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묻은 손으로 만들고 눈을 멀게 하는 축구공
2009. 11. 27. 00:24ㆍEye
월드컵은 과연 세계의 축제인가?
월드컵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가 하나가 된다고들 떠든다. 시즌이 되면 많은 이들이 TV앞에 모이고, 너른 광장에 모여 빨간 옷을 입고 목소리를 높인다. 거기에 합류하지 않는 이들은 마치 어딘가 잘못된 사람인 듯이 여긴다.
코 묻은 손으로 만들어낸 피 묻은 축구공
월드컵에 사용되는 공인구의 가격은 15만원, 혹은 그 이상이 되기도 한다. 공장에서 만드는 것 보다는 손으로 직접 만든 것을 선호한다. 수제 축구공은 최상품으로 여겨진다. 축구공 하나에 들어가는 12개의 5각형과 20개의 6각형의 외피를 붙이기 위해서는 1,620회의 바느질이 필요하다. 파키스탄에서만 4만5천명의 노동자들이 이 일을 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어린이들이다. 어린이들이 축구공하나를 만드는데 버는 돈은 약 100-150원 정도다. 하루 12시간 이상을 작업하면서 버는 일당은 많아야 2천원이다. 5-6세 어린이들은 축구공하나를 만드는데 13시간 이상이 들기도 한다. 그 작업 과정 중 유독물질로 인해 시각을 잃는 아이들도 있다.
기업의 문제
기업의 목표는 이윤의 창출이다. 우리는 그렇게 배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이윤을 낳는 것은 당연하며 그것은 선이다. 하지만 기업의 책임에 대해서 우리는 배우지 않았다. 배웠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버렸다. 버리지 않았다면 그는 바보라고 손가락질 당하고 있을 뿐이다.
15만원이나 하는 축구공 하나를 만드는데 드는 아이들의 임금은 100원에서 150원이다. 생산비용은 최소로 하고 최대의 효과를 내어 판매한다. 축구공을 차는 베컴은 일당 2천만원을 받지만 인도와 파키스탄의 아이들에게 축구공은 갖는 것이 아니라 일당 150원의 바느질하는 물건일 뿐이다.
월드컵은 세계의 축제가 아니다. 스포츠맨들의 경쟁도 아니다. 그것은 그저 기업들이 갖는 하나의 광고 수단일 뿐이고, 거기서 아이들과 선수들은 그저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
더 이상 월드컵에 스포츠정신은 없다. 거기엔 상업주의만이 가득할 뿐이다. 이기는 자는 심지어 군대까지 면제 받는다. 상업주의에 국가주의까지 겹쳤다. 마르크스가 21세기에 살아있다면 그는 자신이 한 말을 번복할 것이다. 종교는 아편이라는 말 대신, 스포츠가 아편이라고 그는 자신있게 말할 것이다.
전세계 아동노동의 현황
2004년 기준으로 1억9천70만 명의 아동(5세에서 14세까지)이 노동을 하고 있다. 그 나이대의 15.8%가 노동을 하고 있다. 20명중 3명이 단순한 용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칫 실수하면 손이나 발이 잘려나가는 그런 공사장에서 일을한다. 유독가스가 있는 곳에서 바느질을 하고, 공사장에서 돌을 깨고 곡괭이를 휘두른다. 어린 여자아이들은 외국인들에게 매춘을 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그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어서일까? 아니다, 그들을 둘러싼 환경은 이 모든 것을 당연한 것으로 몰아간다. 아이들의 부모는 아이들의 등을 떠민다. 그들이 나가서 돈을 벌어와야 한다고 여긴다. 자신의 어린 딸을 노예상에게 파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부모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 다음 세대도, 또 그 다음 세대로 계속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아동노동의 근절은 더욱 나쁜 생활환경을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
물론 경제학자들은 이런 아동노동을 근절시킨다고 더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아이들이 벌어오는 돈을 못 벌게 한다면 오히려 그 아이들의 생활형편이 더 열악해 질 것이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꼭 짚어야 할 것이 있다.
무한 경쟁에 앞장선 남의 아이들?
우리는 인권의 측면에서 아이들과 세계를 보는 대신, 자본의 측면에서 아이들과 세계를 보고 있다. 사람이 주가 되지 않고 돈이 주가 되어버린 곳에서 그 돈의 눈치를 보고 살아가는 것이 지금 우리의 모습인 것이다. 거기서 바꿔야한다. 르네상스를 통해 인문주의를 시작했지만, 신의 지배에서 벗어났다고 큰 소리 쳤지만, 결국 인간은 자본의 노예가 되어 버렸다. 자본의 노예가 된 사람들은 상위 5%에 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곳이 천국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그리로 올라가기 위해서 아이들이 눈이 멀건, 손이나 발이 잘리건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내 아이만 조기 교육을 받아 영어도 잘하면서, 국제적 경쟁력이 생기면 된다. 다른 집의 아이들에게는 어릴때부터 잘 하는 일을 열심히 하라고 충고한다. 그렇다. 삽으로 땅을 파는 기술을 익히라고 한다. 망치로 돌을 깨는 기술을 익히라고 한다. 바느질해서 어릴때부터 독립할 수 있는 경제적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신자유주의 시대에 살아남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단, 남의 아이들에게만이다.
저항하라. 말하라. 조직하라.
이 모든 것에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 아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만 저항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이 잘못되었다는 양심의 소리를 듣는다면, 아동노동을 당연한 것으로 만드는 모든 것에 저항하라. 인권보다 금권이 우선이라고 믿고 있는 이들에게 저항하라.
그리고 그것을 말하라.
말을 통해 이것은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말이라는 것은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저항하는 정신이 말을 통해 드러날 때 우리는 그름에 대한 바름의 힘을 키울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을 조직하라.
조직의 힘은 개인의 힘보다 강하다. 모든 것에 나와 완벽하게 하나가 되는 사람들로 조직을 만들려는 순간 우리는 큰 모순에 빠진다. 나도 내가 마음에 안드는데, 나와 완벽하게 하나가 될 사람을 찾는다면 우리는 평생토록 단 한 사람도 구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작은 주장에 대해 공감할 사람을 구한다면 그 사람들을 만나는데 큰 어려움을 갖지 않을 것이다. 작은 것 하나로 시작하라. 그것이 옳은 것이라면 그 옳음을 함께 말할 조직을 구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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