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킥, 남을 위해 배우는 사람, 남을 위해 일하는 사람, 그리고 전형적인 졸부

2009. 11. 19. 23:07Eye

1. 남을 위해 배우는 사람, 준혁

준혁이가 세경이를 돕기 위해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한편으론 우습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 내 고등학교 시절 좋아하던 선생님께 한번이라도 더 말을 걸기 위해 남들이 잘 안보는 특별한 참고서 찾아 구석에 숨겨진 문제 풀던 기억이 나 미소를 짓게한다.

사실 가장 좋은 공부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가르치고 알게 하기 위한 것이다. 누군가를 가르치다보면, 가르치려고 이해시키려고 애쓰다보면 내가 정리를 하게 된다. 단편적으로 알던 것이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전체를 꿰뚫는 시각을 가지게 된다. 준혁이가 어찌보면 그런 특별하고도 좋은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예쁜 가정부, 약간의 호감도 가지고 있고, 나이도 많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심하게 많은 것도 아니고, 자신의 도움을 반기는 세경앞에서 준혁은 자존심 구기지 않는 남자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평소엔 들여다보지도 않던 영어를 열공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물론 평소에 하지 않던 것인지라 위기가 왔다. 잘 숨겨 두었다고 생각했던 성적표가 유출되고 그게 결코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단 한 사람의 손에 들여 있었던 것, 이건 남자로서 정말 끔찍한 경험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세경의 한결같은 심성으로 다시금 선생님이란 호칭을 간직하게 된 준혁, 아마도 다음 언젠가엔 황점음의 영어 실력의 바닥을 보이는 에피소드가 등장하지 않을까 싶군요. 청출어람(靑出於藍), 다음 언제가 써 먹을 만한 에피소드가 하나 생겼군요. ^^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남을 위해 일하는 사람, 정보석


바보스런 정보석이 갈수록 마음에 든다. 실력도 부족하고 융통성도 없고 하는 일마다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조금은 덜떨어진 캐릭터라서 잘하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에 대한 가치판단은 분명히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보통때는 감히 나서지도 못하는 그가 오늘은 장인의 노여움 앞에서 스스로 돈을 벌겠다고 자처하고 공사판에 뛰어든다. 비록 1점당 3만원이나 되는 그 기부금을 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가 공사판에서 벽돌을 지고 자재를 나르는 모습을 보면 조금은 흐믓한 웃음이 나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3. 전형적인 졸부, 이순재

또 오늘 에피에서는 웃고 넘겼지만 조금은 씁쓸한 웃음도 있었다. 불우이웃돕기를 위한 일종의 이벤트로 농구선수의 점수에 3만원을 기부하는 것에 대해서 순재 아저씨는 겉으로는 양심있는 기업가인 척 하지만 실상은 돈은 쓰지 않으면서 쓴 티만 팍팍 내려는 기업인의 모습을 연출해 주었다. 사실 이 땅의 기업인들의 모습이 대부분 그렇다. 돈은 최소로 내면서 이름만 최대의 광고 효과를 연출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사위는 기왕지사 이렇게 된 것이니 기분이라도 좋게 기부하자고 하지만 그 마저도 혼을 내고 쫒아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돈을 기부하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대신, 모양만 갖추고 생색만 내려던 것이 생각대로 되지 않았을때 도리어 화를 내는 모습은 어쩌면 이 땅의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나 보다. 노블리제 오블리제는 그저 동화속 나라의 이야기일뿐, 우리는 그것이 실제가 아님을 시트콤의 등장하는 순재사장의 모습을 통해 다시금 확인하며 쓴 웃음을 지을 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문득 장지글러가 지적했던 네슬레라는 기업 이름이 떠오른다. 정작 한 나라의 대통령은 그 나라의 기아와 가난을 극복하기 원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나라에서 부담하는 분유를 주려고 했을때 오히려 그를 제거하고 다른 사람을 대통령으로 세울정도의 위력을 발휘하면서 그 일을 방해한다. 이유는 네슬레의 제품을 사게 하기 위함이었다. 표면적으로 사회주의에 반대하는 것이었겠지만 그걸 믿는 사람이 있을까?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진짜 모습은 많이 다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네슬레 제품을 불매하는 운동이 위키피디아에 기록되어 있다. 영문이지만 혹 관심있으신 분은 읽어보시기 바란다. [ http://en.wikipedia.org/wiki/Nestl%C3%A9_boycott ] 다음은 장 지글러의 책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 나온 한 구절이다.

아옌데는 소아과 의사 출신의 정치인으로 유아기의 비타민 및 단백질 부족, 소년소녀의 건강 문제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가 우선적으로 내건 공약은 15세 이하의 모든 어린이에게 하루 0.5리터의 분유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칠레에 분유를 공급하던 업체는 스위스의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였는데, 아옌데 정부는 네슬레에게 물론 돈을 지급하고 우유를 구입하려했다. 하지만, 네슬레는 칠레의 성공사례가 다른 중남미 국가들로 번져나갈 것을 우려했고, 이들은 1971년 협력 거부 방침을 결정하게 된다.
아옌데 정부는 키신저를 비롯한 미국 정부와 네슬레를 축으로 하는 다국적기업에 의해서 고립되고 1973년 9월 11일 CIA와 결탁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국제정치를 잘 몰라도 이 이름만은 익숙하리라 바로 그 악명높은 부패와 탐욕 폭정으로 칠레를 다스린 독재자이다) 장군을 주축으로 한 자국 군인들에게 대통령 궁에서 사살된다.
아옌데와 그의 동지들은 대통령궁인 모네다궁에서 무력으로 저항했다. 오전 11시 아옌데 대통령은 라디오를 통해 대국민 연설을 마지막으로 했고, 오후 2시 30분에 살해되었다. 이후 피노체트의 무차별한 탄압으로 많은 대학생, 기독교 성직자, 노동조합 간부, 지식인, 예술가 그리고 일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아옌데 정권이 들어서기 전처럼 칠레의 수만 명의 어린이들은 다시 영양실조와 배고픔에 시달리게 되었다.
- [LINK]인용 인터넷 교보문고

하이킥, 남을 위해 배우는 사람, 남을 위해 일하는 사람, 그리고 전형적인 졸부
http://jeliclelim.tistory.com/355
JelicleLim(2009.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