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유고, 말뿐인 문명의 끝
2008. 8. 3. 09:27ㆍ서평/[서평] 인문
우리의 반쪽만이 제정신이다. 우리의 반쪽만이 기쁨과 오랜 행복을 누리고자 하며, 90살 넘게까지 살다가 우리 손으로 짓고 우리 후손들에게도 안식처가 될 집에서 평화롭게 죽기를 바란다.
우리의 다른 반쪽은 거의 미치광이다. 상쾌한 것보다는 음침한 것을 선호하고 고통과 그 암담한 절망을 오히려 좋아한다. 또 우리의 삶을 원점으로 돌려놓고 우리 집을 검게 탄 재로 남게 만드는 대재앙속에서 죽기를 원한다.
.... "뭘 원하는거야? 그래도 딸 하나는 돌려보내 줬잖아."... 어떻게 어느날 아침 갑자기 이웃 사람에 대해 총질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그 아내까지 강간할 수 있는 것일까? ... 보스니아에서 인종청소를 자행한 많은 이들이 평화시에는 정장 차림으로 출근하고 거실에는 소니 텔레비젼을 갖고 있던 전직 변호사와 엔지니어 출신들이었다. ... 광야에서 부르는 소리가 나면 문명의 구속력은 지극히 허약한 것으로 드러나 교수들은 미치광이가 되고 한 세대가 쌓아올린 모든 것이 바로 그 당사자들에 의해 하루나 이틀만에 얼마든지 파괴될 수 있다는 안드리치의 경고를 이들은 잊고 있었던 것이다.
한때 약 한달간 발칸지역의 크로아티아를 여행한 적이 있다. 지중해의 멋진 풍경을 담고 있는 나라였다. 아쉽게도 겨울이어서 바다물속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아드리아의 멋진 바다속의 환상적인 빛을 버스안에서 내려다보는 유리창 너머의 풍경만으로도 감탄케 하는 그런 곳이었다.
거기서 만났던 한 소녀를 기억한다. 불과 얼마전까지 있었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하실에서 떨며 지냈던 소녀는 당시를 회상하기에 너무 어려보였지만 결코 잊지 못한 트라우마로 남겨진 어린 시절을 악몽을 추억으로 가슴 한켠에 담고 살아야 한다. 거리에는 무수한 총탄과 폭탄의 자욱들이 남아 있었고 종탑은 무너진 채 아직 복구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도시는 아주 잘 정비되고 전쟁으로부터 잘 복구된 도시였고, 안전한 곳이었다.
불과 얼마전까지 함께 바베큐를 구워먹으로 아이들이 함께 숙제를 하고 뛰어 놀던 이웃들이 어느날 광기에 휩쌓여 총을 들고 그들을 쓰레기보다 못한 존재로 여겨 청소를 시작했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피터 마쓰는 우리의 문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를 이 책에서 보여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특히 지식인인양 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그 하찮은 전쟁을 이유들을 들먹이는 것이 얼마나 위선적인 지를 동시에 지적한다.
아직도 이 전쟁을 종교전쟁으로 밀고가는 이들이 있다. 종교의 갈등이 발칸에 전쟁을 낳았다고 믿으려는 이들이 있고, 그들의 믿음을 부추기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발칸의 아픔, 그 야만의 기록은 철저하게 인간의 보기 흉한 야망과 위선에 있음을 우리는 인정하고 나 자신도 그 야망과 위선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보기 흉한 존재임을 깨달아야 한다. 어쩌면 지구는 인간으로 말미암아 그 수명이 단축되는 슬픔을 지닌 행성이다.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이기에 지구는 자신의 수명을 깍아먹는 그런 슬픔을 지닌 행성이다. 인간은 똑똑하기에 서로를 파괴하는 존재가 되어간다. 이 세상은 레베카 웨스트의 말처럼 기쁨과 행복을 원하는 마음과 함께 광기와 미치광이의 잔치가 한 사람의 속에서 어울어져 결국은 잿더미로 돌아가는 곳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다른 반쪽은 거의 미치광이다. 상쾌한 것보다는 음침한 것을 선호하고 고통과 그 암담한 절망을 오히려 좋아한다. 또 우리의 삶을 원점으로 돌려놓고 우리 집을 검게 탄 재로 남게 만드는 대재앙속에서 죽기를 원한다.
