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2. 14:20ㆍ서평/[서평] 인문
가볍고 경쾌해서 통통튀는 느낌이 풍기는 재치있고 발랄한 그저 서서 읽어도 다리 아픈줄 모르고 한참 읽게 될 책.
그리고 중간정도 읽다가 대체 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책.
끝까지 읽고 나면 왜 내가 전반부 1/3 에서 멈추고 좋은 기억을 가지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는지 후회하게 되는 책.
소설은 다양한 작가의 경험세계를 바탕으로 하게 된다. 결국 소설은 가상의 상황, 가상의 인물, 가상의 사건 속에서 독자와 저자의 치밀한 두뇌싸움이라고도 할수 있을 것이다. 단지 미스터리 소설, 추리소설만이 아니라 다른 어떤 종류의 소설이라 할지라도, 심지어 첫장에 끝장면을 대놓고 알려주는 삼류 연애 소설이라 할지라도 화자는 청자와의 보이는 않는 줄다리기를 끊임없이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스타일은 그 점에서 약간의 아쉬움을 남게 한다. 책의 서두는 밝고 경쾌하다. 중간도 밝고 경쾌하다. 후반부 역시 약간의 갈등과 과거의 내재아의 갈등이 전개되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도 크게 전개에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다. 전체적인 구성은 다소 가볍게, 흥미롭게 전개된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다.
패션계에서 격는 갈등과 인간관계, 그 속에서 만나는 또 다른 사람들, 닥터 레스토랑과 꼬이는 내면의 갈등, 존경, 그리고 이어지는 허무한 결말, 소설은 이서정이라는 한 여자의 독백을 통해 독자와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녀의 독백은 스스로를 뚱뚱한 노처녀라 부르는 자기비하와 주변인들에 대한 독설을 담은 냉소주의가 잘 버무려진채로 다분히 감상적이면서도 누군가를 인용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그녀의 독백은 충분히 스스로에 만족하지 못하는 많은 노처녀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고, 이는 이 소설이 충분히 그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역할을 감당했다고도 보여진다. 어떤 독자는 이 책에 대한 서평으로 "여자의 마음을 읽고 싶으면 이 책을 읽으라!"고 쓰기도 했으니 말이다.
책은 누군가의 마음을 달래는 역할을 이서정을 통해 감당하게 한다. 그리고 그녀는 여러 상황속에서 자신의 입장과 주변의 입장을 마치 자신은 거기 있지만 거기 없는 듯한 독백속에 어찌보면 철저할 정도의 시니컬니즘을 유지시키면서 독백을 이어간다. 그 독백을 듣는 많은 이들은 그 독백이 자신의 것인양 빠져들게 된다. 캐릭터의 독특함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책이다. 그녀의 독백을 읽는 것 만으로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차라리 이 책은 단편으로 마쳤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성이 강한 캐릭터 하지만 그 이상의 구성은 더 이상 바라보지 못하는 글이다. 단편으로 그 부분의 강조하고, 그것으로 마칠수 있었더라면 차라리 끝까지 읽고 책을 덮으며 느꼈던 그 허무함은 느끼지 않을 수 있었을텐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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