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새벽출정호의 항해, 소설과는 다른 맛을 그려낸 영화

2010. 12. 11. 15:54영상/영화


루이스의 원작소설을 재미있게 읽은 때문인지 처음 새벽출정호의 항해가 영화화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걱정이 되었다. 첫째는 7개의 검을 찾는 과정을 한편의 영화안에 한꺼번에 넣을때 줄거리가 지나치게 간략화되면서 원작의 맛을 제대로 살려내기 힘들것이라는 점이었고 둘째는 유스터스의 일기와 독백이 책에서는 무척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그것이 영상으로 만들어질때 과연 그 맛을 잃지 않을까하는 점이었다.

영화를 보며 이 두가지 걱정이 어느정도 맞았음을 발견했다.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과 글로 표현하는 것은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완벽하게 대처할 수 없다. 원작 소설이 가진 맛과 멋은 영상으로 표현될 때 그대로 전달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니 이 부분은 어느정도 염두에 두고 영화를 감상하자. 가능하면 원작 소설을 한번 읽고 영화를 보는 것도 좋다. 그러면 소설과 영화의 차이를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원작에 못미치는 영화라고 평가절하해서도 안된다. 원작은 루이스라는 탁월한 문학가의 손맛이 담긴 소설이었다. 그 손맛은 글로 읽을때만 느낄수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이 영화화되면서 루이스의 글맛 대신 마이클 앱티드 감독의 그림맛이 첨가되었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그 짜릿함 대신 영화는 영상을 통해 스토리가 전개되는 시간동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짜릿함을 제공한다.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주저함이 없는 영화다.

원작 소설이라고 해야할까, 이 영화의 원작은 소설, 아니 아동용 동화다. 동화의 스토리와 플롯을 가지고 성인영화를 찍으려하는 사람은 바보일게고, 동화를 가지고 만든 영화를 보며 성인용 영화에서나 먹힐 극적인 반전과 음모등이 왜 없느냐고 불평하는 것은 멍청이다(왜 애들 영화를 만들었냐고 불평하는 미련한 평론가들이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의 원작이 유치원아이들에게나 읽힐 정도의 유치한 내용은 아니다. 상징과 잘 구성된 전개, 그리고 체계적인 세계관이 너무도 오밀조밀하게 짜여져 있다. 원작 자체가 가진 기독교적 세계관은 소설과 영화 전반에 걸쳐 제거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저자는 그 세계관을 구체적으로 기독교 세계관이라고 명시하지는 않지만 아이가 아니고서야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모를 정도로 사람들은 어리석지 않다. 저자의 세계관과 아동들이 이해할 수 있는 플롯의 전개, 거기에 추가된 감독의 영상미와 작품의 해석, 이런것들이 어울어진 작품이다.

참고로 필자는 3D를 좋아하지 않는다. 괜히 이상한 안경을 쓰고 보는 영화는 눈만 피곤하고, 머리만 지끈거리게 한다. 그저 평범하게 큰 화면에서 보는 영화로 만족한다. 그래서 이 영화도 3D 대신 일반 상영관에서 관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