레베카 웨스트, [검은 양과 회색 매] 중에서
Black Lamb and Grey Fal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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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travelogue, part history, part love letter on a thousand-page scale, Rebecca West's Black Lamb and Grey Falcon
is a genre-bending masterwork written in elegant prose. But what makes
it so unlikely to be confused with any other book of history, politics,
or culture--with, in fact, any other book--is its unashamed depth of
feeling ...
.... "뭘 원하는거야? 그래도 딸 하나는 돌려보내 줬잖아."... 어떻게 어느날 아침 갑자기 이웃 사람에 대해 총질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그 아내까지 강간할 수 있는 것일까? ... 보스니아에서 인종청소를 자행한 많은 이들이 평화시에는 정장 차림으로 출근하고 거실에는 소니 텔레비젼을 갖고 있던 전직 변호사와 엔지니어 출신들이었다. ... 광야에서 부르는 소리가 나면 문명의 구속력은 지극히 허약한 것으로 드러나 교수들은 미치광이가 되고 한 세대가 쌓아올린 모든 것이 바로 그 당사자들에 의해 하루나 이틀만에 얼마든지 파괴될 수 있다는 안드리치의 경고를 이들은 잊고 있었던 것이다.
피터 마쓰, [네 이웃을 사랑하라] 중에서
한때 약 한달간 발칸지역의 크로아티아를 여행한 적이 있다. 지중해의 멋진 풍경을 담고 있는 나라였다. 아쉽게도 겨울이어서 바다물속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아드리아의 멋진 바다속의 환상적인 빛을 버스안에서 내려다보는 유리창 너머의 풍경만으로도 감탄케 하는 그런 곳이었다.
거기서 만났던 한 소녀를 기억한다. 불과 얼마전까지 있었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하실에서 떨며 지냈던 소녀는 당시를 회상하기에 너무 어려보였지만 결코 잊지 못한 트라우마로 남겨진 어린 시절을 악몽을 추억으로 가슴 한켠에 담고 살아야 한다. 거리에는 무수한 총탄과 폭탄의 자욱들이 남아 있었고 종탑은 무너진 채 아직 복구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도시는 아주 잘 정비되고 전쟁으로부터 잘 복구된 도시였고, 안전한 곳이었다.
불과 얼마전까지 함께 바베큐를 구워먹으로 아이들이 함께 숙제를 하고 뛰어 놀던 이웃들이 어느날 광기에 휩쌓여 총을 들고 그들을 쓰레기보다 못한 존재로 여겨 청소를 시작했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피터 마쓰는 우리의 문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를 이 책에서 보여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특히 지식인인양 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그 하찮은 전쟁을 이유들을 들먹이는 것이 얼마나 위선적인 지를 동시에 지적한다.
아직도 이 전쟁을 종교전쟁으로 밀고가는 이들이 있다. 종교의 갈등이 발칸에 전쟁을 낳았다고 믿으려는 이들이 있고, 그들의 믿음을 부추기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발칸의 아픔, 그 야만의 기록은 철저하게 인간의 보기 흉한 야망과 위선에 있음을 우리는 인정하고 나 자신도 그 야망과 위선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보기 흉한 존재임을 깨달아야 한다. 어쩌면 지구는 인간으로 말미암아 그 수명이 단축되는 슬픔을 지닌 행성이다.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이기에 지구는 자신의 수명을 깍아먹는 그런 슬픔을 지닌 행성이다. 인간은 똑똑하기에 서로를 파괴하는 존재가 되어간다. 이 세상은 레베카 웨스트의 말처럼 기쁨과 행복을 원하는 마음과 함께 광기와 미치광이의 잔치가 한 사람의 속에서 어울어져 결국은 잿더미로 돌아가는 곳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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