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헤메지 말라... - 청소부 밥

2008. 3. 5. 16:40서평/[서평] 인문

청소부 밥청소부 밥 - 10점
토드 홉킨스 외 지음, 신윤경 옮김/위즈덤하우스

밥과 로저는 청소부와 사장의 관계다. 그래서 이 책-청소부 밥-을 처음 손에 든 시점에서 대체 청소부가 회사의 사장에게 무슨 조언을 할수 있을까 의아스럽기까지 했다.

인생의 선배로서 인생을 보람되게 사는 법을 익힌 밥은 그 인생을 사는 방법을 로저에게 전수하기 시작한다. 로저는 밥과의 만남을 통해 너무나 당연한 것, 하지만 결코 모든 사람들이 하지 않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밥이 말하는 엘리스의 여섯가지 지침은 이렇다.

첫째, 지쳤을 때는 재충전하라.
둘째,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
셋째, 투덜대지 말고 기도하라.
넷째, 배운 것을 전달하라.
다섯째, 소비하지 말고 투자하라.
여섯째, 삶의 지혜를 후대에 물려주라.

지금까지 대부분의 경영서적들에서 언급하는 리더의 행동강령과는 별 상관이 없는 내용들이다. 당연히 청소부 밥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들이니 오라클이나 썬의 CEO 특강의 내용과는 같을래야 같을 수가 없을 것이다.

여섯가지 지침은 현재의 일중독속에 빠진 로저와 밥을 가르는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된다. 만약 밥의 삶이 더 행복하고, 더 가까이할만한 것이라고 여겨진다면 이 여섯가지 지침을 따르면 될 것이고, 청소부보다는 일중독에 빠질지언정 회사의 CEO의 모습이 더 중요하다면 이 지침을 어깨너머로 던져버리면 된다.

병원에 입원한 밥에게 로저가 다가가서 문병을 한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실 겁니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네."
밥은 몸을 기대기 위해 팔을 뒤로 뻗으며 말했다. 로저는 밥이 편하게 기댈수 있도록 베개를 두드려 정리해주었다. 밥은 미소 띤 얼굴로 그런 로저를 바라보았다.
"사람은 몇 년을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일세."

"로저, 묘지에 가면 뭐가 있나?"
"보통 고인의 삶에 대한 문구를 새겨놓죠."
"그렇지. 하지만 이름 밑에는 항상 숫자가 있지 않던가? '로버트 제임스 1939-1987'하는 식으로 말이야. 마치 그 숫자들이 고인의 인생을 정의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정보인 것처럼 커다랗게 써놓았지."
"그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씀인가요?"
로저가 물었다.
"물론이지."
밥을 로저의 팔을 가볍게 치며 대답했다.
"한번 들어보게. 지금 우리가 제임스씨의 묘비를 보고 있다고 생각해봐. 1939나 1987이라는 숫자가 먼저 눈에 들어오겠지만, 숫자보다는 그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가 이 세상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그리고 1987년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 그의 삶이 이 세상에 남긴 것은 무엇인지 말일세. 무슨 말인지 알겠나?"
"2천년을 살든 20년을 살든 중요한 건 그 기간이 아니라네. 정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한 거지."

너는 삶을 어떻게 살았느냐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무어라고 대답할까?
밥의 교훈은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얼마나 편하게 살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원칙을 지키며 삶의 보람을 가지고 살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밥은 기업의 CEO 였던 적도 있는 듯 하다. 전문 청소 업체의 임원을 맡기도 하면서 실제로는 건물을 다니며 청소를 하는 말단직원의 일도 하고 있는 어찌보면 상당히 신비감을 지닌 사람이다. 밥을 이런 신비감을 지닌 인물로 만든 것은 아마도 그의 말에 더 힘을 주기 위한 배려임에 분명하지만 그 덕분에서인지 약간의 배신감같은 기분을 조금 느끼게도 된다. 차라리 그냥 청소부 밥이었으면 어땠을까?

