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원과 나이키, 이 나라와 저 사람들 ...

5월 1일자 신문에 경기도의원들이 미국까지 가서 자신이 자랑스런 한국인임을 증명하는 대단한 업적을 남기고 오셨다는 기사가 나왔다. [Link:기사1, 기사2] 국제 친선 교류 확대와 우호 협력 증진을 명분으로 갔으니 친해지겠다는 필사의 각오로 거기 있는 여자 동상의 가슴과 다리 사이에 손을 넣었다고 한다.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정치인이라는 족속들은 말이다. 기자와 친해지겠다고 가슴을 주무르질 않나. 당 사무총장이 모범을 보이니 아랫것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이번에 기꺼이 미국가서 한건 올렸다. 나이키 본사에서는 그 사람들 다신 보기 싫다고 한다. 사실 왠만하면 기업입장에서는 한국관료들에게 잘 보이는 것이 나을텐데도 이렇게 딱 거절하는 걸 보면 아예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게다.

대구에선 초등학생들이 집단 성폭행을 하고 다녔다. 위에서 부터 모범을 보이고, 아랫것들은 그게 당연한 듯이 따라하니 철모르는 아해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너무나 자주 일어나는 어린이 성폭행의 원인과 책임은 모두 그들의 개인적인 잘못으로 치부하고는, 한다는 짓이 고작해서 얼굴공개하겠단다. 얼굴공개하고 인터넷에 이름 올려두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기자 가슴 만졌던 사람이 얼굴 공개하고 다시 국회의원이 되는 세상에서?

* http://today.tistory.com/122 여기에 재미있는 합성사진이 있군요... *

이 나라는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모두 썩었다. 문제는 자신이 썩었다는 사실을 알면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텐데 모두가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모를뿐만 아니라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알아봐야 지킬수도 없을테니 그저 돈만 벌어다주면 모든 것이 다 용서된다는 사회다.

내가 잘못했다. 돌아와라. 그저 아무것도 필요없다. 여자 가슴 만진게 무슨 큰 잘못이라고, 여행가서 동상에 손 좀 댈수 있지 그게 무슨 큰 일이라고, 애들 크면서 이런일 저런일 발생하는 거지 그게 무슨 대수라고, 버릇 없이 구는 애들은 가끔 혼도 나야지 혼나다보면 그게 조금 과해질수도 있는거지, 어쩌다 실수로 애들 한둘 죽일 수도 있지... 돌아와라. 다 용서하마, 그저 돈만 가져오면 된다. 사천만 거지들이 병원을 가건 말건 내가 알바 아니며, 멀쩡한 땅이 물로 변하건 말건 내가 상관할 일 아니며, 죽을 때가 되서 죽은 소 누가 먹든 자기가 좋아서 먹는 건데 그걸 왜 네 책임으로 돌리겠느냐, 돌아와라, 돌아와라, 그저 바라는 것 아무것도 없다. 그저 돈만 많이 가져오면 된다.

돈만 가져오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 돈만 가져오면 누구든지 영웅이 될수 있다. 슈퍼맨? 필요없다. 그저 돈만 있으면 된단다.

미안하다. 이게 우리가 원했던 것이다. 바로 이게 우리가 진실로 간절히 원하고 갈망하던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이 일의 결과물을 맛있게 음미해야 한다. 때로는 비틀거리는 소의 사지에서 떼어낸 고기조각을 상에 올리고 그 앞에서 경건하게 [이.게 우.리.가 원.했.던 것.이.다]라고 낭랑한 소리로 읇조릴 줄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바로 이걸 원했다. 나라를 살리는 길은 도덕성도, 훌륭한 인품도 아니다. 물론 정치인들 중에 그런 사람이 있으리라고 기대한다는 것이 이미 순진하다 못해 우둔한 것이다. 그나마 정치인들 중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그래도 [적당히 나쁜 놈] 정도였다. 그래도 이 놈은 이전 놈과는 다르겠지 하는 그 기대, 그 기대를 가지고 그래도 덜 나쁜놈이라도 뽑아보자고 아우성을 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덜 나쁜 놈이 아니라 아주 나쁜 놈이라도 전혀 상관없다. 아니 그 나쁨을 가지고 돈만 가져온다면 그가 손에 피가 든 비수를 들고 있건, 소 때려 잡는 몽둥이를 들고 있건, 아니면 여자의 가슴 한쪽이 들어있던, 절반 남은 한반도를 다시 둘로 나눌 곡괭이를 들고 있건 상관없다. 그 나쁨을 이용해 돈만 가져온다면 너는 용서받는다. 구원받는다. 그리고 너는 영웅이 된다. 신화가 된다.

