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가 우리에게 암시하는 것
2010. 8. 23. 13:21ㆍEye
제빵왕 김탁구는 너무나도 유치한 이야기다. 한 아이의 성장과정을 그리면서 어떻게 선이 악을 이기는지에 대한 도전을 담고 있다. 탁구는 악을 악으로 갚지 않는 캐릭터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품고 다시 전진한다. 얼굴을 찌푸리는 대신 웃고,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다시 일어난다. 자기를 미워하는 자를 미워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래서 유치하다. 어쩌면 지금보다 한 5년, 10년만 빨리 만들어졌어도 그저 뻔한 이야기로 사장될 뻔 했던 이야기, 그것이 바로 김탁구다.
하지만 이 유치한 이야기에 대한민국이 열광한다. 왜일까? 왜 사람들은 제빵왕 김탁구를 보고 싶어 할까, 왜 사람들은 다른 이야기보다 이 이야기에 심취하는가?
한때 흥부보다 놀부의 캐릭터에 더 관심을 가지는 시기가 있었다. 어쩌면 그 시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저 재미없고 착하기만한, 그래서 손해만 보는 흥부보다는 자기 살길은 자기가 찾는, 주위 사람을 어렵게 하더라도 이익을 챙길줄 아는 캐릭터 놀부에 더 관심을 가졌다. 멍청하게 일만하는 개미보다는 재미있게 놀줄 아는 베짱이가 음반을 내서 거부가 된다는 신형 우화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 배경엔 권선징악, 성실, 근면과 같은 전통적인 가치관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그래서 옛사람들처럼 멍청하게 살기보다는 차라리 약간의 반칙을 하더라도 실익을 챙기는 것이 더 낫다고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반칙이 허용되기 위해서는 그 반칙을 할만한 베짱과 용기, 뒷감당할 배경이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편법으로 대학에 들어가려면 그만한 재력을 가진 아버지라도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이 반칙이라도것도 하고 싶다고 할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된다. 한때는 반칙을 해서라도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되었지만 그 반칙이라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 내가 가진 것으로는 택도 안된다는 것을 알아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땅을 사서 돈을 번다. 누군가는 주식으로 돈을 번다. 누군가는 아무것도 없이 그냥 가만 있어도 누가 와서 돈을 퍼다 준다. 그런 정도의 배경이 있지 않고서야 반칙을 한다는 것 조차 불가능해진다. 이제 놀부를 부러워했던 이들은 흥부가 억울해지지 않는 사회를 꿈꾸게 된다.
김탁구는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긁어준다. 아무리 반칙을 해도 그 반칙앞에 무릎꿇지 않는 한 인물을 통해 우리는 억울했던 지난날을 보상받는다. 그러기에 이 유치한 드라마는 시대를 넘어 21세기, 지금에 와서 우리에게 각인되고 있는 것이다. 전도서에 해아래 새것이 없다고 했던가, 정말로 인간사를 돌아보면 항시 새로운 것이 넘치지만 한꺼풀 벗기고보면 새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게 된다.
오랜만에 DVD 소공녀를 보았다. 워낙 오래된 작품이라 요즘 세대들은 거의 못보았을 것이다. 그 내용은 너무나 유치한 권선징악적 내용이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한 소녀의 이야기다. 아버지를 잃었지만 결국 행복해지는 결말을 가진 이야기다. 사람들은 다시 해피엔딩을 찾기 시작했다. 반칙이 아니라 열심히 살때, 절망이 아니라 희망을 가질때, 아무것도 남겨겨 있지 않다고 여겨지는 바로 그 순간에도 여전히 내겐 희망이 남아 있다는 바로 그 마음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P.S. 김탁구는 구마준에게 질것이다? 그거야 작가 맘이지... 하지만 내가 작가라면 지게 두지는 않을게다. 그거 말고도 사건의 전개는 충분히 가능하다. 전체적인 플롯을 따른다면 이기는게 낫다. (http://zazak.tistory.com/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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