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두번째 이야기 - 역시 속편은 원작을 따라가지 못했다...

2008. 4. 23. 17:05서평/[서평] 인문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양장본) 상세보기
호아킴 데 포사다 지음 | 한국경제신문사 펴냄
『마시멜로 이야기』의 감동과 교훈을 다시 한 번! 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한 찰리. 마시멜로의 교훈에 따라 대학생활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찰리는 기업에 입사하면서 각종 유혹에 빠지게 되고 목표를 잊은 채 방황하게 된다. 눈 앞의 마시멜로를 먹어치우고 파산 직전까지 내몰린 찰리 앞에 현명한 조나단이 나타난다. 그는 찰리에게 6가지 성공 퀴즈를 내 놓는데… 『마시멜로 이야기』『피라니아 이야기

마시멜로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나름대로 상당한 도전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파급효과는 나를 통해 또 다른 주변인들에게로 퍼져나기기도 했다. 모든 것을 즉각적으로 받아들이고, 인스턴트식 삶이 보편화된 생활에서 눈앞에 있는 것에 매이지 않고 조금 더 멀리 보는 연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첫번째 책은 충분히 큰 가치가 있었다. 비록 번역문제로 약간의 트러블에 휩쌓이기는 했지만, 그렇더라도 그 책은 작은 분량에 가슴에 다가오는 내용을 담았다.

두번째 책은 첫번째 책에 비해 아무래도 재탕의 느낌이 강하다. 어쩌면 첫번째 책에서 채 못했던 말을 하기 위한 두번째 책이었겠지만, 정작 두번째 책은 첫번째 책의 내용을 번복하는 것으로 그친다. 약간의 추가된 부분은 성공뒤에 오는 실패, 즉, 마시멜로가 쌓인 다음의 선택에 대한 주의를 주는 것 정도였다.

책의 기본내용은 이렇다. 마시멜로 법칙에 따라 나름대로 성공을 이루어내고 대학을 졸업하게 된 찰리는 새로운 환경에 접하게 되면서 다시 예전의 실패의 패턴을 따라가게 된다. 그리고 그의 앞에 다시 나타는 조나단, 조나단은 찰리의 문제를 직감하고 그에게 필요한 조언을 한다. 찰리는 조나단의 조언이 적힌 글을 보며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조나단이 찰리에게 준 성공퀴즈라는 6가지 질문 중 세번째 것과 다섯번째 것은 필자 역시도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질문이기도 하다.

세번째 질문은 이렇다. 여행할 때 머릿속에 있는 한 군데 목적지가 중요할까, 트렁크에 든 백장의 지도가 중요할까?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혹은 소유하고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 눈을 감아도 분명한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사회속에서 살다보니 우리는 정보의 홍수속에서 살아간다. 많은 이들은 인터넷에서 언제든지 검색만하면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정작 아무것도 알지 못한채 살아간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그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 떠밀려가는 것이 고작인 것이 현대 사회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목적지를 정하고, 그리로 가는 하나의 방법을 머리속에 넣어야만 한다. 만약 그 길을 가다가 막히거나 문제가 생기면 트렁크를 열어 거기 든 백장의 지도 중 한장을 꺼내 참고할 수 있겠지만, 목적지가 없거나 갈 방법을 정하지 않았다면 백장의 지도뭉치속에서 길을 잃게 된다.

다섯번째 질문은 이렇다. 신념과 행동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신념은 중요하다. 신념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행동이 없는 신념은 더 이상 신념이 아니다. 성경에서도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 즉 믿음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신념은 이미 행동을 따라오게 하는 힘이 있는 단어다. 그 단어에서 행동을 제거하는 것은 신념을 죽이는 것이고, 그것은 더 이상 신념이 아닌것이 되게 한다.

