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란이라는 이름 붙이기 껄끄럽겠다.

2010. 9. 13. 00:51Eye



갤럭시S 는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했다. 아이폰4도 예약 5일만에 20만대를 넘어섰고, 갤럭시S 를 맹추격중이다. 기록적인 아이폰4의 예상판매량은 곧 100만대의 갤럭시S를 따라잡을 것으로 예측하는 기사들도 꽤 된다. 그런데 한국에서 일어난 민란에 동참한 사람의 숫자는 2010년 9월 12일 저녁 11시 57분 현재 15,781명 이란다. 그것도 경찰과 짭새(?)들의 눈을 피해 귓소문으로 퍼져나갔다기보단 인터넷을 통해 여기저기 홍보해가며 지금까지 모은 숫자다. 웹페이지와 트위터, 기타 여러 IT를 활용하고 결국 나온 숫자가 15,781이다. 국민이 호응하지 않는 민란? 그래서 즐거운 민란인가, 아니면 웃기는 민란인가?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에 대해서 이미 이전에 글을 썼다. 길게는 아니어도 간략하게 그 위험성에 대해서 지적하고 이건 대안이 아님을 말했다. 물론 그 아래 달린 댓글은 그럼 니 대안은 뭐냐는 지극히 단순한 댓글들이 달렸다. 대안을 제시할 것이 아니면 잠자코 있으란 협박성(?) 댓글도 꽤 있었다. 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 내가 대안을 내놓다는다면 그 대안을 무조건 지지하고 따를것인가? 어차피 마음에 안들어할것이 뻔하니 굳이 대안을 내놓고 싶은 생각도 없고, 또 내 머리에서 나오는 대안이 무조건 훌륭할 것이라고 나도 생각안하니 거기에 시간과 공을 들일 생각도 별로 없다. 단,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적어도 나는 어떤 대안을 보았을때 그것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를 알 정도는 된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인정하건 안하건 말이다. 그래서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이라는 허황된 대안은 대안이 될수 없음을 지적했을 뿐이다. 강하게 말이다.

이전에 쓴 글들은 여기서 확인하면 된다.

2010/08/31 - [JelicleLim's Eye] - 국민의 명령, 시사IN 은 그 팬텀의 환각에 취할 것인가?
2010/08/27 - [JelicleLim's Eye] - 국민의 명령? 미친거 아냐?

민란이라는 것은 소리없이 퍼져나가는 법이다. 여기저기 꽹가리 치고 설레발 치기 전에 입과 귀를 통해 퍼져나가고 거기로 모여들어서 그래서 권력자나 국가조차도 함부로 어쩔수 없는 그런 합산된 힘의 집합체를 의미한다. 하나의 힘은 작지만 그 작은 힘이 모여서 무소불위의 왕 조차도 함부로 할수 없는 그런 합산된 힘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러기위해서는 몇가지 전제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더 이상 어떠한 통로도 없는 암울한 상태에 빠져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약간이라도 희망이 있다면 사람들은 그 희망에 목을 맨다. 왜냐하면 민란을 일으킨다는 것은 99.9%의 확률로 망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아니 두려움 때문이라고 해도 좋다. 그래서 실오라기 같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그 희망의 실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일반적인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다. 그 0.1%의 희망조차 없을때, 그래서 모든 것을 자포자기할 상태에 이르렀을때 사람들은 들고 일어난다. 진짜 '난'이 발생하는거다. "광화문에서 떡돌리기", "신해철, 광화문에서 뽕짝부르기", "빨간모자쓰고 시청가기" 같이 장난같은 놀이가 아니라 생과 사를 오가는 그 절박함이 마지막순간 폭발하는 게다. 그것을 '난'이라고 불러야한다.

그런데.... 단순히 반대를 위한 반대를 위해 사람들이 난을 일으킬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무조건 한나라당만 아니면 된다는 그 생각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가? 그것이 그렇게 절박한 상황이라고 정말로 판단했다는건가? 이미 숫자가 결과를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댓글들이 충분히 예상되는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이건 안되는거다. 안되는걸 안된다고 말하는데 왜 화를 내는건가? 당신들이 야당에 대해 "그래선 안돼"라고 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당신들에 대해 "그건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것이라는 논리는 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의 논리란 말인가?

