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맛

2012. 2. 16. 17:28Eye



커피를 좋아하는 편이다. 전문가까지는 못되지만 원두의 향과 맛을 음미할 정도는 되어간다. 늦은 저녁에 마시는 커피 한잔과 크래커 한 조각은 그 어떤 만찬과 부페보다도 더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준다.

커피는 산지에 따라 독특한 맛과 향기를 지닌다. 그래서 커피에는 산지 이름이 붙어온다. 예멘 모카 마타리, 이디오피아 예가체프, 케냐 AA, 콜롬비아 수프리모 등등.

그리고 그렇게 생산된 커피를 섞어서 블랜딩하는 커피가 있다. 이 블랜딩이 기술이 필요하다. 그냥 아무거나 섞는다고 다 블랜딩커피가 아니다. 서로의 맛이 충돌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잘 어울리게 만드는 것, 이것이 블랜딩의 묘미다. 지나치게 강한 맛 때문에 다른 맛에 사라지게해서도 안되고, 어울리지 않는 맛들이 서로 섞여 잡맛을 만들어내도 안된다. 잘 어울어진 블래드 커피의 맛은 신선한 좋은 재료들은 사용해 만들어진 요리와 같다.

하나의 재료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 풍성한 맛의 향연, 그것을 잘 블랜드 된 커피를 통해 느낄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다. 그래서 종종 함께 살아야한다는 것을 잊어버린다. 함께 살수밖에 없음을 잊어버린다. 하나가 상대를 무시하는 행동을 하면 그 행동은 금새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되어간다. 도로에서 차를 운전하다보면 종종 신경질적인 다른 운전자를 만난다. 그리고 그의 적절치 못한 신경질에 화를 내며 또 다른 운전자를 향해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함께 살면서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고, 복수를 다짐할 수 있다. 그러면 그에 맞는 맛이 만들어진다. 반면 우리는 상대를 용서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 볼 수도 있다. 아예 상대를 배제하고 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할 수만 있다면 서로를 품어 안으며 풍성한 맛을 낼수 있게 조절해야한다.

블랜드의 방법은 맛이 어울리는 원두를 찾는 것과 그렇게 찾아진 원두 각각을 최적의 비율로 섞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품어 안을 상대를 잘 골라야하고 그 다음 최적의 비율을 찾아내야만 한다. 그때까지 우리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시도하고 있는 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