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티핑 포인트 ****

2009. 9. 30. 16:45서평/[서평] 인문

Tip : 사전에 여러가지 뜻이 있다. 그중 여기서 사용되는 것은 '가볍게 치기' 정도의 뜻이다.

티핑 포인트 즉, 가볍게 치는 조금 더 의역을 하면 가볍게 밀어서 넘어뜨리는 어떤 점을 의미한다.
이런점이 왜 필요한가? 이 책은 경제적인 면에서 사람들에게 마케팅의 어떤 흐름을 만들어내는 어떤 Point 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그 포인트를 어떻게 찾아서 넘어뜨리는가가 마케팅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한다.

책은 기본적으로 소수의 결정이 다수의 흐름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파레토의 법칙을 가져온다. 파레토는 부의 분배가 상위 20%에게 집중되어 있어 나머지 80%의 사람은 20%의 자원만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점을 통계로 드러냈던 경제학자고 그의 이름을 따서 20:80의 법칙
을 파레토의 법칙이라고도 부른다. 이 파레토의 법칙은 다양한 상황속에서 드러나는데 그중 이와 같이 어떤 일의 결정을 이루는 요소는 다수의 선택이 아닌 소수의(약 20%정도의)선택에 전체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즉, 유행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에게 똑같은 생각을 심어줄 필요가 없다. 그 선택된 20%에게 집중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20%를 찾기 위해서 책에서는 이를테면 커넥터와 같은 용어를 사용한다. 어떤 사람들은 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 매우 폭넓은 교제권을 가진다는 것인데 그와 같은 사람이 이 20%에 해당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선별된 엘리트(?)들에게 고착성이 강한 메시지를 통해 상품을 선전하게 된다면 최소의 자원과 최소의 비용으로 훌륭한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기본 메시지다. 물론 그것을 위한 다양한 상황적인 변화에 대해서도 말하지만 사실 그 상황에 대한 부분은 매우 논란의 여지가 많은 부분이 된다. 뒤에서 이 부분을 조금 더 살펴보도록 한다.

티핑 포인트 상세보기
말콤 글래드웰 지음 | 21세기북스 펴냄
작은 아이디어를 빅트렌드로 만드는 티핑 포인트 안내서. 이 책에서 티핑 포인트는 유행의 출현, 알려지지 않았던 책이..."전염"의 틀로 분석하며, 누가 어떻게 티핑 포인트를 만드는지, 아이디어와 제품은...

인간의 스스로를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심리학적 실험들에서 인간이 가진 비합리성이 드러난다. 동시에 그것을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매커니즘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를테면 광장에서 누군가 "폭탄이다"라고 외치면서 엎드린다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함께 엎드릴것이다. 그런데 그 소리를 듣지 못한 사람들은 어떨까? 소리를 듣지 못했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따라하는 결과를 보였다. 함께 바닥에 눕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소리를 듣지 못했으므로 폭탄이 있으리라는 것을 알수 없었지만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보였던 것은 무엇때문일까? 그것은 주위 사람들을 모방함으로서 자신이 두드러지는 상황을 피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줄이고자 하는 무의식적 방어기제가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많은 심리학자들은 설명한다. 이러한 비합리적으로 보이면서 합리적인 선택은 많은 부분들에서 나타난다. 이를테면 프린스턴의 선한사마리아인 실험에서, 혹은 노상에서 강도를 만난 한 여자의 불행에서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책은 환경이 행동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과연 환경이 행동을 결정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글쎄" 정도가 아닐까?

우선 환경이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많은 경우들이 있다. 그것은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 앞에 기다리는 버스는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고 택시가 오는 것과 같은 경우들이다. 혹은 여자친구를 만나서 들뜬 마음을 가진 청년에게 모금함을 내어밀때와 같은 경우들이다. 이와 같은 환경들은 이전에 생각지 못했던 혹은 별로 내켜하지 않았던 선택을 할수 있게 한다. 억울한 경우를 당하고, 부모에게까지 진심이 전해지는 대신 오히려 화를 내는 부모라는 환경에서 가출이라는 행동이 나오는 것은 '당연'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그럴수도' 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반면에 아무리 환경이 바뀐다고해도 행동이 변하지 않는 경우도 있겠다. 신념이나 믿음이 작용되는 경우에 해당되겠다. 종교적 신념 혹은 정치적, 철학적 신념을 가진 경우 왠만한 환경적 변화가 그의 행동을 변하도록 유도하지는 못한다. 소크라테스의 신념은 환경이 스스로 옥문을 열더라도 그 옥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 것을 거부했다. 이런 정도에서 환경에 의한 행동결정론은 긍정하면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겠다. 다만 이 책에서 원하는 것은 목숨을 거는 신념에 대한 것이 아니라 주머니속에 든 작은 돈을 지출하게 하는 정도의 행동이니 이런 정도의 행동을 유발하는데는 충분히 환경적 조건들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하리라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 뉴욕의 범죄율을 줄였던 탁월한 "깨진유리창의 법칙"에 대해서도 책의 견해와는 다른 또 다른 관점을 보아야만 한다.

