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만 골라 읽는 실용 독서의 기술 - 그다지 실용적이지 못한 독서이론

2008. 4. 10. 23:11서평/[서평] 인문

핵심만 골라 읽는 실용독서의 기술 상세보기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펴냄
책을 빨리 읽고, 핵심 내용을 파악한 다음, 그것들을 멋지게 이용하는 방법을 소개한 책. 모두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프롤로그에서는 책읽기의 의미와 중요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1장에서는 실용독서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를 정리하고, 2장에서는 독서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언을, 3장과 4장에서는 각각 본격적인 독서 실천법과 독서 시의 체크사항을 제시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독서를 활용하는

베이컨은 반론이나 반박을 위한 독서를 하지 말 것을 권한다. 뜻도 모르면서 외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또, 중요한 것은 음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말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그것이 모든 책에 반론을 펴지 말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에 또,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읽은 책에서 기대치에 못미치는 것을 발견했을 때 그때 나는 약간의 실망감과 함께 과연 이 책을 어떻게하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가능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가능하면 트집을 잡아내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는 것이 나의 독서에 대한 것 뿐이 아니라 인생 전체에 대한 모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모토는 모토일뿐, 나를 화나게 하는 많은 것들에 둘러쌓여 있기에 한순간도 내 머리는 울분에서 벗어나서 평안함중에 여유를 갖지 못한다. 나의 여유롭지 못함이 문제의 한 부분이라면, 그것을 보고 “아니야!” 라고 외쳐야만 하는 현실은 문제의 가리워진 핵심이기도 하다.

이 책은 어떤 면에서 실용적이다. 적어도 문학이나 인문학을 위한 서적을 제외하고 경제서적등을 볼 때, 내용은 1번, 2번, 3번등으로 요약할 수 있는 책을 접할 때 이 책을 본다면 조금 유익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은 고전적 독서의 방법론을 채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을 답습하고, 오히려 그 속에서 길을 잃게 된 우려까지 함께 준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읽은 것이 어쩌면 화근일지도 모르겠다. 피에르 바야르는 책을 읽기 위해 조바심을 내는 것, 그러다가 가상의 도서관에서 길을 잃는 것을 오히려 경계하라고 지적한다.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나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말한다. 공병호는 그 면에서 자신을 읽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p.200, 책이란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읽는 것이다.), 정작 자신의 책의 대부분의 공간은 책을 통해 무엇을 얻어야 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책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다. 실용독서라는 말을 굳이 쓰지 않더라도 우리는 텍스트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경험을, 생각과 창의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나의 생각을 버리게 하는 것이 될수도 있다. 독서를 통해 나를 버리고 타인의 생각이라는 옷을 입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새로움을 배웠지만 그것은 내가 아닌 저자의 글 속에 드러난 허구의 인물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우리는 그 허구의 인물에 동화되지 못하는 자신의 무기력함에 다시 한번 좌절하게도 된다. 경영서적에서 우리에게 지시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또 그 많은 경영서적들마다 왜 그리도 지시하는 바가 비슷한 듯 하면서도 틀린 것들이 많은지...

조금 지나쳤을까?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책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이 책은 너무 많은 정보를 나열하고 있다. 그것도 1번, 2번, 3번 하는 식으로... 결국 이러한 정보의 나열로 인해 이 책은 독서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별 도움을 주지 못하게 된다. 모든 것은 알고 있는 것이며, 모르더라도 별 상관이 없는 것들이기에, 그것들은 읽을 때는 도움이 되지만 정작 책을 덮고 나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것들이기에...

그래도 책의 몇 가지 좋은 내용들을 여기에 적어본다.

‘본전’생각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책의 내용을 돈으로 환산하고자 하면 더 이상 책을 볼 수 없다. 프로야구 선수도 3할대를 조금 넘기면 스타급선수로 취급하지 않는가? 세권의 책을 살 때 한권이 만족스럽다면 그 사람은 책을 잘 골라서 사는 사람이다.
책은 무자비하고, 중요 문장이나 내용은 펜으로 마음껏 표기하라. 잘 모셔뒀다가 헌책으로 팔려는 생각은 말라. 깨끗하게 보관해서 후대에 물려줄 생각도 마라. 잘 보관해서 한 이백년 두고두고 볼 수 있을 것 같은가? 그저 열심히 낙서하듯이 책의 빈 여백을 이용하라. 그렇게해서 한 줄이라도 나의 사유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낫다.

다치나바 다카시는 독서법을 소개하는 중 마지막 항목을 이렇게 쓴다.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대학에서 얻는 지식은 어찌보면 짧은 시간 동안 재구성할 수 있는 지식들이다. 또한 학교를 졸업하고 6개월만 지나면 곧 옛 지식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 상당수다. 대학을 다닌다면 지식을 습득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책을 읽는 법을 알아야 하고, 나아가서 책을 통해 사유하는 법을 습득해야 한다.

책속에 소개된 안철수의 독서법은 오히려 마음에 든다. 그는 사람들은 자기가 이미 알고 경험한 정도만큼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독서를 통해 책의 내용을 얻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음으로서 자신이 알고 경험한 것을 체계화시키는 것이다. 또한 독서에서 글을 읽는 만큼 중요한 것은 사색이라고 말한다. 여러권의 책을 읽는 것 보다 어쩌면 좋은 책 한권을 천천히 생각해가며 읽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핵심만 골라 읽는 실용 독서의 기술 - 그다지 실용적이지 못한 독서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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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licleLim(2008.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