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

2009. 10. 11. 12:31Life

읽는다는 것을 종종 한글을 처음 배울때 자음과 모음을 결합시켜 그 음가를 발생시키는 정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아들이 이제 한글을 집에서 조금씩 배우고 있다. 배우기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글자를 읽는 것을 귀찮아한다. (적어도 귀차니즘만큼은 아빠를 충분히 닮았다. ^^)
그 아들에게 책을 읽어보라고 하면 그 짧은 동화의 한줄을 읽는 것도 버거워하며 떠듬떠듬 한자 한자 읽어 나간다.

마치 이런 어린아이들이 책을 읽듯이, 그렇게 읽는것을 독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게다. 하지만 독서, 읽는다는 생각에 대해서 책의 글자를 발음하듯이 저자의 의도를 파악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오히려 더 많다. 저자는 신과 같은 위치에 있다. 그가 책을 써서 하늘의 신탁을 계시했다. 나는 그 신탁을 받는 멀린과 같은 제사장이 된다. 하늘의 계시를 받아 그것을 해석하고자 하는 열망, 그것이 어쩌면 대다수의 독서를 한다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독서에 대한 잘못된 환상이다.

** 첫번째 독서에 대한 그릇된 오해 :
** 저자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므로 그의 책을 읽고 그의 글 속에 들어있는 숨겨진 의도를 찾아야한다.

그래서 종종 말도 안되는 형편없는 책을 쓰고도 마치 선문답식을 해석들을 내놓는 상당수의 서평과 블로거들을 보면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형편없는 책을 썼다면 심한 질타를 받아야 한다. 그는 뛰어난 사람이라서 책을 쓴 것이 아니라 때로는 돈이 남아돌아서 책을 쓰고 마케팅으로 승부를 했을 수도 있다(상당수의 경영, 자기관리 책들은 서로간의 잘봐주기 식의 마케팅으로 베스트셀러가 된다). 이런 책은 베스트셀러의 위치에 오르고 그것때문에 사람들은 그 책을 사서 본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말하는 좋은 느낌을 자신이 갖지 못한다는 것에 스스로에게 절망하고 나는 아직 멀었나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이들에게 책을 소개한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상세보기
피에르 바야르 지음 | 여름언덕 펴냄
총체적 독서를 위한 새로운 독서 패러다임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은 비독서를 포함하는 새로운 독서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책이다. 2007년에 프랑스에서 출간되어 대중과 평단과 언론의 찬사를 받은...

이 책은 글자를 읽느냐 아니냐가 독서의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더 나아가서 적극적으로 읽지 말라고, 읽지 않는 것이 진정한 독서의 정신이 될수도 있음을 말한다. 읽었기때문에 오히려 혼동스러웠던 경험이 없는가? 적어도 저자가 이런 말을 할때는 무언가 내가 모르는 어떤 지혜를 가지고 있기에 이런 말을 했겠지하는 생각과 그 지혜를 발견하지 못한채 스스로가 한없이 작아졌던 기억, 하지만 종종 저자는 나보다 더 바보였기 때문에 형편없는 글을 책으로 출판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는 받아들여야한다.

읽을만한 책을 고르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추천이 필요하다. 그 추천도서로 가능한 입문서를 몇권 읽고, 그 다음 거기에 등장한 사람들이 직접 쓴 글을 읽고, 그 글이 마음에 들면 저자의 다른 모든 책을 읽는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다. 비슷한 제목의 알려지지 않은 저자들의 많은 책을 읽는 것은 마치 고등학교 수학공부를 위해 시중에 있는 모든 수학 참고서와 문제지를 펼쳐두는 것과 같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중 가능한 얇은 책을 한권 골라라. 그리고 그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라. 그 다음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체크하라. 그 부분에 대해서 더 심도있게 다른 다른 책을 펼쳐라. 서너권의 책이면 한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입문서 수십권을 읽는것 보다는 두어권의 입문서와 거기 등장한 사람들이 직접 쓴 글에 부딛혀라.

그리고 읽은 다음에 내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자괴감보다는 저자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멍청이였다는 생각을 해라. 나의 관점에서, 나의 생각의 도서관에서 책을 분류하라. 나의 사고를 타인이 분류하게 하지 말고, 타인의 책이 나의 도서관속에 있을 위치는 내가 결정하게 하라. 그것이 독서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