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번을 약간 수정하여 칼럼으로 쓸 글
2008. 1. 17. 05:31ㆍEye
The Devil's Advocate
물론 여기서 사상검열을 말하고자 함은 아니다. 과거 그러한 해괴망칙한 이중의 잣대를 통해 얼마나 이 땅에 아픔과 피흘림이 있었는지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 마음에 담긴 것을 처벌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는 오히려 쿠피디타스(cupiditas)의 죄를 전혀 이해하고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전적으로 파괴적인 욕망의 파멸의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그것을 하나의 권리요, 당연히 추구해야 할, 그리고 누구도 감히 거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해서는 안될 천부인권정도로 여기며 여기에 대해서 원죄니 뭐니 하는 소리를 헛소리로 치부한다면 그는 영원히 죄로 말미암아 얼룩진 세상에 대해서 변명하기 위해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다녀야만 하는 노력을 해야만 할 것이고, 그 결과는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만들어진 신>에서 리차드 도킨슨은 모든 죄와 인류의 악의 근원으로 종교를 지적한다. 과연 종교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엄청난 악들이 분명히 있어왔다. 지금도 한 구석에서는 이루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한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으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오히려 필립 진바르도의 <루시퍼이펙트>에서는 이 모든 것을 단순하게 종교의 탓으로 치부하려는 이의 마음속에 담겨진 자기 합리화의 과정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루시퍼는 신을 뛰어 넘으려 한다. 그는 자신에게 있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만족을 누리고자 한다. 밀턴의 실낙원에서 신에 대항하는 자 사탄은 "천국에서 복종하고 사느니 지옥에서 다스리는 것이 낫다"고 큰소리친다. 단테는 이 죄를 "늑대의 죄(sin of the wolf)"라고 말했으며 중세의 여러 사상가들은 탐욕이라고 불리는 쿠피디타스(cupiditas)를 인간의 가장 내면적이며서도 가장 치명적인 죄라고 지적한다. C.S.루이스는 <순전한기독교>에서 이 보이지 않는 마음의 죄가 오히려 살인의 죄보다 더 크고 무거우며 치명적인 죄임을 지적한다.
우리는 악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동시에 악에 매력을 느낀다. 사람들은 사악한 음모에 대한 신화를 만들어내고 결국에는 그 신화를 진짜로 믿어버린나머지 악에 대항하고자 무력을 결집하기에 이른다. 타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자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우리와 다르고 위험한 존재로 간주하여 거부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성적 방탕이나 비도덕적 행동에 대해 생각하면서 짜릿한 흥분을 느낀다. [루시퍼 이펙트, p.25] 1보이지 않는 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교도소에 갇힌 수감자가 된 실험자는 자신이 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채 점차 수감자가 되어간다. 교도관이 된 실험자는 자신이 실험을 하고 있는 학생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권위에 휩쓸려 폭력을 휘두른다. 누구나 그러한 환경에 처할때 그 환경을 변화시킬 힘이 자신에게 있다고 다들 장담하지만 정작 그 상황에 처했을때 그 상황에 지배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그 실험을 계획하고 지휘한 교수마저 자신이 그 상황속에서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보였는지를 고백한다.
쿠피디타스(cupiditas)의 문제 앞에서 자유로울수 있는 인간은 없다. 환경적으로 그러한 죄를 지을 가능성이 적은 환경에 있는 이들이 때로는 자만함으로 그렇지 못한 이들을 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스스로를 절제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누군가의 잘못을 질책하는 대신 스스로의 상황을 돌아보는 연습을 하는 것, 그리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루시퍼이펙트라는 책을 한번 읽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 이러한 두가지 현상은 이 블로그의 과거 아프간피랍자들에 대한 루머의 신화화와 그들을 위험한 존재로 인식하는 것들 그리고 그런 이들이 다시금 사회적 병폐의 대표적 이슈인 소위 스와핑을 옹호하며 흥분을 느끼는 것을 설명해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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