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지성에서 영성으로 -1] 구하는 교회와 버리는 그리스도

2010. 4. 10. 15:44서평/[서평] 기독교

크리스천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제가 외람되게 이야기하자면, 지금까지 세속적으로 편안하게 살던 것을 끊고 떨어지는 추락의 경험과 아픔이 없으면 주님을 함부로 말해서도 안되고, 예수님을 믿는다고 말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모두 끊어버리고, 모두 버려야 합니다. 예수님은 제일 먼저 부모와 가정을 버리시고,고향을 버리시고, 모든 가진것을 버리시고, 마지막에는 생명까지 버리셨습니다. 우리는 구하려고만 하는데 그분은 계속 버리셨어요. 적어도 종교적 지도자가 되려면 버리지 않고는 안되는데, 버려지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저와 가까운 목사님에게 농담조로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목사님, 모든걸 버리고 주님과 하나님 곁으로 점프하셨어요? 떨어지면 죽는 골짜기로 정말 점프하셨어요? 사실은 그냥 뛰어 내린 게 아니라 번지점프 하셨죠?" 우리가 지금 번지점프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저 자신을 비롯해서 다 그런 거 아닙니까. 정말 모든 것을 끊고 저 심연 속으로 하나님 품으로, 하나님 세계로 뛰어내린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 이어령 / 지성에서 영성으로

지성에서 영성으로 상세보기
이어령 지음 | 열림원 펴냄
사랑하는 내 딸아, 너의 기도가 높은 문지방을 넘게 했다 『지성에서 영성으로』은 시대의 지성...지금까지 쌓아온 인본주의적인 작업을 뒤로 하고 지성에서 영성의 세계에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이어령은...

교통사고 후 통증이 조금 가라앉으면서 침대위 생할을 만끽하고 있다. 침대위는 왕의 공간이다. 여기서 나는 그 누구에 의해서도 불려다니지 않으며, 내가 원하는 것은 말만하면 이루어지는 마법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여기서 왕의 지루함을 달래기위해 사두었던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한국교회와 한국사회에 몇가지 중요한 사건들이 요 몇년간 있어왔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대표적 지성인으로 불려지던 이어령교수의 개신교로의 회심이다. 이전의 그의 글을 읽으면 글을 참 잘쓴다는 감탄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도 밝히듯, 기독교인이 되기에는 지나치리만치 지성적이었다. 그랬던 그가 세례를 받았다는 것, 적당히 현실에 타협하기위한 형식적 교회출석이 아닌 진정한 영혼의 갈망을 갈구한다는 것이 한편으로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책, [지성에서 영성으로]를 구입하고 읽기 시작했다.

지성을 뛰어넘는 영성, 모든것을 버리고 포기할 때에만 볼수있는 그 영성의 세계를 그의 글을 통해 엿보게된다. 사람들은 모든것을 갖기위해 기도하지만, 예수님은 모든것을 남김없이 버리셨다는 그의 고백과 아직 자신은 그러지 못하기에 이제 겨우 문지방을 밟고 있을뿐이라는 솔직한 독백은 내 마음 속 깊은 내면을 돌아보게 한다.

"목사님, 모든걸 버리고 주님과 하나님 곁으로 점프하셨어요? 떨어지면 죽는 골짜기로 정말 점프하셨어요? 사실은 그냥 뛰어 내린 게 아니라 번지점프 하셨죠?"

이 글을 보면서 골짜기 위에서 몸에 단단한 밧줄을 매단채 추락의 스릴을 한껏 만끽하고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된다. 죽음의 공포가 아니라, 골짜기 아래에 있는 절망의 심연이 아니라 그 순간의 짜릿함만을 느끼고자 하는 얄팍한 기분에 나도 버려봤다는 그 기분을 내기위해 또 다시 스스로의 영혼을 향해 거짓말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게많이 설교했지만, 과연 나는 모든것을 버릴수 있을까? 버리는 것만이 지성을 뛰어넘는 것이요, 버리는 것만이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나게 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그래서 그렇게 설교를 하면서도 아직 나는 모든것을 버리지 못한다. 나 역시 문지방의 단계에 있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내가 목사의 길을 걷기위해 포기했던 것들의 가치를 떠올린다. 그것들을 떠올리면 나는 더욱 괜찮은 목사인양 의기양양해진다. 대단한 희생을 하고, 그래서 버린것들 만큼 나는 더 좋은 목사인 양 착각을 한다. 모든것을 버린다는 것은 절망의 골짜기로 들어서는 것을 의미한다. 광야에 갇힌 모세, 우물에 갇힌 예레미야, 그 모든 버림은 처절함을 의미해야하는데, 인간의 사악한 마음은 그것마저도 굴절시킨다. 더 많이 가지기위해 기도하는 사람과 그들 앞에서 자랑하기위해 더 많이 버린척 하는 사람, 둘 중 누가 더 하나님앞에서 큰 악취를 풍길까.

문턱에 서서 차마 내 힘으로 넘어가기 두렵기에 밀어 넣어 주시기를 기도하게된다.

[서평] 지성에서 영성으로, 구하는 교회와 버리는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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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licleLim(2010.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