, 4397672, 28510, 3785279

위의 숫자가 기본이 된다. 오세훈은 한명숙보다 많은 투표수를 받았다. 그래서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했다.

그래프로보면 차이가 확연해진다.


이 그래프때문에 애매한 노회찬에게 비난이 쏟아진다. 비난의 전제는 [저 놈(한XX당)만은 안돼]인데, 사실 이 논리는 조금만 따지고 들어가면 설득력을 잃는다. 자리와 위치, 하는일은 똑같은데 저놈(한XX당)대신 이놈(민X당)이 들어간다고 뭐가 달라질까? 조금 덜 부패할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목표로 삼기위해 또다른 꿈을 꾸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하대하는것은 그놈이 그놈인 상황을 만드는것 밖에 안된다.

그럼, 또 다른 숫자를 보자


이 네개의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대한민국 전체의 투표율이 54.5% 라는것과 서울의 투표율은 그에 미달하는 53.7% 라는 것이다. 정확한 수식은 머리가 복잡할것을 고려해 생략한다. 서울의 투표율이 전국수준이 된다면, 76,722 표가 새롭게 나온다. 물론 이 표들중에 한나라당을 찍을 표도 있긴 하겠지만, 그 수는 소수일게다.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는 어르신들은 새벽같이 투표장을 찾는다. 그래서 투표율이 올라간다는것은 곧 젊은층의 참여가 많아짐을 의미하고 그들의 표심은 아무래도 집권 보수당보다는 야당을 향하게 되어있다. 또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이들은 이 76,722에 거의 포함되어있지 않을게다. 그들은 아무래도 매니아적(?)성향이 많다보니 투표를 하지 않고 놀러간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일일게다. 결국, 이 76,722 라는 표는 상대적으로 많은 부분 민주당에게 돌아갈수 있는 표였다. 한명숙이 26,412 표차로 오세훈에게 졌다는 것은 곧 서울시민의 정치적무관심(다른 지역에 대비한 무관심)이 낳은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3. 패배의 원인 - 서울의 투표율과 지역별 선거전략의 부재

일이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았을때 우리는 그 원인과 책임을 누군가에게 돌리려한다. 하지만 서울 시장을 뽑은것은 서울 시민이다. 뽑는 권리를 포기한 사람이 많은 것을 탓해야지 또 다른 꿈을 꾸는 사람에게 화풀이를 해서는 안된다.


한명숙이 승리한 곳은 17곳이고, 오세훈이 승리한 곳은 8곳이다. 이것만으로보면 한명숙이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세훈은 서초구와 강남구 단 두개구에서 10만표 이상의 차이를 벌여놓았다. 한명숙이 벌어들이는 몇백표, 몇천표는 단 두 군데의 10만표앞에서 무너졌다. 이 현상을 두고 어떤 트위터(아이디가 기억안나 표기 못합니다. 이해해주세요.)는 17개의 멀티를 먹고도 오세훈에게 투가스 스타팅 포인트 두개를 빼앗긴 한명숙의 패배라고 했다.


왜 이런 결과가 만들어졌을까? 강남의 마음은 다른곳과는 틀리다는 것을 이 도표는 잘 보여준다. 적어도 강남에 사는 사람들에게 오세훈은 구세주(?)같은 존재였다는 것이다. 그만큼 강남을 위한 정책을 펼쳤다는 증거도 되겠지만, 그만큼 든든한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부분을 제대로 흔들어 놓지 못한것이 한명숙씨의 패인 중 가장 큰 부분이다. 아무리 강남에 살더라도 한명숙이 시장이 되었을때 안심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거나 아니면 강남을 완전히 버리더라도 강북 사람들이 제대로 따라올 수 있는(60% 이상의 지지를 받아낼수 있는) 정책을 펼쳤어야 했다. 물론 이번 선거는 정책 대결이 아닌 노풍과 북풍의 대결이었고, 그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보면 민주당의 정체성을 더욱 흐리게하는 결과를 가져올것이다.


작은 결론

거인의 어깨에 올라섬은 그 어깨위에 서서 내 작은 키만큼 더 먼 곳을 본다는것을 의미한다. 단지 거인이 본 그것을 그대로 보는것은 별 의미가 없다. 개인적으로 노무현에게 기대했다가 실망했다가 한번 더 기대해보는 편이다. 그가 등장했을때 말했던 모든것은 새로왔다. 기대가 컸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부패의 정도가 작았다는것 외에는 이전의 대통령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게다가 FTA와 미국이 벌인 전쟁에 파병결정을 한 것은 치명적이다. 실망했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그는 진보를 연구했다고 한다. 그것은 곧 그가 지금까지 한 것을 부인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했다. 그때 약간의 기대가 있었다.

지금 노풍은 거인의 어깨에 올라섬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저 노란 손수건의 추억을 울궈먹을 뿐이다. 노무현을 따른다면서 노무현을 넘어서지 못하는 정치인은 정치를 할 자격이 없다. 만약 노무현이 살아있다면 그는 자신이 했던 것을 답습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정치인들 중에는 다시 그런 상황이 된다고해도 동일할 것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의리는 패거리주의에 어울리는 저급한 것일 뿐이다. 제대로 정치를 하려면 거인의 어깨위에서 자신의 키만큼 더 먼 곳을 볼수 있어야한다. 그리고 그 꿈을 전염시킬 수 있어야한다.

꿈꾸지 못하는 정치인은 정치인이 아니다. 정치꾼일 뿐이다. 우리나라엔 너무도 많은 정치꾼이 있다. 꿈이 없어 무엇이 옳은지도 알지 못한채 위에서 시키는대로 재잘대는 앵무새같은 존재는 이미 충분히 많이 있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능수능란한 정치꾼이 아닌 꿈을 꿀줄 아는 정치인이다.

더 이상의 노풍은 없다. 아니, 이 이상을 기대하면 다음번 선거는 다시 보수여당의 독무대가 되고 말 것이다.
 

노회찬이 없었으면 한명숙이 이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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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