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불편해도 괜찮아
2010. 8. 30. 12:31ㆍ서평/[서평]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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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딴에는 여성문제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다고 자신했지만 어느날 대학 특강중 불거진 한 여학생의 질문앞에서 자신에게 있는 무의식중의 남성편향적 시각을 느끼게된다. 사법연수원을 마칠때쯤이면 마담뚜의 도움을 받아 아내르 얻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경고성 농담앞에 한 여학생은 여기있는 법대생의 40%가 여성인데 왜 남자에게 이야기하듯 하느냐는 지적을 한다. 그리고 사과하고, 그것을 불편하게 느끼게 된다. 정확히는 자신이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에 대한 불편함이다.
어쩌면 이 책 "불편해도 괜찮아"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전제로 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논리를 가지고 있고,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개인의 것일수도 있겠지만 종종 공통체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그래서 나만의 독선이 아니라 세상모든사람이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것이라는 착각을 동반한다. 집단이기심일수도, 혹은 집단최면일수도, 혹은 파시즘적 전조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그것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당연한 것이니까 말이다.
이 당연한 것은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 당연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여기서 어긋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러기에 남자들은 세상 모든 것이 남자들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팔다리가 멀쩡하게 움직이는 사람은 자신들이 정상이고, 그래서 자신들이 옳다고 여긴다. 다르다는 인식 대신 틀렸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여기서 Majority 와 Minority 의 감히 쨉도 안되는 갈등이 일어난다. 성인들은 미성년들에게 무조건 우리의 말을 들으라고 한다. 권력자는 나머지것들을 위협하고 기를 죽인다. 여성과 장애인, 소수인권에 대한 도전은 단순히 숫자의 많고 적음에 달려있지 않다. 비록 그 숫자는 적더라도 혹은 동등하더라도 어떤 집단은 다른 집단에 대해 우월적 위치에 서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때문이다. 그리고 그 판단에 대중은 아무런 저항없이 끌려가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런 당연한 것에 누군가 제동을 걸어야한다. 그러지 않을수 있다는 것을 누군가 알려줘야한다. 저자는 그 누군가가 무엇을 말하는 과정을 영화로 표현했다. 누군가가 무엇인가를 말할때 그것을 보며 우리는 당연한 것이 당연치 않다는 것을 느끼게된다. 그래서 불편해진다. 그 불편함이 곧 정상적인 반응이며 그 불편함을 감수해나갈때 그때 인간이 인간다워진다고 말한다.
'날아라 펭귄'이라는 영화를 보며 우리 시대의 기러기아빠들의 고단함과 거기서 인간다움을 잃어가는 청소년들을 만난다. 하비밀크를 통해 성소수자들의 인권이 어떻게 존중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사실적인 폭력을 보여주는 똥파리는 폭력을 통한 스트레스해소용이 아닌 더 큰 불편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그 불편은 과연 이래도 되는가하는 그런 가슴속 깊은 울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고 장엄함에 경탄했던 300이라는 영화는 장애인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화를 내게 했던 영화다. 빌리엘리어트는 단지 한 아이의 발레에 대한 호기심의 성장 이상의 것을 가지고 다가온다. 탄광노동자로 아무런 힘을 가지지 못한 다수의 고뇌와 한계, 그 속에서 잃어가는 인간다움의 권리를 보여준다. 신동일 감독의 방문자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모습을 통해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불편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기독교인으로서 내게도 이 책은 불편하다. 한국 기독교의 다수는 여호와의 증인들이 선택한다는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지나칠정도의 배타성을 드러낸다. 하지만 정작 성경의 가르침은 무엇인가? 오른뺨을 맞으며 왼뺨을 돌리는 것이 아닌가? 원수를 사랑하라고 그를 위해 기도하라고 하지 않았나. 양심적 병역거부는 여호와의 증인들만의 선택이 아니었다. 이미 교회사를 통해 많은 신앙의 선배들이 그 선택을 했다. 성소수자의 인권은 어떠한가. 그들에 대해 성경은 단지 배타적일 뿐인가? 친절하게도 저자는 다양한 상황속에서 나타는 동성애에 대한 성경해석에 관해 더 주의깊은 연구가 필요함을 말해준다. 그 모든 생각과 차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않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인간답게 살 권리, 인권에 대해서는 누군가 말해야한다. 그들은 나와 다르다. 하지만 그 다르다는 것이 곧 그들의 인간답게 살 권리를 훼손하게 두어서는 안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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