한국은 변했다. 이제 더 이상 농촌에서 박동혁과 채영신은 조우하지 않는다. 만나더라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서로를 알아보더라도 우리들은 그 사실을 알수 없다. 그 옆에서 우리는 이런 말을 한다.

왜 농촌을 변화시키겠다는거야? 농촌계몽 그게 뭔데? 우리한테 필요한 건 돈이야, 그저 돈만 잘 벌수 있게 해주면 돼. 우리 새끼들? 공부? 그거 다 쓰잘데 없는 짓이야, 그거 해서 니들 처럼 이런 촌구석에 틀어박혀서 고생할거믄, 절대로 내 새끼들은 그런 공부 안 시켜. 공부해서 남주는 그런 공부는 절대 안시켜, 우린한텐 니들 필요없으니까, 그냥 가! 어서 꺼져!

대선의 결과, 총선의 결과,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말 기존 정치집단에 대한 실망과 그들에 대한 심판이었을까? 아니다. 그것은 저주다. 바로 우리 자식들에게 쏟아 붇는 저주의 심판이었다. 기뻐하라, 할렐루야, 이것이 우리가 원했던 바로 그 모습이다. 이때가 우리가 간절히 원하고 꿈에조차 오매불망했던 바로 그 시간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정직하게 살 필요 없다고. 우리 아이들에게 주지 시켜야 한다. 저 사람들이 여자 가슴이나 만지고 그래서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걸 잘 배워야 한다고, 그래야 그들의 집단속에 들어가게 될때 왕따가 되지 않을테니 말이다. 가슴을 만지거나, 정히 안되면 조각상의 다리 사이에라도 손을 넣을 배포가 있어야 하는 사회다.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고, 우리는 기꺼이 그들에게 다시 이 나라의 모든 것을 맡겼다. 왜냐고? 우리는 모든 것을 용서했으니까, 그들이 돈만 가져다 준다면 우리는 그들이 무슨 짓을 했건, 무슨 영향을 끼쳤건, 우리 자식들의 머리속에 어떤 난도질을 해 놨건 우리는 기꺼이 용서할 준비가 되어있다. 왜냐고? 돈이 생긴다쟎아...

그와 그의 전사들이 왔다. 그들은 이제 소와 쌀을 등에 업고 등장한다. 탄핵? 40만명? 그정도로는 *꿈쩍*도 없다. 그들은 미동도 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지루해서 하품정도는 한번 날릴지도 ... 400만이 서명해도 그들은 까딱없다. 왜냐고? 그걸 몰라서 물어? 그들은 우리의 영웅들이거든, 그는 신화거든, 그는 모든 것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박정희가 했던 식으로 다시 우리나라를 일으킬 거거든, 그때처럼 조금 죽는 사람이 생길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는 우리의 영웅이거든. 돈만 가져다 준다면 4천만의 마음속에는 이미 그 면죄부를 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거든. 그의 돈은 자신을 구원할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구원할 돈이거든. 그 돈은 지옥에 있는 우리를 천국으로 올려줄 바로 그 돈이거든. 기뻐해야 하지 않을까? 손을 높이 들고서 말이야.
할렐루이(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