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8. 14:10ㆍEye/시사단평
전혀 새롭지 않은 종북주의의 부활
결국 일이 이렇게 되었다. 처음 시작은 통진당내 경선과정에서의 부정과 부실로 출발했다. 그러다 그 과정에 연류된 이들의 사상이 NL 이라는 것이 문제가 되었고, 결국 '종북'이라는 키워드가 다시 등장했다. 게다가 이번엔 야권측에서 먼저 꺼낸 말로 등장했다.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에서는 쾌재를 부를 지경.
그 와중에 임수경 국회의원이 말 실수를 했다. 과거 전력도 있는 마당에 아무리 잘 꾸며진 함정이었다고 하더라도 결국 국회의원도 사람은 사람인듯, 그 말 실수는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변절자"가 누구에 대해, 무엇에 대한 반응이었는지를 자세히 살피기도전에 "변절자" 발언과 "탈북자" 관계는 묘하게 얽혀갔다.
거기에 이해찬의 북인권문제에 대한 "내정간섭" 발언도 묘하게 사건을 복잡하게 끌고들어간다. 결국 안보프레임은 현재의 나라상황에서 아무래도 경제, 복지, 민생보다 우선인게 되어버렸다.
여기까지 문제는 두가지다.
첫째, 새누리에서 만든 북한인권법과 민주당에서 만든 북한민생인권법안의 차이다.
새누리에서 만든 북한인권법은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로 모든 이에게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북한주민은 식량·의약품 등의 부족으로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고 가혹한 인권유린으로 고통받고 있는 실정임."
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민주당의 북한민생인권법안은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로 모든 이에게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은 식량·의약품 등의 부족으로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는 등 열악한 인권 상황에 처해 있음."
으로 시작한다.
둘의 내용의 차이는 거의 없다. 다만 관점의 차이가 존재한다. 새누리에서 만든 법안은 가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 및 그에 대한 엄단성을 포함한다. 민주당에서 만든 법안은 상황에 대한 해석을 최대한 절제하고 한걸은 떨어져서 바라보게 한다. 원인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
이 두 법안의 관점을 조금 더 들여다보자. 북한인권법은 북한에 사는 주민들의 고통받는 현실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고통을 주는 상황 및 정치적 계산까지 포함한다. 결국 김일성 일가때문에 고통받는 북한의 동포들이라는 감정적 호소가 포함되어있다. 그것은 막상 집회에서 결의를 하거나 호소를 위해서는 충분히 힘을 낼수 있지만 식량과 의약품을 전달하는 현실적 실천 앞에서는 막혀있다. 휴전선을 넘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주어야하는데 거기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김일성 개객기"를 이미 불러버렸기 때문이다.
오히려 민주당의 북한민생인권법안은 이런 면에서 조금 더 작동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있다. 가혹한 인권유린은 가해자가 반드시 존재해야만 하는 필수조건이지만, 열악한 인권 상황은 굳이 가해자가 있거나 없거나 다른 상황적 조건으로도 만들어질 수 있는 개연성을 포함한다. 즉, 식량 및 의약품을 전달함에 있어 북측의 거부감을 없앨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종북주의의 부활은 신매카시즘의 부활을 원하는 것이고, 이것은 파노티콘의 현대적 적용이 된다. 즉, 한명의 감시자 만이 아니라 다수의 피감시자들이 스스로를 감시하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종북'이라는 키워드는 한국사회에서 이제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으로 사용되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엔 또 다른 면을 간과하면 안된다. 슈퍼 파놉티콘은 스스로를 감시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감시자를 피감시인이 다시 감시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즉, 종북이라는 키워드로 스스로를 감시하게 만들었지만 결국 이 감시체계는 중앙의 감시인의 일거수, 일투족이 드러나게 한다. 새누리의 한기호의원이 종북의원을 가려내는 방법으로 천주교도를 가릴때 사용했던 십자가를 밟고 가게 했던 것을 언급했다. 종교탄압의 아픈 역사를 이념과 사상검증을 위해 다시 재활용하겠다는 식의 그 발상은 감시자의 위치에 있던 이들이 다시 감옥의 한 가운데에 스스로 가두는 형태로 드러날수 있다. 파놉티콘은 언제든 시놉티콘이 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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