청소부 밥의 지금의 모습은 행복해 보인다. 그는 아름다운 가정을 가졌고, 자식들은 자신을 존경한다. 단지 돈을 주고 받는 관계로서의 직장과 동료들이 아닌 인간관계로서의 이웃을 가졌다. 그는 홀로 빈 사무실을 청소하면서 오페란 투란도트의 아리아를 읖조리며 혼자만의 티타임을 갖기도 한다.

반면 로저의 모습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매일의 삶을 바쁨과 피곤속에서 근근히 이어간다. 가족들과의 만남은 항상 희생되고, 매 일상속에서의 끊임없는 긴장속에서 그는 지쳐가며 삶의 의의조차 잃어간다.

밥은 로저에게 무엇을 조언해 줄수 있을까?

로저는 밥에게 이렇게 하소연한다.

"이제 정말 어쩔수 없나 봐요"
로저는 완전히 포기한 듯 이야기를 끝맺었다.
"일에 매달리다가 아내에게 이혼당하거나, 집안일을 챙기다가 성난 주주들로 인해 사장 자리에서 쫓겨나거나, 둘 중 하나가 되겠죠."
"둘 다가 될 수도 있고."
밥이 재빨리 말을 받았다. 로저는 약간 놀란 얼굴로 밥을 쳐다보았다.
"지금보다 안 좋은 상황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네."

둘 중의 하나를 잃을 수도 있다는 로저의 말은 현실을 사는 많은 사람들을 대변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가정의 위기를 겪으면서도 가정과 일, 모두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한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정의 위기를 서서히 겪으면서 그 서서히 오는 뜨거움을 인식하지 못한 채 결국은 뜨거운 물에 죽고 마는 솥안의 개구리와 같은 실수를 범하게 된다. 이 땅에 있는 많은 병든 가정은 처음부터 병들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사랑으로 결혼을 약속하고 많은 이들 앞에서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겠노라고 맹세한다. 하지만 그 서서히 진행되는 가정의 희생은 결국 가정의 죽음을 가져오게 된다. 이쯤되면 상당수의 사람들은 둘중의 하나라도 건진다는 본전의식에 더욱 더 일에 집중하게 된다. 성과없는, 효율없는, 재미없는, 무기력한 일에의 집중과 중독은 결국 밥의 지적한 대로 둘 다를 잃는 뼈아픈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항상 우리는 지금보다 더 안좋은 상황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잊는다. 그래서 지금이 최악이라고 가정하고, 지금을 더 나쁜 상황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라는 밥의 두번째 지침은 현실 속에서 지키기 힘든 것이 그래서이다. 하지만 둘 다를 잃을 수도 있다는, 지금보다 더 상황은 충분히 악화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보자. 그래서 지킬 것은 무엇일까?

첫번째 지침을 지켜보고 그 즉각적인 성과에 들뜬 로저에게 밥은 다소 무거운 말을 한다.

"간단히 말하면 이런 겁니다. 단기적인 변화나 성과에 너무 집착해선 안된다는 거죠. 그런 작은 것들에 연연하다 보면, 일이 조금만 잘못되도 금세 뭔가를 탓하게 됩니다. 안 좋은 일도 생길 수 있다는 진리를 인정하기 보다는 지침이 엉터리라고 생각해 원망하거나 주변 상황을 탓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지침들은 하루하루 겪게 되는 표면적인 사건 자체보다는 삶의 근본적인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한 것들이거든요."

밥의 여섯가지 지침, 재충전과 가족, 기도와 전달, 투자와 삶의 지혜를 후대에 물려주는 실천은 내적인 충만함을 만족시켜 줄 좋은 지침이기도 하다. 밥은 그 여섯가지 지침을 아내인 엘리스에게서 받았다고 한다. 여자의 지혜는 남자를 능가하는 것일까? 혹은 이 여섯가지 지침은 이상한 나라에서 온 것일까? 어찌되었던 모두가 성공을 향해 돈이 행복이라는 현대의 신화를 쫓는 시대정신에 역행한 청소부 밥의 행복한 대화는 그 티타임에서의 대화를 지금 나에게로 연장하고픈 강한 설레임이 솟아오르게 한다.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헤메지 말라... - 청소부 밥
http://jeliclelim.tistory.com/185

JelicleLim (200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