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던 시절의 사랑이야기, 수학여행에서 본 아이
2010. 10. 21. 21:17ㆍLife
항상 지나고 보면 지난 시간은 절반의 후회, 그리고 절반의 덧붙여진 아름다움으로 포장되는가보다. 청년기에 했던 모든 일이 때로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부끄러움과 함께 그 정도도 안해보고 어떻게 청년기를 지냈다고 말할수 있겠어! 하는 객기가 포함된 일로 다가온다. 자, 그래서 여기에 쓰여지는 글도 절반도 못되는 진실과 그 진실을 적당히 해석해서 마음내키는대로 각색한 필자의 지극히 주관적 경험임을 우선 밝히는 바이다.
대학시절, 우리는 간호전문대와 함께 수학여행을 했다. 공돌이들에게 간호대의 예비 간호사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은 수학여행 전부터 우리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필자는 어땠을까? 솔직히 관심은 있었지만 뭐 어떻게 해볼 시간도 없었고, 그것 말고도 여자는 주변에 충분히 많았다(이 빌어먹을 자신감... 그게 내 청년기를 망쳤다. ㅜ.ㅜ). 어쨌거나 우리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다.
간호대학생들은 대부분 예뻤다. 그리고 특이하게도(지금은 이해하지만 당시는 잘 이해가 안되었다.) 여자들은 무리지어 다니는 소수의 그룹이 있었다. 과 전체로 움직이는게 아니라 3명, 4명, 5명 이렇게 무리지어 다녔다. 이야기도 그들끼리만 했다. 어린시절의 내겐 이상한 일이었다. 왜 같은 과에서 같은 전공을 공부하는 학생들끼리 저렇게 남처럼 다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잘 살펴보니 그 무리들은 소위 리더를 중심으로 모였다. 확실히 두드러지는 한명이 있으면 그 주변에 몇명이 모여서 하나의 그룹을 형성했다. 경쟁자끼리는 같은 그룹을 형성하지 않을 뿐더러 서로를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런... 시험준비하는 것도 아닌데, 수학여행에서까지 이런 아우라를 발산할 줄이야...
한라산에도 올라갔고, 나이트를 빌려서 춤도 췄다. 그 외에 어디를 갔는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 여자가 있었다. 유별날 정도로 사람들과 이야기하지 않고 단 한명과만 말하는 한명이 있었다. 키는 조금 작았고, 예뻤다. 마치 공주옷을 입은 인형같은 아이였다. 나중에 들으니 학교 축제에서 퀸이었다고 했다. 그 아이는 과 친구들과 항상 동떨어져 있었다. 마치 혼자 있는 것처럼... 그게 내 눈에 왜 들어왔을까?
마치 혼자서 수학여행을 온 듯이 행동하는 그 아이에게 관심이 갔다. 억지로 가서 말을 걸어보고, 같이 밥을 먹기도 했다. 다행히 내 옆엔 나를 도와주는 복학생 형이 있었다. 나와 형, 그 아이와 아이의 유일한 친구, 그렇게 네명은 항상 함께 다녔다.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살포시 웃는 그 웃음이 아직도 기억난다.
마지막 날 저녁이었다. 캠프 파이어를 하고 포크댄스를 했다. 모닥불 앞에 앉아 이야기를 했다. 왜 자기를 좋아하느냐 물었고, 자신은 상처가 많아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고 했다. 자기를 좋아하지 말라고도 했다. 그날 밤 늦게까지 이야기를 했다. 어깨에 기댄 그 아이의 머리는 가벼웠고 상쾌한 향기가 났다. 모닥불에 비친 발그레 상기된 얼굴은 밤을 새서라도 지켜보고픈 얼굴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아이가 밤새도록 같이 있자고 팔을 붙잡았다. 그냥 거기 그대로 새벽이 올때까지 앉아있고 싶었다. 알퐁스 도데는 내 마음을 알게다. 나는 마치 스테파네트를 지키는 목동이 된 기분이었다.
사악한 마법사, 교수들이 모임의 끝을 알렸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강제로 차에 태워졌다. 마지막 저녁, 목동은 스테파네트와 별을 바라보는 시간을 사악한 마법사에게 빼앗겼다. 캐드릭을 빼앗긴 초 챙의 마음이 이에 비할까. 사악한 교수는 학생들을 강제로 방에 들여보냈다. 마지막 밤, 제주도에서 하늘을 보며 청춘의 짧은 기쁨을 누릴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다. 스테파네트는 목동과 헤어지기 싫어 손을 꼭 잡았다. 제발 가지 말라는 간청을 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조금이라도.... 하지만 마법사의 사악함은 그들의 간절함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날 밤 목동은 하늘을 보며 울었다.
시간은 지나고, 이제 그 시절의 철없던 사랑은 각색된 채 내 기억속에서 좋은 기분으로만 자리잡고 있다. 좋은 사람 만났겠지. 행복하겠지.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꺼야... 만약 지금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할까? 지나간 시간을 돌이킬 수 없기에 이런 질문은 부질없는 것이고, 지나간 시간이 있기에 지금의 내 모습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지금 물어본다면 다른 선택을 할수 있을게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후배들을 위해 남긴다. 사악한 마법사에 맞서라. 단,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질 수 있는 존재가 되어라.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후회하지 마라. 힘들어졌다고 후회한다면 그는 인생을 살아갈 준비가 아직 안된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건, 아무리 좋은 선택을 했든, 내일은 오늘보다 항상 더 힘들어진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다가오면 그 하루는 오늘보다 더 힘든 시간이 된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 자에게 내일은 힘든 뒤에 다가오는 청량감을 줄 것이다. 지쳐 쓰러진 뒤에 바라보는 맑게 개인 하늘의 별을 보게 될 것이다. 저 어딘가에서 나의 스테파네트가 보고 있을 바로 그 별 말이다.
