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사랑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상업적인, 그래서 재미있는 소설...

2008. 5. 16. 18:26서평/[서평]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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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 지음 | 밝은세상 펴냄
실종된 딸이 5년 만에 돌아왔다! <구해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 이은 기욤 뮈소의 장편소설. 성공가도를 달리던 의사에서 노숙사 신세로 전락한 마크, 거듭되는 일탈 행위로 스캔들을 몰고 다니는 억만장자 상속녀 앨리슨, 복수를 꿈꾸며 뉴욕의 밤거리를 헤매는 소녀 에비, 지난 시절의 끔찍한 기억을 떨쳐버리지 못해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는 커너. 소설 속 주인공들은 저마다 깊은 상처와 고통이 있다.

기욤 뮈소는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그런 그가 이런 글을 썼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다. 문학을 전공하지 않고도 오히려 빠르고 구성진 전재를 펼칠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가 기존 문학의 틀에 매이지 않았기에 혹 가능한 일이었을까? 반드시 기존의 틀을 깨어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주어진 틀을 의도적으로 거부할 필요도 있다. 그런 점에서 기욤 뮈소는 의도성을 가질 필요없는 기존의 틀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서 그 점을 극복한 것이리라.

책은 무척이나 빠르게 전개된다. 책을 손에 쥐고 한번에 끝까지 달려간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듯이 매 순간, 매 분 단위의 장면이 넘어간다. 빠른 대사와 장면을 맺는 반전들, 모든 것은 흩어져 있고, 동시에 모든 것은 한 자리에 모여든다.

철저하게 대중적인 소설, 그래서 철저하게 상업적인 소설이 된다.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무엇을 강제하려고 하지 않는다. 마약 중독의 억만 장자 상속녀, 어머니를 잃은 복수심에 살인을 결심한 소녀, 쇼핑몰에서 어린 딸을 잃어버린 한 정신과 의사, 이들의 만남과 대화는 그들의 속에 잠재되어 있던 슬픔과 눌림, 누구에게도 차마 말하지 못하는 가슴 깊은 말을 끄집어낸다.

소설은 매우 빠른 전개 속에 미스테리한 점들을 계속 보여준다. 여객기를 탄 세명의 손님은 서로를 알아본다. 그들은 자기가 겪은 어떤 이야기를 해도 들어줄 자신과 같은 동류의 사람들이었다.

"아저씨는 제가 어떻게 하길 바라시죠?"
"용서해라."
"말도 안돼! 용서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잊고 싶지 않아요!"
"용서하라는 것이지 무조건 잊으라는 뜻은 아니야. 죄 자체를 없던 일로 하자는 뜻도 아니야. 복수는 증오심을 키울 뿐이지만 용서는 널 자유롭게 해줄 거야."

"만약 우리 엄마 대신 죽은 사람이 아저씨 딸이라면 용서할 수 있겠어요?"
"솔직히 나도 자신하지는 못해.
다만 용서를 위해 노력하리라는 점은 자신할 수 있어."

이 모든 것은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질 수 있는 특권이다. 셋은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고, 그들은 그 속에서 서로를 이해한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인해, 그리고 서로를 위해 다시 일어설 용기를 갖게 된다.

"라일라는 행복한 얼굴이었어. 저 위에서......"

마지막 자신에게 최면치료를 해준 친구를 부둥켜안고 마크는 딸의 행복한 얼굴을 기억한다. 마크가 비행기에서 만난 딸은 가상의 의식중의 환상이었을까? 아니면 그는 실존하는 딸을 만난 것일까? 소설은 소설이다. 하지만 소설은 소설이기에 인간의 갈망, 욕구, 꿈을 만족시킨다.

[서평:사랑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상업적인, 그래서 재미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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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licleLim(2008.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