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연극의 2막이 시작되다

2007. 10. 2. 09:29Life

밀레 - 어린


천사들이 떠나 하늘로 올라가니 목자가 서로 말하되 이제 베들레헴으로 가서 주께서 우리에게 알리신 바 이 이루어진 일을 보자 하고 (눅2:15)


연극의 2막이 시작되다.

1막은 천사들의 일이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하나님이 예수를 이 땅에 보내시고 그 사실을 천사들을 통해 목자들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천사들의 임무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알리는 것 까지였다. 그리고 그 알림이로 택한 것이 목자들이었다. 1막의 마침은 천사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으로 끝난다. 그리고 2막이 시작된다.

2막의 첫 부분은 목자들이 서로 얼굴을 보며 말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목자들은 천사의 말을 듣고 주저함이 없다. 그 말의 진위를 논하지도 않는다. 자신들이 본 것이 환상이거나 유령이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들은 그 말은 그대로 받아들인다. 별을 보고 어쩌면 협의의 마이크로 소사이어티에 갇혀 지내는 그들이 아니었기에 천사들은 목자들에게 내려왔는지 모른다. 별과 대화하고, 별들에게 세상의 일을 전해 듣는 목자들은 왕보다도 그리고 그 집단속에서 어떻게든 권력을 성취하려는 종교지도자들 보다도 더 하늘에 가까운 이들이었으리라.

목자들은 천사의 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리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말한다. "마을에 내려가보자!"
목자들에게 맡겨진 것은 양떼를 돌보는 일이다. 한 밤중 양떼들이 잘 지낼수 있도록 가까운 곳에서 그들과 함께 잠을 자며 돌보는 역할을 맡은 것이 바로 목자의 일이다. 그 목자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무너뜨릴수 있는 정도의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데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그리고 논의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마을에 내려가보자!" 라는 합의를 이루어낸다.

1막은 하늘에 있어야 할 천사가 지상에 내려온 것이라면, 2막은 양 옆에 있어야 할 목자가 마을로 내려온 것이다. 물론 그 전에 더 큰일이 있었다. 그것은 1막 이전에 이루어진 일, 그리고 앞으로 계속해서 이루어질 일이다. 영원한 나라에 있어야 할 하나님이 땅에 내려온 것이다.


구경꾼이 없는 연극

이 연극은 구경꾼이 필요없는 극이다. 또한 이 극을 보기 위해서는 별도의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 극은 보고 구경하고 가만히 있을 수 없게 한다. 이 극은 참여극이다. 주연은 하나님이고, 천사들이 가끔 엑스트라도 등장한다. 천사들은 가끔 쓸만한 나래이션도 한다. 그리고 2막에 등장한 목자는 구경꾼을 용납지 않는 극의 본질을 보이고 있다. 참여하라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사과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관객은 슬피울며 이를 갊이 있을 것이다(사과가 끝까지 안 떨어질 것이기에). 양떼를 두고 마을에 뛰어 내려간 목자는 천사의 말이 이루어진 것을 볼 것이고, 동방박사의 말을 듣고 어린아이를 죽였던 왕은 자신의 실각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악몽의 밤을 지낼 것이다. 배에 그득한 고기를 보며 예수앞에 무릎꿇은 청년은 죽기까지 충성할 주인을 만날 것이며, 돈 궤에 마음을 빼앗긴 애국자는 목에 걸 밧줄을 찾을 것이다.

성경은 텍스트다. 이 텍스트는 지상 최고의 극이며, 이 극은 가만히 앉아있는 관객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당신은 당신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독단상]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가?  (17) 2007.10.08
바트 심슨의 성장  (2) 2007.10.02
[묵상] 높은 자의 선지자  (0) 2007.09.29
[묵상] 역전의 메시야  (1) 2007.09.28
[묵상] 글을 쓴다는 것  (0) 2007.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