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니아 분류법에 대한 소고(小考)

2008. 10. 10. 10:55Life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글을 찾았다. 커피 마니아 분류법이라고...

나도 커피를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일부러 찾아다니며 즐기는 편은 아니다. 그저 자판기에서 꺼내 먹는 커피, 커피믹스를 뜯고 마시는 커피, 가끔 커피메이커로 드랍해서 낸 커피, 기분나면 바로 앞에 있는 커피집에 가서 그자리에서 에스프레소를 뽑아먹곤 한다.

읽어봤더니 18급에서 7급까지가 내 해당사항인 듯 하다... ^^

대충 아래 박스안에 있는 부분이 원 글이고, 그 아래에 개인적인 견해(?) 혹은 잡담을 늘어놓았다. 그저 이 글도 재미로 읽어주기를... ^^



18급: 인생은 달고 커피는 쓰다. 어떤 커피든 설탕과 프림은 무조건 많이.

17급: 분위기 있는 커피숍을 안다. 그런데 커피 맛은 어땠더라?

16급: 인스턴트 커피가 좋다. 특히 자판기 커피가 최고.

15급: 밖에서는 원두 커피를 마시지만 집에서는 주로 파출부(?) 커피를 마신다.

14급: 나 커피 좋아해요. 제일 좋아하는 커피는 헤즐넛.

13급: 한번 우린 여과지를 버리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커피만 조금 더 넣고 몇 번 재사용한다.

12급: 내 사전엔 하루에 두 번 이상 커피 끓이는 법은 없다. 왕창 끓여놓고 쫄아든 커피라도 굿!

11급: 커피하우스에 가면 주로 블루마운틴을 마신다. 그게 가장 좋다면서?

10급: 커피 봉지는 빨래집게로 집어 냉동실에 보관한다.


18 - 쓰다는 것이 맛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쓴것이 항상 나쁜 것, 혹은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17 - 싼 커피숍(?)은 안다. 학교 앞 테이크 아웃으로 빼어먹는 커피가 제일 싸다. 맛은? ... 기억하고 싶지 않다. -.- 맛을 잊어버려야 다시 거기 가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16 - 이것 저것 신경쓰지 않고 그저 뜨겁거나 식었거나 아무 관심없이 마실 수 있으니...
15 - 이건 반댄데... 집에서 원두를, 밖에선 자판기를 애용한다.
14 - 헤즐넛 좋아하는 사람이 이 글 보면 의아해할 듯.... 사실 헤즐넛을 좋아한다는 것은 커피를 좋아한다기보다 커피향을 좋아한다는 거다. 커피향 나는 방향제를 선물하면 좋아할 듯 ^^; (누군지 이 문항 만든 사람은 꽤나 장난을 좋아하는 사람인 듯...)
13 - 연하게 아메리카노 만들때 나도 ... 종종 쓰는 방법인데... ^^; 그냥 물 대신 커피마실때 이렇게 하기도 한다. 물론 오래된 원두를 소모할 때다...
12 - 가끔은 하루 종일 마실 물 대신 커피를 그만큼 끓여두고 계속 마시곤 한다... 이런 날은 화장실을 보통 날보다 두배에서 세배는 자주 간다...
11 - 좋다기보다는, 뭘 모르니, 그냥 누가 시키는 걸 보고 따라 시켰던 경험이 있다. 그래도 맛은 그럭저럭,... 튀지 않는 맛이니 계속 좋아할 만 한데.... ^^
10 - 이것 저것 없을땐 빨래집게라도 써야지, 아무것도 않고 그냥 두는 것 보다는 낫잖아? 요즘은 락앤락 용기를 이용하는데... 그래도 아직 초보티가 나지? ^^

9급: 커피는 연하고 블랙으로 마셔야 제격이다.

8급: 언제든 어떤 커피든 가리지 않는다. 일 하는데 커피만 안떨어지면 된다.

7급: 늘 같은 커피하우스만 간다.

6급: 커피는 주로 알 커피로만 구입해 집에서 갈아 마신다.

5급: 커피는 종류마다 맛이 다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설탕과 크림 넣는 양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셔보고 결정한다.

4급: 특별하게 커피가 맛있는 집을 몇 군데 알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가며, 주인에게 오늘은 무슨 커피가 좋은지 물어보고 가급적이면 그것을 선택한다.

3급: 어떠한 책이나 신문을 볼 때 커피라는 단어가 눈에 잘 띄는 편이다.

2급: 대부분 물 끓이기 바로 직전에 알커피를 갈아 마신다.

1급: 연한 커피든, 에스프레소 커피든 갓 볶아 신선하면 다 좋다.


9 - 연한 블랙, 솔직히 부담이 없어서 종종 이용한다. 맛을 찾을 땐 진하게 마시지만 평상시엔 연하게 보리차 마시듯 커피를 마신다. 그 맛도 나쁘지 않던걸... ^^
8 - 더 맛있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우선 커피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아직은 모든 커피의 맛을 감별(?)할 정도는 아니니, 다양한 맛을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7 - 사실,... 내가 있는 곳에는 갈만한 커피 하우스가 없다... 모카 포트를 구입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 ㅜ.ㅜ
6 - 시도해 보려고 하는 중,... 알커피를 갈아 마시는 게 정말 더 나을까? ... 그러기를 바라는 중....
5 - 당연한 이야기, 크림은 넣지 않는다. 맛보다는 건강 생각해서... 설탕은 적정양을 작은 티스푼을 이용해 맞추려고 시도중, 하지만 너무 달게 되거나 혹은 쓴맛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 ㅜ.ㅜ
4 - 딱, 한군데 안다. 하지만 멀어서 못가고 있다. 주인에게 좋은 커피를 물어본 적이 .... 아직 없다. ㅜ.ㅜ 주면 주는 대로 마시는 착한 소비자... ㅜ.ㅜ
3 - 보통 커피는 글로만 나오기 보다는 잔과 짙은 색이 담긴 사진 혹은 그림이 함께 등장한다. 눈에 안 띨래야 안띨수 없는 상황, 안그런가?
2 - 그럴까 생각중인데, 솔직히 게으름이 많은 나로서는 현재 모카포트를 운용하는 것(?)도 버거워하고 있다. 과연 매번 알커리를 갈아마실수 있을까? .... 잘 모르겠다. 혹시 맛을 보고 감탄하게 되면 이런 수고로움을 감내할 지도 모르지...
1 - 프림만 강제로 타지 않은 인스턴트 커피만 아니라면 ... 조금 선도는 떨어져도 좋다. 가끔 티백처럼 생긴 안데스의 선물도 잘 마신다.. ^^