**1
이 운동의 허상은 실제로 들어가면 분명해진다.
당장 드러난 청문회나 기타 잡음들은 차치하고, 만약 여기에 정말로 온 국민이 가입했다고하자. 그런데 야당이 단합하지 않는다면? 그러면 어쩔건가? 민주당은 거대 야당으로 자신들의 위치를 포기하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진보신당이나 민노당은 민주당과 합당할거면 차라리 당해체를 하겠다고 배째라고 버티면 어쩔껀가? 그럼 이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 그들을 몰아낼껀가? 그래서 한나라당을 당선시키고? 반대를 위한 반대지만, 정작 대안없는 반대가 되어 버렸다. 야당이 통합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쩔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이 이 운동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느냐고? 모인다고 되는게 아닌걸 모이면 된다고 착각들하고 있으니 그게 문제인게다. 그렇게 모일수 없는게 현실이면 그 현실을 전제로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똑똑한 참모진을 구축해야한다. 그런데 무조건 모일수 있다고 주장하고, 모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착각들하고 산다. 결국 나온 것은 숫자 15,781 과 내부의 잡음일 뿐이다. 이것도 예상못했는가? 예상못했을게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될거라고 여전히 착각을 하고 지낼게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2
댓글들을 보면 우선 다른 문제들은 덮자고 하다. 덮어두고 하나가 된 다음에, 쉽게 말해 힘을 가진 다음에 논의하자고 한다. 그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내 힘을 빌려줬는데, 정작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채 빌려줬는데, 나중에 내가 전혀 원하지 않았던 모습이 된다면 어떻게할까? 당연히 빠져나올게다. 왜냐고? 들어갈때는 내가 주인인 줄 알았다. 들어갈때는 내가 명령하면 그대로 이루어질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나니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은 따로 있다. 그들이 결정하고, 그들이 명령한다. 나는 여전히 힘없는 국민, 졸일 뿐이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이 운동은 바닥에서부터 무너지게 되어있다. 가장 큰 무너짐은 바로 대선 직전의 무너짐이다. 그래서 이 운동은 치명적이다. 오히려 한나라당에서 이 운동을 좋아할게다.


마지막으로,... 댓글들을 읽다보면 답답하다 못해 짜증이 난다. 어차피 내 블로그는 하루에 들어오는 사람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은 그저 평범한 여느 블로그중의 하나일 뿐이다. 한두편의 글로 대충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나중에라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기록해두는 것이 어쩌면 이 블로그의 가장 큰 특징일게다. 그 와중에 내 생각을 조금이라도 읽고 공감해 주는 사람을 만난다면 좋은 것이지만 굳이 억지로 여기를 찾는 모든 이들이 형식적인 감사나 인삿말을 남겨야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다. 다시말해 그저 읽고 마음에 안들면 다시 안찾으면 되는 곳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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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2012년 2월 8일 새벽에 예전에 쓴 글을 문득 보게 되었다. 윗 부분은 2010.09.13 에 쓴 글이고, 이 부분은 2012.02.08 에 감상을 적어넣은 부분이다.

**1. 결국 문성근은 국민의 명령을 계속 수행했고, 많은 지원자들과 함께 민주당의 당대표가 되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다. 더 이상의 개혁도 더 이상의 통합도 더 이상의 국민의견 수렴도 없다. 문성근의 마음은 모르겠지만 그를 지지했던 많은 이들은 후회하고 있다.

**2. 항상 했던 말이다. 우선 급한 문제 부터, 우선 이것부터.. 나꼼수의 비키니사진에 관련된 문제는 여전히 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 급한 건 여성문제가 아니다"라는 말은 "지금 급한 건 내말을 듣는 것이다"라는 말과 같이 사용되었다. 그래서 위험하다. 바른 판단을 내릴수 없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고 닥치고 따라오라고 말할때 그 말을 들으면 히틀러의 망령이 되살아 나는 것이고, 그 말에 반발하면 인민재판이 시작되는 것이다. 어쨌거나 2012년의 대한민국은 온전한 정신을 가진 정치인과 그를 논할 사람이 무척이나 희귀한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