1960년대 자유주의자들은 이와 유사한 주장을 했다. 하지만 자유주의자들이 환경의 중요성에 관해 말할 때 그들은 근본적으로 사회적인 요소들의 중요성에 관해 말하고 있었다.
그들에 따르면 범죄는 사회적인 불의, 구조적인 경제 불평등, 실업, 인종 차별, 제도적 사회적으로 수십 년에 걸쳐 무시당한 결과라는 것이다.
- 책, p151

이런 관점에 대한 반대개념으로 나온 것이 깨진유리창의 법칙이 아니다!!! 깨진 유리창 법칙은 위에서 언급한 문제의 근원적인 부분들은 전혀 해결하지 못한다. 그저 깨진 유리창이 있는 곳에 범죄자들이 운집한다는 전제하에 깨진 유리창을 수리하고 지하철의 낙서를 지웠다. 물론 이로 인해 범죄율을 줄였고 그것은 잘한 일이다.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보다 근원적인 문제, 이를테면 열이 난다고 해열제를 주면 당장은 문제가 해결된 듯 하지만 언젠가는 덮였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와 생명이 위독한 상태가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당장 눈 앞에 있는 범죄율은 줄였지만 언제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사회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여전히 슬럼가에는 마약이 넘쳐나고 총기류는 구하기 쉬우며 한곳에서 몰려난 범죄자들은 또 다른 곳을 찾아 자신들의 아지트를 만들고 있을 뿐이다. 그들이 가진 경제 불평등, 실업, 인종 차별, 제도적 사회적 여러가지 문제들은 덮어둔 채 그저 당장 눈 앞에 범죄가 없으리라는 환상을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이 깨진 유리창법칙은 무척 조심스럽게 적용해야 하는 이론이다. 분명히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언제가 그 덮여진 상처는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는 여지를 품고 있는 것이 깨진 유리창 법칙이다. 깨진 유리창이 문제라면 그것을 덮으면 되겠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고 그것이 드러난 것이 유리창이 깨지는 모습이라면 유리창을 덮는 것은 미봉책일 뿐 근원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청계천을 드러낸 것이 한국 경제의 근원적인 해결책이라면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겠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발생한 더 큰 문제가 한국 경제를 어렵게 할수 있다면 그 작은 미봉책을 취해 만들어진 결과를 장미빛 환상을 가지고 언제까지는 감상할 만한 여유가 없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토론을 나누었던 모임은 목회자들의 독서모임이었다. 한편으로는 한국이라는 상황속에서 목회라는 것을 위해서 이런 경영서적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 아쉬운 현실이라는 생각을 한다. 기도와 말씀으로 교회를 세우고 모이고 무엇이든 하기를 바라지만 현실에서 편안함을 맛본 사람들은 작은 교회보다는 큰 교회로 모인다. 어느 지나가던 이가 교회에 잠시 들어왔다가 초라한 교회의 외관만을 보고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고 교회 개척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는 한 목사님의 모습이 이 땅의 현실이다. 큰 교회를 비판하지만 정작 자신은 작은 교회에 나가기를 결코 원치 않는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교회를 비판하지만 정작 이 땅의 90%가 넘는 목회자들은 성도 100명만 넘으면 원이 없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많은 교회들은 너무 작기만 하다. 이런 경영서적까지 읽으며 어떻게 하나님의 마음에 맞으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에 맞는 목회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이땅의 목회자들이 불쌍해 보이는 하루였다.

P.S. 흠잡기
1. p.158-159 귀인 오류를 다루는 부분에서 논리적 실수(혹은 번역의 실수)

[책속의 문제] ...이번에는 다른 질문을 해보겠다. 네 사람이 술집에서 술을 마신다고 가정해 보자. 첫 번째 사람은 콜라를 마신다. 두 번째 사람은 열여섯 살이다. 세 번째 사람은 맥주를 마신다. 네 번째 사람은 스물다섯 살이다. 스무 살 이하는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다. 그렇다면 누구의 신분증을 보여줘야 이 규칙이 준수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겠는가? ...

[책속의 답] ... 정답은 맥주 마시는 사람과 열 여섯 살짜리의 신분증이다.

[논리적 오류] 20살 이상만 맥주가 허용된다면 맥주를 마시는 사람의 신분증만을 확인하면 된다. 열 여섯 살짜리가 맥주를 마신다면 신분증을 확인하면 되겠지만 콜라를 마시거나 물을 마시고 있다면 신분증을 확인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진다. 즉 열 여섯 살짜리는 규칙을 준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콜라가 좋아서 마시는 것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열 여섯 살짜리가 규칙을 어기기 전까지 이 규칙이 준수되고 있다는 것을 알 방법은 사실상 없다.

[서평] 티핑 포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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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licleLim(2009.09.30)