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워드 “멈춰!”를 사용해서 학교폭력 멈추기 : “학교폭력 멈춰!”를 읽고

2013. 1. 21. 02:22서평/[서평] 인문




I. 서론


살림터에서 나온 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 든 생각은 내 아이가 다니는 대안학교에 적용하기에 아주 적당하다는 생각이다. 우선 학교폭력의 문제가 있고(이것이 없는 학교는 없다. 거짓말이거나 혹은 곧 폐교될 학교 말고는), 교사들이 그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학부모들도 그 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는데 대부분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의 문제는 이미 한국사회전반에 걸쳐 심각하다. 2009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학생자살률은 10만명 당 28.4명으로 세계최고 수준이다. 2위인 헝가리도 19.6명이다. 너무나도 처참한 수치다. 책에 나오는 올베우스 프로그램을 도입한 노르웨이는 82년도에 학교폭력문제로 10대 3명이 자살하자 이 문제를 국가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1년간 준비해서 바로 이듬해 83년 올베우스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교육열 세계 1위이자 동시에 학생자살률 세계 1위인 대한민국과 비교하면 너무 차이가 나는 모습이다. 


다행히 학생들에게 무조건 경쟁만을 말하는 사회에서 학생을 인격으로 보는 교사들이 있고, 그들이 모여 학교폭력을 멈추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하며 이 책이 쓰여졌다는 것에 대해서 큰 위로를 받는다. 이 책에서 말하는 평화샘 프로젝트는 올베우스 프로그램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고, 그것을 한국적 토양에 적합하게 수정한 것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평화샘 프로젝트는 올베우스에 기초하고 있지만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개입하는 노르웨이와 자유시장의 원칙만 강조하고 경쟁을 통해 학생이 성장한다고 믿고 또 경쟁을 통해 학생길들이기가 보편화된 우리나라에서 올베우스를 원메뉴얼대로 도입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한국에서 실행가능하도록 수정과 보완을 한 것이 바로 평화샘 프로젝트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직접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짧게 요약된 내용을 읽는 것은 금방 다 아는 것처럼 느끼겠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들을 고민할 시간을 없게 만들고, 때로는 고민하면서만 얻을 수 있는 어떤 것을 지나치게도 한다. 그래서 책의 내용을 요약, 정리해서 이곳에 말하지는 않겠다. 첫째, 책의 내용이 어렵지 않지만 충분히 시간을 들여 체화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둘째, 고민없이 받아들이는 모든 것은 오히려 오해되고 잘못 오용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II. 본론 


이곳에서는 책을 읽으며 느꼈던 몇 가지를 적어 보고자 한다. 아래에 적은 내용은 책에 있는 내용일수도 있고, 혹은 아닐 수 도 있다. 그저 책을 읽은 다음 내가 느낀 느낌일 수 도 있다.


1. 매직워드 “멈춰!”

이 말은 누구라도 자신이 폭력상황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말할 수 있는 말이다. 이 말이 들리는 순간 모든 이들은 하던 일을 중지하고 모여야 한다. 그래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상황극을 통해 모든 이들이 알게 한다. 회의가 열리고 회의를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이러한 상황이 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게 한다. 이제까지 학생들 사이에서 서열구조가 있었고, 카스트가 있었고, 그래서 강한 아이가 약한 아이를 지배했었다면 그 속에 새로운 매직워드가 들어가는 것이다. “멈춰!” 이 말은 어떤 힘보다도 강하다. 그래서 이 매직워드가 발동되는 순간 학교안에 존재하는 어떤 힘보다 강한 힘이 발동한다. 더 이상 피해자는 힘이 없어서 고통을 참고 견뎌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적어도 매직워드가 존재하는 한 피해자는 그 순간 자신의 억울함을 알릴 수 있는 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


2. 더 이상 학교폭력의 문제를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립구조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분명히 피해자가 있고, 또 피해자에게 고통을 준 가해자가 있다. 하지만 한쪽은 항상 선한 존재이고, 다른 한쪽은 항상 악한 존재로 인식해서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많은 가해자들은 이전에 피해를 경험했던 피해자이기도 하다. 결국 피해자였을 때 그들의 고통을 제대로 풀어주지 못했고, 결국 그것이 잘못된 방향으로 분출되기도 한다. 그래서 평화샘 프로젝트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만이 아니라 거기에 구경만 하는 방관자들의 잘못을 지적한다. 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가해자가 더 이상 폭력을 휘두를 수 없는 엄격한 규칙을 제정하는 것보다 그를 포함한 공동체에서 폭력에 대해 분명하게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많이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모든 문제를 나와 관련된 문제와 내가 상관없는 문제로 나누어버리는 순간, 거기엔 더 이상 올바름이 들어설 여지가 없어지고 만다.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모든 개인이 빠져버린 곳, 그래서 더 이상 공동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없어진 곳에 남겨지는 것은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뿐이다. 더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마음대로 하는 곳, 그러한 곳에서 기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최상위계층에 올라간 극소수의 귀족들 뿐이다. 학교에서는 이것을 일진이라고 부른다.

