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11. 15:20ㆍ서평/[서평] 인문
오랜만에 책을봤다. 그리고 이 책을 보고 실망했다.
히친스라는 이름때문에 이 책을 봤다.
사실 별 생각없이 도서관에서 다른 책을 빌린 후 남은 권수를 채우고자 근처에 있는 누군가가 보고 간 책을 잡았다. 그래도 누구라도 보려고 한 책일 테니 그나마 조금 괜찮은(?) 책은 아닐까 싶었다.
책은 얇았고, 그래서 부담되지도 않았다. 히친스라는 이름은 워낙에 유명하니 그저 그러려니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내 취향과 맞지는 않더라도 그래도 산속에 돌에게서라도 무언가를 배운다는 선인의 경구를 흘려듣지 않으려는 마음에서일까? 어쨌거나 이 책을 손에들고 끝까지 읽어나가는데 시간은 별로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 읽는 동안 히친스라는 이름에 붙은 그 명성의 허상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히치스는 테레사를 비판하면서 그녀가 가진 본질을 보지 못한채 과도하게 포장된 것에 속은 사람들을 언급한다. 그녀도 잘못이지만 그렇게 포장된 내면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정작 이 책을 보면서 히친스가 이 정도의 사람이었는가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동시에 그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했던 미디어와 출판사의 서평들이 어쩌면 히친스 자신이 고발한 테레사의 헛된 명성과 비슷한 맥락을 가지지는 않는가 생각하게 된다.
결국 이 책은 읽을만한 책이 아니다. 차라리 별 이름없는 삼류 수필가의 미국 비판서적보다도 훨씬 내용은 떨어지고, 분석능력은 TV에 나와서 연예기사를 들먹거리는 함량미달의 작가의 글에 더 나아보이지 않을 정도니 말이다.
돈내고 본 책이 아니니 크게 실망할 꺼리야 없지만, 그나마 이 책을 읽기전에 그래도 뭔가 있으리라고 기대했던 기대감이 꺽이니 짧은 시간이나마 투자한 시간이 아까워질 정도다. 아무리 얇은 책이라도 거기엔 작은 기대감을 만족시켜주어야 한다. 제일 좋은 것은 생각지도 못한 깨달음의 경구겠지만 그도 아니라면 차라리 원하는 숫자라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어떤 것도 아니다. 차라리 지하철에서 누가 버리고 간 스포츠신문을 읽는 것이 나을 뻔 했다.
글을 통해 히친스는 테레사를 비판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명성을 통해 책을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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