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1. 7. 13:34ㆍLife
2007년 11월 5일, 오후 2시경 김용철변호사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통해 삼성의 불법 비자금 계좌와 기타 삼성의 불법적인 로비등에 대한 내용을 발표했다. 애초에 기자들은 이번 회견에서 소위 "떡값"검사들에 대한 리스트를 발표할 것을 기대했으나 그 리스트는 발표되지 않았다. 김변호사와 사제단은 '국가 대사를 마치 연예인 추문 대하듯 한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떡값 검사들의 리스트가 공개되면 결국 그 악의 원흉은 그림자 뒤로 숨고 결국 개인의 도덕성이 다시 시험대에 올라가게 되고 만다. 김변호사와 사제단이 원하는 것은 구조적 잘못을 고치는 것이지, 그 구조적 악은 버려둔 채 끊임없이 되풀이 될 개인의 원론적 책임만을 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큰 문제가 해결될 즈음에 리스트도 공개될 수 있을 것이다. 김변호사 스스로 인정하듯이 '나도 공범으로서 처벌받겠다'는 각오가 서 있기에 말이다.
리스트 공개가 되지 않은 것은 어찌보면 삼성으로서는 악운이다. 리스트의 공개는 삼성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칠수 있는 하나의 기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작 검찰내부엔 엄청난 파문이 있겠지만, 삼성에서는 핵심이 아닌 아랫것들이 스스로 한 충정심정도로 문제를 희석시킬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리스트의 공개는 삼성에 대한 촛점이 자연스럽게 검찰과 비리 공무원에 대한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언론들이 삼성을 두려워하는 이 시점에서 때마침 만난 맛있는 먹잇감을 놓칠리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볼때 리스트의 공개를 미룬것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물론 그 리스트는 적당한 때에 다시 공개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누가 떡값을 얼마나 받았느냐가 아니다 !!
기자들은 검찰의 부정과 그 리스트를 요구했지만 김변호사는 검찰은 삼성의 비리에 있어 하나의 섹터에 불과하다는 말을 했다. 오히려 금감원이나 기회처등은 더 큰 비리와 끈끈한 연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밝혔다. 문제가 드러나면서 점점 비중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2시에 예정된 이 기자회견이 TV방송으로 생방송될만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잘못일까? 사실 이정도의 엄청난 비리와 그에 따른 고발이라고 한다면 신문과 방송은 이미 난리가 났어야 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조용하고 차분한 하루가 진행되고 있었다. 2시의 기자회견이 있는 그 시간 주요 방송사들은 자체 프로그램을 열심히 진행하고 있었다. 클래식 프로그램, 가요 프로그램, 쇼 프로그램 재방송, 세상에 이런 일이 재방송, 백세 건강 스페셜 재방송,... 이 프로그램들이 못났다는 것 아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쓸데 없다는 것 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중요 사안이 걸린 기자회견이 열릴 때라면 방송을 해야 하는 것이 시청률을 생각해서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시청률보다는 정작 광고수입원인 삼성의 비위를 거스리는 것이 더 무서웠던 것인가?
유일하게 그 시간 기자회견을 생방송으로 보여주었던 곳은 YTN 한군데 였다. 전문 뉴스채널이라는 점도 있겠지만, 그래도 있는 그대로라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혹시 다른 케이블 채널은 모르겠다. 가지고 있는 것이 현재 지상파 DMB 폰에서 보는 작은 영상이라 다른 케이블 채널은 확인하지 못했다.
언론에 대해서 삼성이라는 돈줄의 힘의 무서움을 알고 있는 그들에게 어떤 말을 해도 제대로 통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짐작된다. 언론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 운운 해도 정작 광고주의 헛기침 한 방에 나가 떨어지는 것이 한국의 일간지요 TV방송국이니 내가 왜 신문 보기를 더 이상 싫어하고 TV안보고 산지 몇개월이 되어가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어서 인가 보다.
언론은 그렇다치자, 그런데 대체 이정도의 중요사안에 대해 왜 청와대와 대통령은 가만히 있는 것인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죽은 척 숨소리도 내지 않고 그저 가만히 엎드려 죽은 척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죽했으면 민노당이 나서고, 문국현 후보가 사제단을 찾아가고, 정동영 후보가 문후보에게 손을 내밀기까지 했을까.
"지금 막나가자는 거지요?" 그때 대통령의 이 말은 내 마음을 시원하게 해줬다. 적어도 그 말을 할때 나는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냈다. 한 국가의 대표 앞에서 갖춰야 할 기본 자세를 갖추지 못한 어린녀석들에게는 이런 말을 한마디 '쓰게' 해도 된다. 그런데 그 대통령조차 지금 너무 조용하다. 정말 "막 나가고" 있는 삼성과 이회장에 대해서 무언가 한마디정도 해도 되지 않겠나?
언론과 정부,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티즌들에게도 한마디 한다.