초단: 커피만 있다면 하루에 두세 번은 '드리퍼'나 '에스프레소 포트'로 커피를 뽑아 마신다.

2단: 커피를 우리기 전에 습관적으로 커피 알갱이를 씹어 보고 농도를 생각한다.

3단: 커피를 뽑는 도중 주전자를 잡으면 손의 느낌만으로도 '뽑혔다' '아니다'를 알 수 있다.

4단: 수아일체(水我一體). 커피를 우릴 때, 자주 물과 내가 하나된 느낌이 들곤 한다.

5단: 어떤 커피든 커피 맛만 보면 설명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무슨 커피인지 알아 맞힌다.

초 - 모카포트는 대충 하루에 두번정도 사용하는 듯 하다. 결국 2컵짜리로 2번이니, 4잔의 에스프레소를 마신다는 뜻? ... 약간 버겁다.. ㅜ.ㅜ
2 - 아직은 먼 상급코스
3 - 이건 뭐... 시티헌터가 생각난다. 총을 뽑아든 순간 탄창이 비었는지를 손의 느낌으로 알수 있는 정도의 숙련도? 아직 뚜껑 열어두고 커피가 흘러나오는 모습을 보는게 즐겁다. 후각과 미각 이전에 시각적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것이 모카포트인데 왜 그 기쁨을 뚜껑을 닫아서 감쇄시키나?
4 - 거의 '도를 아십니까' 수준인데... 다만, 임페리아 2로 에스프레소를 만들때 적당한 필터의 압력을 추가시키고 온도를 적당히 잘 맞춰서 약간의 거품을 더 만들어내어 보기 좋은 마무리를 만들때는 뿌듯한 느낌이 들곤한다.
5 - 만약 내 앞에 모든 종류의 커피들이 막 만들어져 손을 내밀기만 하면 닿는 거리에 있다면,... 맛을 비교하고 구별하는 것은 사흘이면 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아직 마셔보지 못한 커피들이 대부분이고, 비교하거나 분석하면서 맛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즐기면서 커피를 마시기에 아마도 '사흘내로 커피맛을 분석해 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과제가 주어지지 않는 이상 5번은 영원히 나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 될 듯 하다. 그리고 .... 이건 5단이 아니라, 커피 판매상들이 해야 하는 일 아닌가? ^^


그러면 당신은 몇급? 혹은 몇단?

18급~16급 인스턴트급 커피마니아(약칭: 인스마니아. 인스턴트 커피 절개파).

15급~11급 무늬만 커피마니아. 인스마니아로도 커피마니아로도 보기 애매하다. (규정한다면 분위기 마니아)

10급~7급 커피마니아. 커피를 좋아한다고 자타가 공인한다.

6급~3급 커피광(狂). 커피를 즐기는 사람. 커피의 깊이를 안다.

2급~3단 준 전문가(세미 프로). 커피를 안다고 자랑하던 시기는 지났다.

4단 이상 커피 전문가(커피 마스터). 커피의 주인이냐고? 커피를 웬만큼 마스터했다는 이야기.


누가 나를 몇급인지, 몇단인지 분석하는 것은 싫다. 내가 좋아서 내돈내고 커피사서 마시는데 왜 여기에 급수가 따라 붙는가? 이미 고등학교, 대학교 가면서 충분히 자격여부를 묻는 시험에 많이 치렀다. 게다가 대학에서도 자격증 공부하느라 지쳤다. 토플에 토익에 대략 난감한 상황은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커피 한 수저에 물 100 리터를 넣건, 물 한컵에 커피 한통을 다 부어넣건, 먹는 사람 입맛에 맞으면 그게 장땡이지... ^^ (물론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맛과 그 경험들을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도 그런 선호하는 맛을 찾고, 나아가서 내 입맛에 맞는 것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하니 ....)

하고 싶은 말은...
몇급인지, 몇단인지에 신경쓰지 말라는 게다. 그리고 굳이 위로 올라가려고 기를 쓸 필요도 없다는게다. 인스턴트 커피가 좋은 사람은 그걸로 만족하고 행복을 누리면 되는게지, 굳이 다른 사람들 모양 비싼 에스프레소 기계를 사야만 제대로 커피를 즐기는 거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는 게다. 조금 더 넓은 경험을 위해서, 조금 더 다양한 맛을 찾기 위해서 모카포트나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입하는 것은 각자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지만 그렇게 해야만 커피를 제대로 즐길 줄 아는 거라는 말에 현혹되어 그나마 없는 살림 축내지(?) 말고, 각자가 즐기는 바를 찾아서 행복을 느끼면 그게 더 중요하다는게다.


커피 마니아 분류법에 대한 소고(小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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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licleLim(2008.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