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가방가, 올해 꼭 봐야만 하는 영화
2010. 10. 24. 21:25ㆍEye
교통사고가 나고 노트북으로 본 영화는 두편 있지만 극장에가서 본 영화는 없다. 그도 그럴것이 병상에 누위 침대에서 제대로 내려오지도 못할 형편이었으니 극장을 간다는 것은 꿈과도 같은 것이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아직도 다리가 지끈거리고 쑤시며 아프다. 그래도 꾸준히 운동을 해야만 좋아진다. 적어도 지금보다 나빠지지 않게 하려면 강한 운동은 못하더라도 꾸준히 움직여야만 한다.
병원에서 한블럭정도 되는 거리에 커피를 마실수 있는 곳이 있다. 운동하면서 한 블럭을 걷고, 거기서 커피를 마시고 숨을 돌린 다음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는 운동을 하고 있다. 귀찮은 것을 싫어하지만 그래도 커피를 마실수 있다는 자기최면으로 하루에 한번이라도 한블럭 정도 되는 거리를 목발을 의지해서 걸어다닌다. 그리고 거기에 극장이 하나 있다.
방가방가라는 포스터를 봤다. 꽤나 재미있다는 소문을 들어서 이 영화를 보기로 마음먹는다. 사실 조금 걱정도 되었다. 내부에 들어가보면 계단도 있을텐데, 어두운 곳에서 넘어지지 않을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된다. 그래도 사람들이 많지 않은 시간대에 천천히 극장에 가보기로 했다. 다행하게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사람도 몇명밖에 있지 않은 시간대의 영화관람이라 편한 자세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당연히 혼자서다.
코믹영화니 그 자체로 즐길수 있지만 이 영화가 담고있는 우리네 현실은 그리 웃기에 녹록치 않은 무게가 있다. 그럼에도 육상효감독은 코미디로 이 무게감있는 현실을 풍자해낸다. 청년백수의 현실을 외국인 노동자로 위장취업하는 태식(방가)를 통해 그려내고, 차별대우를 받으면서도 어쩔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눌러앉아 버텨여만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울분과 외침이 마땅할 캐릭터를 웃음의 코드로 그려내고는 거기에 우리가 감히 하지 못했던 마지막 일갈의 외침을 드러낸다. "강아지 계열 17번!!!"
이게 무슨 뜻일까? 영화를 본 사람은 웃을게고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은 궁금할게다. 역시 이 부분은 설명이 아니라 직접 보고 웃어야만 한다. 코미디를 설명한다는건 코미디다.
마지막, 방가는 친구들을 위해 몸을 던지며 경찰들에 맞선다. 한번도 제대로 된 데모조차 해보지 못했던 방가가 마지막 함께 일했던 친구들의 모습속에서 인간의 당연한 도리를 회복한다. 그 회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어머니의 어릴적 가르침, 쪽박은 깨지말라는 그 당연한 가르침을 실천했던 것이다. 어쩌면 이 외침은 코미디라는 장르를 통해 우리에게 아픈 반성을 하게한다. 이 사회는 쪽박을 깨는 사회라는 것이다. 이 사회는 남의 쪽박을 깨서라도 내 배를 부르게 하는것이 당연한 사회라는 말이다. 그렇게 축적된 부를 자랑할 수 있는 사회란 말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태식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루져였지만, 부탄에서 온 방가는 동료들을 위해 앞서서 투쟁을 하고 부당하게 빼앗긴 급료를 되찾아주는 영웅이 된다. 사랑하는 베트남 여인 장미를 위해 몸을 날리는 마지막 장면은 웃음과 감동만이 아니라 도전을 준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나만 아니면 돼"라는 구호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그 속에서 너를 위해 나를 던지는 태식의 모습속에서 진정으로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되돌아보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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