먼저 네티즌이라는 집단이 워낙에 개인적이고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으며, 특히 이런 변호사와 기업간의 공방에는 뒷짐지고 구경조차 귀찮아 할 인종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한 사회를 제대로 굴러가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스스로 거부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인해 결국은 '악'에 동참할 기회를 스스로 허용하는 이들에 대해 제발 돌아볼 것을 말하고 싶다.
사람들은 말한다. 특히 네티즌은 더 분명히 말한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그래, 잘못한 것이 없다. 적어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정말 잘못한 것이 없을까? 우리는 사회라는 하나의 공동체안에서 살아간다. 이 공동체는 '나'와 '너'로 구성된 집합적 유기체다. 이 공동체에서 '나'가 빠져 '너'만으로 구성된 공동체는 더 이상 공동체가 아니게 되다. 왜냐하면 '우리'에서 집단적인 '나'가 빠진것은 더 이상 집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너'는 공동체가 아니다. 우리는 이 공동체 안에서 '나'의 잘못이 없음을 역설한다. 그것은 곧 공동체에서 '나'는 빠지겠다는 의식으로 전환된다. '나'는 뒷짐을 지게 되고, 결국 그것은 불타는 '우리'집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비뚤어진 '나'의 모습이 투영되고 만다.
사회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한 개인이 조직의 힘에 맞설수는 없다. 심지어 검찰, 재경원, 국정원, 기회처 등 왠만한 국가 기관의 후원을 등에 업고 있는 무패의 신화를 간직한 기업에 한 개인이 맞서서 승리할 기회는 전무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말을 들을 수 있고, 그리고 무엇이 진실인지 파악할 귀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의 편에 서서 그와 함께 하는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할 수도, 혹은 그와 관계없이 불타는 '우리'집을 바라보며 그저 재미있는 불장난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가지 알아야 할 것은,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잘못이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힘이 강한 자의 편을 드는 것과 진배없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기에 어느쪽에 설수 없다면 그 사람의 고충은 차라리 이해된다. 하지만 이놈이나 저놈이나 하는 양비론에 입각해서 자신이 뭔가 특별한 존재라고 착각하고 눈말 멀뚱거리는 놈은 개인적으로 이회장을 옹호하는 사람보다 더 나쁜놈이다.
다음의 검색어를 본다. 역시나 다음의 1위부터 15위까지 검색어는 여전히 연예인 기사로 가득하다. 대한민국 네티즌의 머리에서 연예인을 지우면 대채 무엇이 남을까?
이효리, 빅뱅, 김나영, 소녀시대, 조수빈, 홍성민, 김현주, 휘성, 투탕카멘, 원더걸스, 아이비, 이태식, 홍영주, 추상미, 애니밴드... 여기엔 절반정도는 그 이름조차 낯선 이들이다. 아마도 필자는 네티즌의 대열이 끼이기엔 너무 나이가 들어버렸나보다. 이 검색어들을 보았을때 '아하 이 검색어는 인기가 있을만 하군'이라는 생각보다는 '대체 이것들은 뭐지?'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검색어들도 마찬가지였다. 거기에도 연예계기사로 즐비하다. 다음이건 네이버건 어디서봐도 삼성, 비자금, 김용철, 정의구현사제단, 이런 검색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거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게다.
가수들 좋아하는 것 막지 않는다. 필자 역시도 중고등학교때 음악방송 녹음해가며 듣고 했다. 엽서 보내서 방송이 되면 기뻐하곤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때로는 이 땅에 있는 아픔에 함께 동참해야 한다. 나의 노래는 시대의 아픔을 함께 간직하고 있었다. 그 노래는 현실 속에서 불려졌다. 때로는 그 노래를 부르며 아파하고 울기도 했다. 운동권의 노래만이 아니라 내가 아는 많은 노래들은 그러했다.
한 개인과 삼성이라는 공룡의 대결을 팔짱끼고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한 개인이 공동체가 되도록 나의 소리를 만들어보자. 적어도 무엇이 진실인지 사람들이 알수 있도록 소리를 높여보자. 한 사람의 소리는 듣기 어렵다. 하지만 여럿이 소리를 합치면 그 소리는 꽤 커진다. 적어도 한국이라는 사회가 옳게 기업활동을 하며, 굳이 비자금같은 것 신경쓰지 않아도 되게 만들자. 사실 삼성은 비자금활동하지 않아도 충부히 자생력이 있는 곳이다. 그런 불법활동을 한다는 것은 오히려 중소기업과 타기업들간의 경쟁력을 스스로 깍아내리는 짓이 된다. 그럼에도 그것을 하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이 "국가에서 바치라고 해서"라는 변명은 통용되지 않는다. 지금을 비자금과 뇌물은 '어쩔수 없는 것'이 아닌 '스스로 정한 불법'이상은 아닌 것이기 때문이다.
검색어로 삼성, 비자금, 김용철, 이런 것들이 드러나는 네티즌이 되기를 바라본다. 적어도 이런 시기에 이런 검색어조차 나오지 않고 여전히 가수들의 신상명세만을 바라보는 집단에 내일은 결코 맑을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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