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27. 17:06ㆍ서평/[서평] 인문
왜 이 책을 읽게 되었을까?
우선 내가 이 책을 읽고자 한 이유는 이 책이 미술사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전달해 줄 것이라고 기대해서가 아니다. 물론 미술 작품을 볼때 그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고 타인보다 조금 더 아는 약간의 지식이 있다면 그것이 꽤나 유용할 것이라는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두꺼운 미술책을 붙들고 이름과 작품, 그리고 연도와 잘 외워지지도 않는 시대별 특징을 수첩에 써서 외우고 다니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대체 이 책을 왜 읽고자 했을까?
사람을 알고 싶었다. 왜 사람들은 이것이 아름답다고 할까? 왜 사람들은 저것이 뛰어나다고 할까? 특히 미술이라는 영역에서 외치는 그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의 사고는 대체 어디서 온 것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감사하게도 그에 대한 해답을 어느 정도 찾고 있다. 진중권씨의 책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고, 또 정숙경씨의 책에서도 그렇다.
책에서 이런 말을 한다.
"그리고 다시 실눈을 뜨고 한발 한발 물러서면 형태는 다시 살아난다. 그것은 캔버스와 우리 사이의 거리가 만들어내는 작용이다. 캔버스에서 한발짝 물러서면 그만큼 형태는 모호해지고 우리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 모호한 부분을 메우려 한다."
여기서 미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보여준다. 미술은 그 자체로서의 의의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회화든 조각이든 건축이든 그 무엇이든 미술은 그것 자체로서의 중요성을 띄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통해 상상을 하도록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그 상상력의 제한을 계속 뛰어넘으려 노력해왔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가 현실로서는 일반인들의 인식의 한계를 넘어선 천재들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이 예술인지 모르지만 그것이 상상하게 하는 것을 바라볼수 있는 이들에게는 그것은 뒤통수를 제대로 가격하는 충격을 전달받게 되는 것이다.
존 케이지의 4분 33초짜리 침묵의 피아노와 로버트 라이만의 하얀 캔버스는 모두가 무언중에 정해둔 경계를 넘으려는 시도였다. 그리고 그 시도는 이제 사람들에 의해 인정되고 후대에 의해 그들의 새로운 경계는 계속 확장된다.
그렇다면 그렇게 언제까지든 확장되기만 하는 것은 옳은 것인가? 그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을 할수 없다. 단지 작품과 작가 그리고 감상자라는 구분된 세 주체의 인식을 통해 미술을 해석하지 않고 감성으로 교감할 것을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것으로 충분한 것일까? 미술은 상상력을 동원한 인간의 재미있는 유희가 되어간다. 하지만 정작 인간의 삶은 예전과 같은 유희의 삶을 갈구하지 못한다. 작은 구슬 몇개와 딱지 몇장, 그리고 제기와 막대기를 깍은 자치기의 도구로 충분한 유희를 누리던 인간은 포스트모던의 시대에 들어와 이제는 더 이상 과거의 유희의 도구만으로 즐길 수 없게 되었다. 아니 더 이상 과거의 유희의 장소가 존재하지 않게 되어간다. 결국 새로운 유희를 갈구할 수 밖에 없게 되고, 그것은 비뚤어진 형태의 유희로 변모되어 간다.
모방의 모방을 말했던 플라톤의 예술관이 과연 이 시대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더 이상 예술가의 개입을 죄악시하며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은 이데아의 그림자를 이 땅에 올리는 역할을 예술가들이 감당하고 있다고 말할수 있을까? 그것도 힘든 시점이 되어간다.
결국 모더니즘 이전의 시대와 지금의 포스트모던의 시대는 뚜렷하게 경계선이 그어져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는 건너기 힘든 큰 Gap이 존재한다. 이것은 단순한 시대적이고 문화적인 현상일까? 아니면 그 이상의 더 큰 무엇이 있는 것일까?
어찌 되었든, 이 책은 미술사나 작품, 혹은 작가 개인의 사사로운 정보를 주지 않으면서 미술이라는 큰 세계를 짧은 시간에 조명할 수 있는 한권의 그림이 들어간 책이다.
'서평 > [서평] 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먹지마, 똥이야! - 신자유주의 경제하의 경제적 패스트푸드의 역겨움 (0) | 2008.04.10 |
---|---|
도전무한지식 - 짧은 지식들의 작은 백과사전 (0) | 2008.04.05 |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간 이의 유희 (0) | 2008.03.27 |
읽어 볼 책들 ... 언제 읽나.. ㅠ.ㅠ (2) | 2008.03.18 |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헤메지 말라... - 청소부 밥 (0) | 2008.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