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엘리엇, 그가 남긴 노트에 담긴 것들 ...

2008. 10. 21. 17:19서평/[서평] 기독교

전능자의 그늘 상세보기
엘리자베스 엘리엇 지음 | 복있는사람 펴냄
우리 시대의 영적 지각력이 뛰어난 강연자이자 교육자 엘리자베스 엘리언의 『전능자의 그늘』....『전능자의 그늘』의 앞표지에 실린 사진은, 자신의 사역지가 될 에콰도르를 바라보는 짐 엘리엇의 모습을...

짐 엘리엇의 노트를 기반으로 그의 아내 엘리지베스 엘리엇이 기록한 책이다. 그의 생애 전부는 아니지만 End of the spear 이라는 영화에 그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아쉽게도 한국내 상영은 되지 않았으며, 인터넷으로 동영상파일을 구해서 볼수는 있다. 극장상영도 안했으니 DVD 등으로 출시되지도 않았다. 내용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기에 감동이 있지만 왠지 마지막 부분은 지나치게 영화적 극적 요소를 넣으려 한 것이 오히려 영화의 질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짐 엘리엇의 전능자의 그늘을 읽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그 영화를 꼭 볼 것을 권한다.

책은 그의 노트의 기록을 바탕으로 기록되어 있다. 초두에 이런 글이 적혀 있다.

발레리에게
아버지의 글을 통해 언젠가 너는 네 기억에 없는 아버지를 알게 될 것이다. 내 글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렇게 아버지를 알게 되면서 너 또한 아버지가 사랑했던 분을 사랑하고 신실하게 따르게 되기를 기도한다. (책의 속장에 적힌 내용)

기억에 없는 아버지, 하지만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그 어느 아버지보다도 더 자세히 이 책은 기록한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전시용 전기가 아닌 내면의 가장 깊은 고뇌들까지도 감히 기록하는 짐 엘리엇의 용기앞에 고개가 숙여진다. 전시용 기록이 아닌 내면의 가장 깊은 곳을 끄집어내는 그의 글 앞에서 조금이라도 사람들에게 감동과 감흥을 주려는 내 글쓰기는 쓰레기를 양산하는 추한 냄새를 드러낼 뿐이다.

그들은 여태까지 조금도 착오 없이 인도해 오신 그분께 자신들과 신중히 세워온 모든 계획을 맡긴 채 아우카족을 기다렸다....

그날 오후 4시반이 채 못 되어 다섯 동료의 시체 위로 쿠라라이 강물이 말없이 흘렀다. 그리스도의 기를 들고 그리스도를 전해주러 왔건만, 바로 그들의 손에 목숨을 잃은 것이다. 세상은 이 일을 비극의 악몽이라 불렀다. 세상은 짐 엘리엇의 신조 앞부분에 담긴 진리를 깨닫지 못했다. "영원한 것을 얻고자 영원할 수 없는 것을 버리는 자는 바보가 아니다." (p.25)

목숨을 잃었다. 세상적인 관점에서는 헛된 죽임을 당했다. 제대로 일을 해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죽어야만 했다. 하나님은 어디 있느냐고, 왜 이렇게 하셨느냐고 외쳐볼만도한데, 짐은 그리고 엘리자베스는 그 죽음은 바보의 것이 아니었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언젠가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이 노트를 보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철저히 정직하게 기록할 자신이 없다. 내 마음의 가식과 위선이 늘 가면을 쓰고 나타나 그 심연의 실상을 차마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록이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해주시기를 주님께 기도한다. 나 자신의 마음을 알게 해주시며 흔히 모르고 지나치는 큰 모순들에 관해 단호히 기도할 수 있게 해주시기를 기도한다. 내가 이렇게 기록하는 것은 하나님과의 조용한 시간이 본 궤도를 벗어났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 노트에는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는 중 날마다 그분께서 주시는 새로운 생각을 적어야 한다." (p.72)

"어제는 충분한 시간 동안 본문을 충실히 읽고 묵상하며 새로운 진리를 찾았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어쩌면 너무 열심히 구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성령님께 대들며 내 열심으로 비둘기같은 그분을 몰아붙였는지도 모른다. 주님, 듣는 법을 가르치소서. 아직 주님께서 열어주시지 않는 말씀에서 늘 진리를 짜내려 하지 않게 하소서. 내 묵상과 기도시간은 아직도 멀었다." (p.74)

많은 도전을 줄 구절들을 보게 되지만 왠지 이 글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본문을 읽고 묵상하고 거기서 무엇인가를 끄집어내는 일에는 이제 익숙해지고 있다. 굳이 깊은 기도없이도, 굳이 무릎꿇어 영의 눈이 뜨이기를 구하지 않아도 설교하기에 충분한 지식과 예화와 기승전결이 대충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더 큰 문제를 지니고 있다. 차라리 말씀을 보면서 짐처럼 아무리 열심히 봐도 보이지 않았더라면 더 기도하면서 묵상할 수 있었을텐데, 작은 지식이 더 큰 지식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다. 나는 더 구해야 한다.

내가 훈련의 가치를 모르는 자라면 당신한테도 권하기를, 마음 내킬 때마다 충동대로 말하라고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내를 배우는 최선의 길은 인내하는 것입니다.(p.103)

문제를 극복하는 최선의 길은 그 문제에 직면하는 것이다. 피하지 말고, 때로는 돌아가지 말고 정면으로 직시해야 한다. 훈련의 가치는 너무나 절실히 느끼고 있다. 종종 그 훈련을 대신 시켜주겠다는 사람을 만날때마다 진짜 훈련을 포기하게 될까봐 두려움이 인다. 종종 사람들은 자신들이 누군가를 훈련시키기에 적당한 조련사로 인식한다. 차라리 그런 좋은 스킬이라도 있다면 좋으련만,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의지한 약간의 다름을 절대화시키며 그것을 이수하지 못하면 훈련되지 않은 것으로 여기는 그 교만함과 거기에 편승해서 그것을 조직의 질서로 승화시켜버리는 이들의 속임은 훈련과는 상관이 없다.

그러기에 초기의 훈련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수 있지만 진정한 훈련의 단계에 들어서면 그때는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이 훈련은 지극히 개인적일 수 밖에 없다. 그 훈련은 그 어떤 누구도 간섭할 수 없으며, 그 어떤 존재도 지도할 수 없다. 철저히 광야에서 하나님과 나와의 만남이 이루어져야 한다. 거기서 인간관계가 훈련받으며, 말이 훈련 받으며, 거기서 나의 삶이 훈련되어진다.


 


짐 엘리엇, 그가 남긴 노트에 담긴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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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licleLim(2008.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