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퍼의 죄, 쿠피디타스(cupiditas)
2008. 1. 15. 13:04ㆍ서평/[서평] 인문
쿠피디타스(cupiditas), 보통 탐욕이라고 불려지는 죄다.
이제는 더 이상 죄라고 인정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욕심을 부리는 것, 자신의 마음안에 간직하고 있는 어떤 것을 죄라고는 더 이상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그것이 드러나지 않는 한, 그것은 누구에게도 침범되어서는 안될 일종의 권리요, 인권이라고까지 생각한다.
물론 여기서 사상검열을 말하고자 함은 아니다. 과거 그러한 이상한 이중적 잣대를 통해 얼마나 이 땅에 아픔과 피흘림이 있었는지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 마음에 담긴 것을 처벌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는 오히려 쿠피디타스(cupiditas)의 죄를 전혀 이해하고 있지 않음을을 의미한다.
다만 전적으로 파괴적인 욕망의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그것을 하나의 권리요, 당연히 추구해야 할, 그리고 누구도 감히 거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해서는 안될 천부인권정도로 여기며 여기에 대해서 원죄니 뭐니 하는 소리를 헛소리로 치부한다면 그는 영원히 죄로 말미암아 얼룩진 세상에 대해서 변명하기 위해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다녀야만 하는 노력을 해야만 할 것이고, 그 결과는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만들어진 신에서 리차드 도킨슨은 모든 죄와 인류의 악의 근원으로 종교를 지적한다. 과연 종교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엄청난 악들이 분명히 있어왔다. 지금도 한 구석에서는 이루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한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으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오히려 필립 진바르도의 루시퍼이펙트에서는 이 모든 것을 단순하게 종교의 탓으로 치부하려는 이의 마음속에 담겨진 자기 합리화의 과정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루시퍼는 신을 뛰어 넘으려 한다. 그는 자신에게 있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만족을 누리고자 한다. 밀턴의 실낙원에서 신에 대항하는 자 사탄은 "천국에서 복종하고 사느니 지옥에서 다스리는 것이 낫다"고 큰소리친다. 단테는 이 죄를 "늑대의 죄(sin of the wolf)"라고 말했으며 중세의 여러 사상가들은 탐욕이라고 불리는 쿠피디타스(cupiditas)를 인간의 가장 내면적이며서도 가장 치명적인 죄로 지적한다. 7 Deadly Sins, 이미 한국에서는 그 일곱가지가 뭔지 알고 있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그 이름은 기억하더라도 그 7가지 요소를 상기하기 위해서는 다시 보조 자료를 찾아야만 한다.
우리는 악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동시에 악에 매력을 느낀다. 사람들은 사악한 음모에 대한 신화를 만들어내고 결국에는 그 신화를 진짜로 믿어버린나머지 악에 대항하고자 무력을 결집하기에 이른다. 타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자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우리와 다르고 위험한 존재로 간주하여 거부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성적 방탕이나 비도덕적 행동에 대해 생각하면서 짜릿한 흥분을 느낀다. [루시퍼 이펙트, p.25] 1이 쿠피디타스(cupiditas)의 문제 앞에서 자유로울수 있는 인간은 없다. 환경적으로 그러한 죄를 지을 가능성이 적은 환경에 있는 이들이 때로는 자만함으로 그렇지 못한 이들을 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스스로를 절제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누군가의 잘못을 질책하는 대신 스스로의 상황을 돌아보는 연습을 하는 것, 그리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루시퍼이펙트라는 책을 한번 읽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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