모든 문제를 나와 관련된 것과 관련되지 않은 것으로 분류하는 대신, 공동체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를 내가 관련된 문제로 인식하는 순간 적어도 그 공동체내에서 더 이상 억울하게 고통받는 개인은 없어지게 된다. 가장 큰 고통은 내가 받은 상처가 아니라 내가 받은 상처를 아무것도 아닌 양 희석시키고 없는 것으로 여기는 공동체의 태도다. 


3. 교사의 개입은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여기서 교사의 개입은 과거 권위적, 강제적 개입이 아닌 학교공동체, 혹은 학급공동체를 살피는 관찰자로서, 또 리더로서의 개입이다.

방관자가 폭력에 대해 중지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의 의지로 폭력을 멈춰야만 하겠다는 방관자들의 결심이 필요하다. 이것은 더 높이 있는 권위자에 의해 획일적으로 내려오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그렇게 주어지는 명령은 오히려 거부감만 들게한다. 일시적으로 질서를 회복할 수는 있지만 은밀하게 발생하는 더 수위 높은 폭력은 결국 지금의 한국 공립학교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그러기에 교사는 권위적 명령을 하달하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의 폭력에 대해 느끼고 알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하고 나아가 그것을 끊고자 하는 아이들의 희망을 바깥으로 드러내게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4. 알수 없는 여자아이들의 뒷담화

사실 책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들 부분이 여자아이들에 대한 부분이다.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의미는 그렇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이기에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는 부분이다. 사실 남자가 여자를 이해한다는 것이나 여자가 남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많은 제약이 있어서 힘든 부분이다. 그래서 이 부분은 성인지적 관점에서 제약이 많은 내가 말을 하는 것을 아끼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다. 또 내 아이들이 다 남자아이라는 것도 여자아이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부분은 여자아이를 가진 다른 부모님께 맡기고자 한다. 책에 있는 3학년 아이가 그린 피라미드와 관계도를 보이는 것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마치고자 한다.

 




5. 왜 교실에서 시작하는가?

책 6페이지, 머리말 부분에서 “왜 교실에서 시작하는가?”라는 제목에 주목했다. 학교폭력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은 교실이다. 80.7%의 학교폭력이 같은 반 아이에 의해 행해진다. 또한 교실이라는 공간은 더 이상 부모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학습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자, 학생들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생활의 공간, 하지만 그러기에 아이들이 가진 폭력성이 발휘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교실이다. 교실을 떠나서 가지고 되는 새로운 공간에서 아이들은 현실과는 별도의 위안과 만족, 때로는 선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여러번 교회 수련회를 가졌었다. 아이들은 평소 학교에서의 생활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수련회가 마쳐질 때쯤이면 아이들은 서로간에 헤어지기 싫은 아쉬움을 표현한다. 하지만 그러한 아쉬움과 마음의 다짐은 며칠 가지 못한다. 현실속에서 아이들은 다시금 자신들의 현위치를 실감하고 거기에 빠져든다. 그러기에 현실에서 벗어난 이상한 나라로 아이들을 초대하고 거기서 탁자에 둘러앉아 티파티를 하며 그 분위기에 한껏 젖는 것은 교실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현실과 괴리된 분위기속에서 만들어진 규칙은 현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가장 빈번하게 부딛히는 생활 속에서 그 생활 속 어떤 규칙보다도 우선되는 매직워드의 존재, 그것은 더 이상 권력이 어떤 특정한 존재에게만 있다는 잘못된 의식에서 우리를 벗어나게 해준다. 그래서 그 매직워드는 어떤 곳보다도 교실이라는 공간속에서 우선적으로 발동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III. 결론


간단히 말하자면 가능한 빨리 (ASAP : As Soon As Possible) 시행했으면 한다. 이 책을 읽은 후 인터넷을 살펴보니 이와 관련된 기사들이 꽤 나온다. 조금 섭섭한 것은 나라에서 지원하면서 정책적으로 하려고 한다면 차라리 올베우스에 가깝게 만들었어야지 하는 생각도 든다. 나라의 정책적 지원이 없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프로젝트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 물론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아주 좋은 선택이지만 그래도 국가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국가차원에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시행을 위해서 교사들이 준비할 것이 많고, 아이들과 많이 대화하면서 준비해야 할 것이다. 또 여러 학부모들에게 이러한 사정을 알리고 협조를 구하면서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사실은 많이 다른) 시스템을 만들고 그것을 지속시키겠다는 것에 대해서 양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각자 구체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학교폭력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교사들의 바램에 부정하는 학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고, 아이들도 폭력문제에 관해서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 도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남은 일은 가능한 빨리 일들이 되게 하는 것이다.

‘알아서 잘 하겠지’하는 신뢰가 필요하지만 그것이 ‘나는 별로 알고 싶지 않고 관계하고 싶지도 않아요’라는 방관자적 자세에 대한 포장이라면 그것은 신뢰가 아니다. 학교폭력을 해결하고자 하는 교사들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고 혹시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면 잘못된 부분을 말하고 토론하는 것도 필요하고, 동시에 교사의 의견이 좋은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학부모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