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스트릭트9, 지금까지 본 최고의 SF

2009. 10. 17. 03:08Eye

영화라는 것, 어쩌면 이미 같은 주제를 가지고 다른 감독들이 만들어 놓은 것 뒤에 다른 것을 들이민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한번만들어진 스타워즈는 이후에 아무리 멋진 CG를 넣어서 다시 만든다고 해도 뭔가 석연찮음을 가지게 된다. 그런점에서 SF 물은 한번은 흥행해도 두번째 속편이 나오면 가차없는 비평을 받게 된다.

처음의 SF 는 당연히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류의 당연한 영화들이었다. "우리가 남이가"식의 지역주의가 지구주의로 확대되고 지구인과 외계인이 벌이는 한판 전쟁, 비록 화력은 열세지만 운명은 지구의 편이었다는 식의 뻔한 스토리전개임에도 불구하고 초창기의 SF 들은 잘 들어먹혔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그걸 계속 울궈먹을 수는 없으나 뭔가 다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결국 그래서 태어난 것이 어쩌면 가상현실, 게임, 그리고 그 유명한 매트릭스다. 우주는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스타워즈로 끝났고, 그 다음부터는 우주와 가상현실, 혹은 가상현실과 게임등이 어울어지는 복잡한 공간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이게 아마도 매트릭스까지일게다. 매트릭스는 이전과 이후를 확연히 구분짓는 영화사의 한 큰 맥이 되었다. 그 뒤로는 그다지 이렇다할만한 것이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던중에 바로 이 디스트릭트9이 나왔다. 매트릭스에 비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SF 물에 대해 충분히 차별화된 영상이 만들어졌다. 기법도 그렇지만 담긴 내용은 SF 의 탈을 쓴 현실고발 다큐멘터리같은 성격을 띈다. 사실 피터 잭슨이라는 이름도 이번에 알았다. 그리고 앞으로 주목해서 기대할만한 이름이라도 것도 말이다.

영화는 다큐멘터리식으로 진행되면서 왜 이런 설정이 되었는지를 사람들의 입을 통해 설명한다. 과연 그 설명이 옳은 것인가? 혹은 그 설명이 충분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남기면서 계속해서 전개된다.

20년 동안 우주선 연료를 모은 한 외계인, 거기에 노출되 외계인 유전자를 가지게 된 한 지구인, 외계 무기를 탐내는 전쟁광들과 님비정신이 똘똘뭉친 이기적 주민들,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며 외계인들을 몰아내고 그들의 무기를 빼앗아 사용하려는 연방, 결국은 3년후 두고보자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녀석의 행방을 궁금하게 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다음편은 3년후에 개봉되는 것은 아닐까? ^^

사실 그 부분은 영화에서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도록 끌고간 원인과 과정이 더 중요하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눈쌀을 찌푸리지만 정작 우리의 현실은 그 영화와 비교해 그다지 틀리지도 않다. 모든 것을 숨긴채 파워게임에 전념하는 정부와 군의 모습이라든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채 내 앞마당에서는 안돼를 외치는 님비피플의 모습이라든지, 저것들은 이래도 돼 라며 인권이고 기본권이고 모두 무시한채 마치 정의의 사도같은 기고만장함을 자랑하는 모습이라든지, 이런 모습들은 왠지 디스트릭트9에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도 왠지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SF 영화를 보면서 오랜만에 단식 농성을 하다 비명에 간 이웃들과 불량(?)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집단 거주지를 만들겠다는 한심한 발상에 한숨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