대학시절, 우리는 간호전문대와 함께 수학여행을 했다. 공돌이들에게 간호대의 예비 간호사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은 수학여행 전부터 우리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필자는 어땠을까? 솔직히 관심은 있었지만 뭐 어떻게 해볼 시간도 없었고, 그것 말고도 여자는 주변에 충분히 많았다(이 빌어먹을 자신감... 그게 내 청년기를 망쳤다. ㅜ.ㅜ). 어쨌거나 우리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다.
간호대학생들은 대부분 예뻤다. 그리고 특이하게도(지금은 이해하지만 당시는 잘 이해가 안되었다.) 여자들은 무리지어 다니는 소수의 그룹이 있었다. 과 전체로 움직이는게 아니라 3명, 4명, 5명 이렇게 무리지어 다녔다. 이야기도 그들끼리만 했다. 어린시절의 내겐 이상한 일이었다. 왜 같은 과에서 같은 전공을 공부하는 학생들끼리 저렇게 남처럼 다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잘 살펴보니 그 무리들은 소위 리더를 중심으로 모였다. 확실히 두드러지는 한명이 있으면 그 주변에 몇명이 모여서 하나의 그룹을 형성했다. 경쟁자끼리는 같은 그룹을 형성하지 않을 뿐더러 서로를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런... 시험준비하는 것도 아닌데, 수학여행에서까지 이런 아우라를 발산할 줄이야...
한라산에도 올라갔고, 나이트를 빌려서 춤도 췄다. 그 외에 어디를 갔는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 여자가 있었다. 유별날 정도로 사람들과 이야기하지 않고 단 한명과만 말하는 한명이 있었다. 키는 조금 작았고, 예뻤다. 마치 공주옷을 입은 인형같은 아이였다. 나중에 들으니 학교 축제에서 퀸이었다고 했다. 그 아이는 과 친구들과 항상 동떨어져 있었다. 마치 혼자 있는 것처럼... 그게 내 눈에 왜 들어왔을까?
Act - gaiden by toughkidcst |
(사진은 본문의 특정인물과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예뻤다는 것만 빼면...)
마치 혼자서 수학여행을 온 듯이 행동하는 그 아이에게 관심이 갔다. 억지로 가서 말을 걸어보고, 같이 밥을 먹기도 했다. 다행히 내 옆엔 나를 도와주는 복학생 형이 있었다. 나와 형, 그 아이와 아이의 유일한 친구, 그렇게 네명은 항상 함께 다녔다.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살포시 웃는 그 웃음이 아직도 기억난다.
마지막 날 저녁이었다. 캠프 파이어를 하고 포크댄스를 했다. 모닥불 앞에 앉아 이야기를 했다. 왜 자기를 좋아하느냐 물었고, 자신은 상처가 많아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고 했다. 자기를 좋아하지 말라고도 했다. 그날 밤 늦게까지 이야기를 했다. 어깨에 기댄 그 아이의 머리는 가벼웠고 상쾌한 향기가 났다. 모닥불에 비친 발그레 상기된 얼굴은 밤을 새서라도 지켜보고픈 얼굴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아이가 밤새도록 같이 있자고 팔을 붙잡았다. 그냥 거기 그대로 새벽이 올때까지 앉아있고 싶었다. 알퐁스 도데는 내 마음을 알게다. 나는 마치 스테파네트를 지키는 목동이 된 기분이었다.
사악한 마법사, 교수들이 모임의 끝을 알렸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강제로 차에 태워졌다. 마지막 저녁, 목동은 스테파네트와 별을 바라보는 시간을 사악한 마법사에게 빼앗겼다. 캐드릭을 빼앗긴 초 챙의 마음이 이에 비할까. 사악한 교수는 학생들을 강제로 방에 들여보냈다. 마지막 밤, 제주도에서 하늘을 보며 청춘의 짧은 기쁨을 누릴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다. 스테파네트는 목동과 헤어지기 싫어 손을 꼭 잡았다. 제발 가지 말라는 간청을 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조금이라도.... 하지만 마법사의 사악함은 그들의 간절함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날 밤 목동은 하늘을 보며 울었다.
시간은 지나고, 이제 그 시절의 철없던 사랑은 각색된 채 내 기억속에서 좋은 기분으로만 자리잡고 있다. 좋은 사람 만났겠지. 행복하겠지.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꺼야... 만약 지금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할까? 지나간 시간을 돌이킬 수 없기에 이런 질문은 부질없는 것이고, 지나간 시간이 있기에 지금의 내 모습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지금 물어본다면 다른 선택을 할수 있을게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후배들을 위해 남긴다. 사악한 마법사에 맞서라. 단,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질 수 있는 존재가 되어라.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후회하지 마라. 힘들어졌다고 후회한다면 그는 인생을 살아갈 준비가 아직 안된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건, 아무리 좋은 선택을 했든, 내일은 오늘보다 항상 더 힘들어진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다가오면 그 하루는 오늘보다 더 힘든 시간이 된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 자에게 내일은 힘든 뒤에 다가오는 청량감을 줄 것이다. 지쳐 쓰러진 뒤에 바라보는 맑게 개인 하늘의 별을 보게 될 것이다. 저 어딘가에서 나의 스테파네트가 보고 있을 바로 그 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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