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흥분시키는 무레타
2010. 3. 27. 22:59ㆍEye
소는 색을 구별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투우사는 빨간천을 흔들어댄다. 무레타는 빨간 천으로 만들어졌다. 모두들 그 빨간색이 소를 흥분시킨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소는 흔들리는 천밖에 인지하지 못한다. 희색이건 검정색이건, 파란색이건 관계없다. 빨간 무레타는 소를 흥분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중을 흥분시키기 위해서 있다.
세상을 살아가며 종종 우리는 빨간 무레타에 흥분된다. 우리는 흥분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즐기고 있다고 여기지만 어쩌면 정말 흥분하고 있는 것은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광분한 관중들밖에 없을 수도 있다. 투우사는 자신의 생명이 걸렸기에 최대한의 쇼맨쉽을 보이면서도 안전을 생각한다. 소는 색에 흥분되지 않고 흔들리는 천에 반응하는 것이다. 구경한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흥분한 것은 그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던 바로 우리들이었다.
태극전사, 은반의 요정, 매 축구경기가 벌어질 때마다 울려퍼지는 전국적인 한숨과 환호성, 이 모든 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처한 무레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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