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만드는 공인이야기

2007. 11. 15. 16:28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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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리엄 제임스 시디스(William James Sidis), 그는 IQ가 250 에서 300 사이로 추정되는 특별한 천재였다. 그의 천재성은 아동기에 드러났고, 그는 세간의 관심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18개월 때부터 글을 읽을 수 있었고 8살에는 8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는 자신이 직접 만들어 낸 언어였다. 11살에는 하버드 대학에서 수학자들을 모아놓고 4차원에 대한 강연을 했으며, 16살에는 텍사스 주 라이스대학의 수학과 교수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정상적인 시선과 대접을 견디지 못하고 교수직을 그만둔 뒤, 한때 법학대학원을 다니다 중퇴하는 등 방황하다가 21세에는 반전 시위 도중 체포되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곧 출감하기는 했으나 그 이후 1944년에 뇌출혈로 사망하기까지 수학계와는 인연을 끊고 살았다. 그의 삶은 자신의 사생활을 보호받기 위해 피나는 법정 투쟁을 벌이는 등 고단하고 쓸쓸했지만, 성인이 되었을 때 40여 가지의 언어를 구사하고 우주에서 '암흑물질(dark matter)'의 존재를 예견하는 등 타고난 천재성은 여전했다.

그런 그에게 가해진 언론의 폭력에 대해서 그것이 '공인'과 '알권리'에 대한 논란을 잠재운 100년전의 미국의 명쾌한 판결이라고 부르는 한심한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가 있을까? 성시경의 말로 인해 시작된 연예인들의 공인화에 따른 암묵적 대중의 폭력은 이미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 그들은 지상의 누구보다 순결해야 하며(절대 비디오같은 것이 돌아서는 안된다), 동시에 그들은 누구보다 더 섹시해야 한다(대체 대한민국의 어느 가수가 몸매와 춤보다 노래를 잘하는가?), 그 뿐인가? 그들은 대중의 비위를 건드릴 소리를 내서는 안되는 바보여야 하며, 그러면서도 쇼프로그램에서는 명쾌한 촌철살인의 명구를 날릴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존재들이다.

난 '공인'이고 싶지도 않거니와 대한민국의 '연예인'이라는 집단의 한 구성원이 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시켜줄리도 없겠지만...)

어쨌건, 연예인을 공인으로 만들어서 그들에 대한 다수의 폭력적 알권리를 주장하는 인간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섬뜻하다. 그들은 그저 볼거리를 제공하는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일 뿐이다. 심지어 국가의 대통령에게도 요구하지 못하는 순결함과 대기업의 총수에게도 말못하는 정직성을 일개 연예인들에게 '공인'이라는 이름을 대며 요구하는 것은 이미 정당한 요구나 요청을 넘어서 그들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퇴폐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에 다시한번 Case of William Sidis 가 생긴다면 이번에 어떤 판결을 하게 될까? 지난번의 판례에 힘입어 동일한 판결이 내려질까? 그렇다면 미국은 지난 100년간 전혀 발전이 없었다는 뜻이된다.

공인이라며 마음대로 대중의 취향에 맞추어 만드는 것은 곤란하다. 최소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존중되며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렇지 않은 사회는 이미 사회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 그곳은 철창이 없는 동물원일 뿐이고, 언제라도 당신은 그 무리의 눈길을 받는 원숭이가 되어 있을수 있는 곳이다.

2007/11/01 - [Eyes, 시사, 칼럼] - 성시경, 유승준, 공인, 지나친 관심, 그리고 강요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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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만드는 공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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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licleLim (2007.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