긍정적인 면으로 이 두가지를 볼수 있다면, 이 책의 조금 못미더운 점으로는 책의 진행방식과 결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찰리는 조나단과의 대화만이 아니라 브라이언과 슬로우 부인과 그 아들과 대화를 통해 그들의 문제와 함께 자신의 문제를 풀어간다. 학교에 가기 보다는 음악에 몰입하기 원하는 아들과 아들을 하버드에 진학시키는 것을 생의 목적으로 삼는 어머니가 나온다. 거기에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제니퍼까지 합류한다. 이들은 각자의 꿈을 꾸며 그 꿈을 이루기를 원하지만 정작 이들이 조나단과의 만남 이후에 급작스럽게 바뀌어져보이는 것은 충격적인 반전이라기 보다는 어이없는 플롯의 전개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나는 마시멜로를 모아왔는가? 무엇을 위해 마시멜로를 모아왔는가? 이제 우리는 모두가 말하는 성공인의 대열에 들기 위해 마시멜로를 모으는 일을 하기보다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마시멜로를 모을 수 있어야 한다. 피터 드러커는 아흔다섯살 생을 마치는 순간까지 왕성한 집필활동을 했다. 그가 쓴 경영서적들은 혀를 내 두르게 한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책을 쓸수 있었을까? "저술한 책 중에 어느 책을 최고로 꼽습니까?"는 질문에 그는 "바로 다음에 나올 책이지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는 최고의 경영자중 하나였음에 분명하다. 문제는 그의 경영철학, 최고의 경영지식이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되어지는 것이 과연 바른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는 마시멜로를 잘 모아서 성공한 사람으로 인식되어질 수 있겠지만, 과연 마시멜로는 그렇게만 모아야 하는 것일까? 마시멜로를 잘 모아서 성공의 발판으로 삼는 것도 좋겠지만, 그래서 그 성공의 결과로 약간의 마시멜로의 맛을 보는 것도 좋겠지만, 그렇게 모은 마시멜로를 마시멜로를 전혀 맛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주는 기쁨을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때로 우리의 성공은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이기적이다. 아무리 많은 마시멜로가 내 창고에 있어도 우리는 만족하지 않는다. 더 많이 가진 누군가를 벤치마킹하며 그를 타겟으로 삼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만 한다. 자신이 쓴 책 중에 어느 것 하나 자신의 대표적인 저술로 내세우지 못했던 피터 드러커의 모습에 우리는 감명을 받아야 하는가 아니면 연민을 느껴야 하는가?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마시멜로를 모으고 성공과 축적되는 마시멜로 더미 속에 묻혀져간 것은 아닌가?

이 책의 결말은 지극히 경영학적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지극히 이기적이고, 지극히 합리적이다. 그래서 이 책의 결말은 이제 더 이상 내 가슴을 뜨겁게 하지 못한다. 이 땅에 얼마나 돈을 많이 번 사람의 이야기가 위인의 모습으로 포장되어 내 앞에서 별것도 아닌 자랑을 늘어놓는 것을 참아야 하는가? 내 주변에 그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사는 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마시멜로를 자기만을 위해 모았다는 이유로 더 나은 계층의 인간으로 분류되려한다.

아프간을 주제로 한 책들이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눈물, 추악한 전쟁, 빼앗긴 얼굴 등... 그 땅의 아픔을 보고 들어갔다가 아픔을 당한 이들에게 우리는 그들이 이기적이지 못했다고 저주를 퍼부었다. 그 땅의 아픔에 동참하다가 죽어간 사람들을 보며 돈을 말했다. 정치인들은? 그 무수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보고 잠잠했다. 그들은 그저 그 불똥이 자신에게 튀지 않기 만을 바랬다. 그들에 의해 이제 대한민국은 다시 아프간에 경찰훈련이라는 명목으로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 이게 아프간을 위한 것이라고 믿을 사람이 세상이 있을까? 돈을 위해서라면, 미국의 원조를 위해서라면 우리는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부시가 하는 말은 알아서 해석해서 잘 기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게 이기적이지만, 우리의 마시멜로를 잘 모으는 방법이니 말이다. 여기서 마시멜로를 사용하겠다면 아프간으로 건너가 설사로 죽어가는 아이에게 설사약이라도 주겠다면 난리가 난다. 저 쳐 죽일놈이라고 말이다.

이기적인 마시멜로 수집 매니아는 더 이상 나의 가슴을 적시지 못한다.

마시멜로 두번째 이야기 - 역시 속편은 원작을 따라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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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licleLim(2008.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